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오랑세오녀 테마파크' 조성해야

연오랑세오녀회 오성진 회장.

연오왕세오비를 포항의 상징으로 하자는 소리가 높지만, 아직 이들이 어떤 사람인지 모르는 사람들도 많다.

삼국유사(三國遺事)에는 '연오랑세오녀'라 적혀 있으나, 일본에 건너가 왕과 왕비가 됐으니, 연오왕세오비라 부르는 것이 맞다는 주장이 받아들여져 지금은 왕과 왕비에 대한 예우로 제사를 올리고 있다.

1983년에 연오랑세오녀 부부를 뽑는 행사를 시작해 지금까지 매년 해오고 있으며, 대아그룹 황대봉 명예회장이 사비로 호미곶 바닷가 새천년 광장에 연오왕세오비 상을 세우고, 해마다 추모제를 지내고, 경북일보가 연오랑세오녀연구소를 열어서 매년 국제 세미나를 개최함으로써 시민들은 이들에 좀 더 관심을 가지게 됐다.

이 연오랑세오녀를 시민들과 친근하게 하고 포항문화 발전을 위해 애쓰고 있는 분이 초대 연오랑세오녀 부부였고, 이 회를 이끌고 있는 오성진 회장(부인 박휘자)이다.

오 회장은 우리 지역을 대표할 수 있는 문화자산인 연오왕세오비를 일월사상과 연계해 어떻게 포항문화 발전에 기여하게 할 것인가를 연구하고 있으며, 지난 2010년도에는 연오랑과 세오녀가 도착했다는 일본 시네마현의 이즈모시와 마쯔에시를 방문하기도 했다.

-초대 연오랑세오녀 부부가 되셨는데 어떤 절차나 기준으로 정하는지요.

"저는 고향이 신광인데 당시 면장님이 저희를 추천했어요. 모든 것에 모범이 되는 사람, 효도 잘하고 봉사도 잘하고 어느 정도 용모도 단정해야 하고…. 각 읍면동에서 추천한 24쌍이 경합했지요. 벌써 30년 전 이야긴데 그때 인연으로 회장 노릇을 하고 있습니다."

-몇 부부나 회원으로 참여하시는지요.

"원래 35쌍이었는데 두 명은 작고하고, 세 부부는 이혼을 해서 자동으로 자격 상실이 됐지요. 자격의 첫째가 모범적인 가정인데 이혼은 용납이 안 되지요."

-회에서 봉사활동도 많이 하신다는데요.

"다문화가정의 전통혼례를 주선해 줍니다. 여성회관에 의뢰해서 베트남이나 동남아여러 나라에서 결혼식 못 올리고 온 사람들에게 우리 전통문화 체험도 시키고 혼례식을 치러줍니다. 그리고 연오랑세오녀 추모제 때 우리가 주도해서 음식을 장만하고 헌관도 합니다. 한 일 문화 교류에 가교가 되는 것도 중요한 역할이지요"

-오랜 동안 연오랑세오녀회장으로 활동 하시는데, 그동안 달라진 게 있다면요.

"아무래도 책임감이 생기니까요. 더욱 더 모범이 돼야겠다 싶고, 포항시의 문화대사로 활동하고, 시정홍보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합니다. 포항문화원 이사로 있으면서 쓴소리도 좀 하지요.

-활동하시면서 제일 기억에 남는 일을 말씀해주세요.

"2010년도에 일본에 갔을 때입니다. 그들의 환대에 놀랐고, 그들은 자신의 뿌리가 포항 도기야라는 것을 굳게 믿고 있기 때문에 우리를 '조상의 나라에서 온 귀빈'이라고 아주 극진히 대접해 주었습니다. 연오왕세오비에 대해서 그들이 훨씬 더 적극적입니다. 일본에는 '카라무시회'라고 자발적으로 모인 연오랑세오녀를 기리는 모임이 있는데 그 모임에서 우리돈으로 1억원을 모아 통나무배를 만들어서 이 부부가 바위(혹은 물고기)를 타고 처음 일본으로 가던 그 뱃길을 따라 가보는 행사를 재연할 준비를 해 놓았어요. 한 일곱 명 정도가 탈 수 있는 통나무배인데 우리도 타고 노도 저어보고 했지요. 준비는 돼 있는데 요즘 독도 문제 등으로 두 나라의 기류가 안 좋으니까 정치적인 문제 때문에 문화행사에 제동이 걸리는 것이지요."

-회장으로서 기관이나 시민들에게 하시고싶은 말씀이 있으시면.

"포항에는 문화유산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러니 시가 '연오랑세오녀 테마파크'를 빨리 조성해야 합니다. 연오랑세오녀를 뽑는 행사도, 요즘은 포항문화원이 시에서 위탁받아 운영하는데, 참여율이 저조합니다. 제대로 홍보를 해 범시민적인 행사가 돼 시민들에게 연오랑세오녀에 대한 확고한 인식을 심어줄 필요가 있습니다."

신화나 설화의 가치는 사실 여부보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얼마나 오래 그것을 믿어왔는가에 있다. 포항 시민들이 모두 연오랑세오녀 신화를 믿고 그들을 우리 고장의 상징으로 사랑할 때, 포항의 문화도 꽃피고, 빛의 도시, 철의 도시 포항이 1850년 전 연오왕세오비가 빛(태양, 용광로)을 주고 간 고장으로 세계에 알려지게 될 것이다.

'연오왕세오비축제'를 열어 많은 시민이 참여하고 관광객들을 끌어들이는 대대적인 홍보를 한다면 연오왕세오비는 포항의 상징으로 거듭나게 될 것이다. 오성진 회장의 포항문화 창달을 위한 지칠 줄 모르는 열정, 그것은 바로 포항의 빛, 일월정신과 철의 강인함에서 오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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