김화자 대구시의회 의장 인터뷰...지역 최초 '여성 건축사·시의회 의장' 타이틀
지난 10일 대구시의회 수장을 맡은 김화자(68) 의장은 '최초'라는 수식어가 2개나 붙는 인물이다.
60년대 초 당시 여고생들이 쉽게 택하지 않던 공과대학을, 그것도 속칭 '노가다'학과로 불리는 건축학과를 스스로 선택해 지역사회 여성 건축사 1호로 활동해 왔다.
대구시의회 21년사에서 사상 처음 여성의장에 당선됐다.
선거에서 이동희 부의장과 팽팽하게 접전할 것이란 예상을 깨고 단판에 의사봉을 거머줬다. 크든 작든 선거는 후유증이 있기 마련. 그러나 경쟁자 이 부의장이 제자리에서 승복, 신임 김 의장에게 악수를 건네면서 상호 앙금이나 후유증을 없앤 것도 김 의장의 친화력이자 정치능력 때문인지도 모른다.
-먼저 다시 한번 축하합니다. 의장선거가 박빙이 예상됐습니다. 3차까지 예상됐는데 의외로 1차에서 결정됐습니다. 통상 후유증이 있는데 이번에는 없는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동료의원들간 민감한 문제이지요. 그런데 이번에는 선의의 경쟁을 벌였던 이동희 부의장님이 포용력으로 마음을 비운채 당선된 저에게 손을 내밀고 꽃다발까지 줘서 정말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큰 틀에서 의회발전을 위해 자리와 직책에 연연하지 않고 진정으로 대해줘서 고마웠습니다."
김 의장은 1963년 경북여고를 졸업한 뒤 그 해 영남대(구 청구대학) 건축공학과에 입학했다. 그냥 장학금을 받을 수 있다기에 건축학과를 택했다. 당시만 해도 남성들만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길을 걷게 된 계기가 된 것이다.
-궁금한 것은 여자로서 당시 공과대학에 그것도 건축학과에 입학하게 된 이유나 동기가 있습니까.
"당시 미래 비전을 보고 학과를 선택한 것이 아니고 그냥 어린 마음에 장학금을 준다고 해서 가게 됐는데요. 그 선택을 지금까지 후회한 적은 없습니다. 그리고 영남대가 그땐 청구대학이었는데 대구에서 공대도 우리 학교밖에 없었지만, 공대에서 여학생을 보기란 더더욱 귀한 때라 나름 인기가 참 많았습니다. 지금은 나이도 있고 유권자분들을 만나서 진솔한 얘길 나누려면 술도 한 잔씩 해야 하다 보니 풍만한 체격이 됐지만, 그땐 좀 날씬했답니다.(웃음) 대학 3학년 때부터 김인호 교수님 밑에서 실습을 겸해 설계를 시작했는데 그 덕에 그 어렵다는 건축사 시험에 빨리 합격할 수 있었습니다."
첫 여성의장으로서 당선 소회도 담담하게 풀어나갔다. "예전보다 여성의 사회 참여가 많이 늘었지만, 전통적으로 정치는 남성들의 전유물이란 인식 때문인지 그동안 여성의 정치 참여가 매우 부진했고 또, 여성 정치 인재를 발굴하려는 정치권의 의지도 약했습니다. 여기에다 보수적인 지역 정서와 여성에 대한 편견이 더해져 그동안 3선 시의원으로 의정 활동을 하면서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그 덕에 더 열심히 치열하게 살았고 그러한 노력을 좋게 봐주신 분들 덕분에 오늘의 제가 있게 된 것 같아 지금은 오히려 감사한 마음입니다."
-올해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지역 현안이 있다면 어떤 것을 꼽을 수 있는지, 그리고 2012년 새해 의정 운영방향은 어떻게 잡고 계신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먹고 사는 문제만큼 중요한 일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유럽발 경제 위기와 세계적 경기 둔화로 지난해보다 올해가 더 어려우리라 예상됩니다만, 동료 의원들과 대구시는 물론이고 정치권과 협력해 지역 경제난을 극복하고 서민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덜어 주면서 미래 먹거리 기반을 확충할 제도적 방안을 마련하고 재정 투자를 이끄는 데 힘쓰겠습니다. 특히 유망 기업 유치와 청년 실업을 포함한 일자리 창출이 시급한데 (노사문화의 선진화, SOC시설확충, 타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땅과 맞춤형 인센티브 제공 등) 차별화된 유인책으로 우수 기업을 유치해 단기성이 아닌 지속적으로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동료 의원들과의 화합이나 집행부와의 관계도 중요할 텐데요. 그런 점에서 여성 의장의 장점도 분명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떻게 조율을 해나갈 생각이십니까.
"앞서 말씀 드렸다시피 우리 시의회는 시에서 하는 일이 진정 시민을 위한 일인지를 생각하고 감시·감독하는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에 시 집행부와 마찰이 없을 수가 없습니다. 또한, 의원 입장에서는 지역구에 필요한 예산과 좋은 시설을 유치하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겠지요. 그러다보니 갈등이 있고 또 이 갈등을 조정하고 의회 사무를 감독하는 것이 의장의 역할인데요. 의견을 조율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평소 얼마만큼 상호 신뢰와 믿음을 갖고 있느냐' 아니겠습니까. 겸허한 자세로 의원님들과 집행부 분들을 자주 만나 진솔한 대화를 나누면서 대구시 전체 발전을 위한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방안을 함께 도출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아무래도 이럴 때 남성보다는 여성의 부드러운 카리스마가 발휘되지 않겠습니까."
-올 4월에 있을 총선을 앞두고 지역 정가가 술렁이고 있는데요. 의장으로서 정치적 입장은 어떠신지요.
"물론 저도 정당정치를 지지하는 정당인입니다만, 무엇보다 250만 대구 시민을 대표하는 의장이기에 당리당략을 떠나 의장으로서 진정 대구시민을 위한 길이 무엇인가를 더 심사숙고하고 행동하려고 합니다. 이번 총선에서는 신공항 건설 등 지역 주요 현안들과 '신 지방분권 국토균형발전'을 이루는 데 필요한 구체적 전략을 마련해 여·야당의 총선과 대선에 공약화하는 것이 중요한 만큼 이를 이뤄 지역 발전 토대를 마련하고 총선으로 갈라진 지역 민심을 추스려 대구시민의 하나된 힘으로 힘찬 도약을 이룰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여성 건축가로 험난한 현장을 지켜 온 터라 "혹시 별명이라도 있느냐"는 물음에 "정말 그러고 보니 별명 같은 거 없었다"면서 "'부드러운 카리스마'라고나 할까"라고 대답했다. '여걸'이나 '여장부'가 어떻냐고 하자 그건 별로 마음에 안든다고 했다.
박무환기자 pmang@kyongbuk.co.kr
김화자 의장 약력
△1944년생 경북 안동 △경북여자고등학교 졸업 △영남대학교 건축공학과 졸업 △세명건축 대표건축사 △건설교통부 중앙도시계획 심의위원 △국토해양부 중앙건설기술심의위원 △제3대,4대 대구시의원 △제4대 대구시의원 전반기 부의장 △한나라당 대구시당 정책자문위원 △제6대 대구시의회 경제교통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