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국주 담그고 시 쓰며 고향 알리기 앞장

양동마을 문화해설사 이지휴 선생.

양동마을이 세계유산에 등재된지 3년째 접어들었다. 그 후 수많은 관광객들이 양동마을을 찾게 돼 경주시에서는 더 많은 해설사들을 배치하였다. 해설사들은 출 퇴근 시간이 있어 시간이 되면 퇴근하지만, 이지휴 선생은 양동에 거주하면서 출, 퇴근 시간도 없이 언제나 자신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는 해박한 지식으로 양동마을을 설명해주는 해설사로 유명하다.

선생은 직장생활을 하다가 고향에 돌아와 양동마을이 세계유산에 등재되기 전부터, 정부가 문화유산해설사를 양성하기 전부터, 관광객들에게 민속마을을 알리는 일을 해 왔다. 누가 시킨 일도 아니고, 사례를 받는 일도 아니지만, 그는 오랜 동안 고향을 잊고 살아왔던 죄 값을 치르는 마음으로 고향을 위해 봉사한다. 선생은 회재 이언적 선생의 17대 손으로 무첨당파에 속해 있다. 그는 대대로 내려오는 가전주(家傳酒)인 송국주(松菊酒)의 기능보유자이고, 시전문지 '현대시문학'으로 등단한 시인이기도 하다.

-문화유산해설사가 생기기 전부터 혼자 설명을 하셨는데, 동기가 있으신지요?

"내가 I.M.F때 미국인 회사를 그만 두고 고향에 돌아와 있는데 한 젊은 캐나다 사람이 쪽지 하나를 들고 쩔쩔 매는 것을 보고, 길 안내를 해주고 마을에 대해 설명을 해 주었지요. 미국인 회사에 근무했었기 때문에 영어에 불편이 없었거든요. 이 일이 경주를 방문하는 외국인들에게 소문이 나서, 그때부터 주로 외국인들에게 마을에 대해 설명을 해 준 것이 계기였지요"

-지금은 경주시 소속 해설사이신데요?

"예, 해설사 제도가 생긴 줄도 모르고 몇 년 계속 했는데, 해설사 양성 교육할 때 면사무소에서 추천해서 정식으로 교육을 받고 활동을 했습니다. 처음에는 다른 분들과 같이 경주 전역을 돌면서 했는데, 양동이 세계유산에 등재된 후로는 양동만 맡아 하고 있습니다. 나는 양동이 고향이고 집이 이 마을에 있으니까 근무시간에 상관없이 아무 때나 설명해 드립니다. 오시는 모든 분들이 다 우리 마을의 손님이시니까요."

-세계유산에 등재되기 전과 후에 마을이 달라진 것이 있다면요?

"여러 가지가 있겠는데, 관광객들이 정말 많아졌어요. 2010년도 7월 31일에 발표가 났는데 바로 휴가철이라 바다에 갔던 사람들이 파도처럼 몰려들었어요. 언론사 잡지사들도 한꺼번에 몰려와서 따로 따로 인터뷰도 못하고 여러 팀 모아서 했어요. 그리고 주민들이 세계가 인정하고 보호하는 역사마을에 산다는 자부심을 가지게 되었고, 출향인사들도 몇 분 고향으로 돌아오셨고, 지금까지는 입장료가 없었는데 올해부터는 입장료를 받는 것도 달라진 모습이지요."

-해설하시는 내용도 달라지셨는지요?

"아무래도 그렇게 되지요. 전에는 양동에 국한해서 했는데, 이제 세계적인 유산에 걸맞게 한국의 전체적인 것, 정원이나 한옥에 대한 것, 이 마을에 녹아있는 철학이나 정서에 대해서도 설명해주고, 전문적인 것을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서당의 배치, 조선 시대의 인성교육과 오늘날의 지식교육의 차이점 등도 설명해 주고 특히 한옥의 아름다움에 대해서 수긍이 갈 수 있게 자세히 설명해 줍니다."

-이 일을 하시면서 느끼는 보람이나 힘드셨을 때는요?

"우리 문화가 세계인이 다 인정해주는 유적지가 되었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고, 훌륭한 선조님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설명합니다. 작년에는 두 시간씩 네 번, 하루에 여덟 시간을 하고 코피가 났는데,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으니 할 수 없이 코를 막고 하다가, 사흘간 코피를 흘리며 몸살을 했습니다."

-송국주가 KBS, YTN 등 방송을 통해 유명해졌는데, 송국주 자랑 좀 해 주세요.

"송국주는 150~200년 정도 내려오는 가전주인데 94세 되신 어머니께서 하시는 것이 힘들어 보여 제가 물려받아서 제조한 지가 10년 쯤 되요. 술 전문 여행작가가 맛보고 문화관광부에 추천해서 기능보유자로 등록해 주었습니다. 솔향과 국화향이 적절하게 어우러진 양반마을의 전통주지요."

시인이신 선생은 계간 영남문학에 영남의 문화 전반에 걸쳐 2년간 연재했던 것을 토대로 양동마을 전반에 걸쳐 음식 문화, 복식, 잃어버린 풍속 등을 한데 묶어 책을 낼 준비를 하고 있다. 선생은 자신이 훌륭한 선조들의 인품이나 업적을 못 따르는 것에 죄인이라는 마음으로 산다고 하지만, 송국주를 담그고, 시를 쓰며 세계유산인 역사마을 고향을 전 세계인에게 알리며 사는 선생의 삶이 참 귀하고 향기로워 보인다. 양동마을에 오시는 분들에게 양동마을의 겉모습만 보지 말고, 그 속에 담긴 조선시대의 유교문화와 한옥의 자연친화적 철학과, 멋과, 과학성에 대해서도 잘 알고 가시라고 당부하는 선생은, 양동 마을에 없어서는 안 될 또 하나의 보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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