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주는 배고, 백성은 물이다.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고, 배를 뒤집기도 한다(君者舟也 庶人者水也, 水則載舟 水則覆舟)”. 순자(荀子) 제9절 왕제에 나오는 말이다. 지난 4·10일 민심은 대폭발했다. 총 300석 가운데 여당은 108석에 그쳤다. 숫자보다 대통령에게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진 분들이 적잖아 정치를 감정으로 할 위험성도 엿보인다.아인슈타인 박사는 우주의 법칙으로 일반 상대성 원리를 설파했다. 상대성 원리라고 하여 결과까지 상대적인 것은 전혀 아니다. 상황을 보는 것은 서로 상대적이지만 나타난 결과는 절대적이다. 따라서
22대 국회의원 선거가 유종의 미를 거두고 끝이 났습니다. 이긴 야당 쪽에서는 탄핵까지 가능하도록 확실히 이기지 못해서 서운하다고 툴툴거리고(출구조사에 못 미치는 결과가 나온 것이 그런 열패감을 자극하는 모양입니다) 수도권에서 폭망하고 영남지역에서만 의석의 삼분의 이를 건진 여당 쪽에서는 지역 정당으로 쪼그라들었다고 울상을 짓습니다. 절묘한 민심의 표출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정권 심판은 심판대로 하면서 야당에 대한 무조건적인 신뢰는 거부하는, 그래서 양쪽이 다 미제(未濟, 일이 다 끝나지 않음)의 느낌 속에서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
4월 10일 총선은 민주당의 압승으로 끝이 났다. 그렇다면 승자는 이재명 대표, 패자는 윤석열 대통령인가? 그렇게 생각하기에는 승자의 표정이 그리 밝지만은 않고, 패자의 표정도 그리 어둡지만은 않은 듯하다. 왜일까? 두 사람 다 승자도 패자도 아니기 때문이다. 22대 총선은 민주당의 승리로 끝났지만 민주당과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21대 국회와 달라진 점이 없어 보인다. 오히려 국민의힘이 21대 지역구 84석에 비해 22대 총선에서는 90석으로 지역구 의석은 더 늘어났다. 즉, 민주당은 22대 총선에서 공천을 통해 친명계로 전열을 가다
시진핑이 그리는 중국의 미래 모습은 무엇이며, 시진핑은 이러한 모습을 달성하고자 어떠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중국적 사회 시스템이 붕괴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하고 있을까?정답은 ‘소조’ 를 들여다봐야 한다고 꼽는 사람들이 상당수다. 중국식 표현으로는 링다오샤오주인 소조는 정확히 알려진 바가 없다. 공산당 내의 작은 모임인 이른바 도대체 몇 개나 있는지, 누가 속했는지, 얼마나 자주 만나는지 모든 게 알려지지 않았다. 고정된 사무실이나 주소지도 없다. 하지만 소조는 1958년 처음 생긴 이래 정책 수립에서 중요한 역
영화 (박훈정, 2013)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 이후로 조폭영화가 시들해졌다”라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들립니다. 그만큼 잘 만든 영화라는 말이겠습니다. 일반적으로 칭찬받는 영화들은 ‘극적 아이러니’를 동반한 ‘드라마’를 가지고 있습니다. 필연적인 반전(反轉) 서사가 펼쳐집니다. 특히 장르영화에서는 상식과 고정관념을 흔드는 반전 서사가 필수적입니다. 장르에 대한 기대가 워낙 강하기 때문입니다. 에서는 정청(황정민)과 이자성(이정재)의 사연 많은 우정과 의리가 반전 서사의 핵심입니다. 그 두 사람은 화교 출
세상이 갈팡질팡 혼돈에 빠졌다.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전쟁이 일상이 되고, 참과 거짓, 옳고 그름이 무엇인지 구분조차 되지 않는 세상이 되었다. 공정과 정의, 원리나 원칙보다 한탕주의와 이해득실 계산이 앞선다. 열심히 살수록 어리석고 무능한 사람으로 치부되는 세상, 도대체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돌이켜보면 인간이 만물의 영장으로 자리매김한 것은 탁월한 학습능력 때문이었다. 경험에서 얻은 것을 가르치고 또 배우는데 능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위기 때마다 인류를 가르친 위대한 스승이 있었다. 성서나 불경, 탈무드와 같은 말씀이나 소크라
2023년 4분기 합계출산율이 0.65명이라는 충격적인 통계가 발표됐다. 현재도 세계 최저인데 출산율은 계속 떨어진다. 경북은 전국 최초로 ‘저출생과 전쟁’을 선포했고 ‘K-저출생 극복’ 기본구상을 발표했다. 경북이 낳은 아이는 경북이 키워준다는 기치다.이철우 전쟁사령관은 외친다. “저출생은 국가소멸이 걸린 국가안보 문제다. 경북은 독립운동으로 나라를 구하고, 6·25 때는 낙동강 전선도 지켜내고, 새마을 운동으로 잘 사는 나라를 만든 정신이 있다. 1970년까지는 경북 인구가 우리나라에서 제일 많았다. 대한민국을 일으킨 경북의 저
한자엔 까막눈이긴 하지만 하루에 한 편씩 주역을 읽다 보니 한 가지는 알겠습니다. “좋은 게 좋은 것이 아니고 나쁜 게 나쁜 것이 아니다”라는 교훈 하나는 분명히 얻을 수 있습니다. 좋고 나쁨, 길과 흉은 항상 하나로 뭉쳐 다닙니다. 길흉은 때에 따라 바뀌고 주체(사람)의 공덕(功德)에 따라 크게 달라집니다. 그 변화를 재미있게 설명해 주는 책이 주역입니다.제게 주역이 재미있는 텍스트인 이유는 또 있습니다. “유(柔)가 중정(中正)에 오도록 해서 암소를 기른다(畜牝牛)”라는 식의 상징 표현이 좋습니다. “가급적 성질 죽이고, 매사에
중국 청나라 말기 사상가이자 정치인이었던 양계초(梁啓超)는 그의 저서 ‘20세기 태평양가(二十世紀 太平洋歌)’에서 인류문명의 원류를 티그리스·유프라테스강 유역을 중심으로 발달한 메소포타미아문명, 나일강 유역의 이집트문명, 황허강 유역의 황허문명, 인더스·갠지스강 유역의 인더스문명으로 나누었다. 이후 일본의 고고학자 강상파부(江上波夫) 등이 이를 인용하면서 동양을 중심으로 인류의 4대 문명이라는 개념이 확산되었다.이중 특히 메소포타미아 문명과 이집트문명은 서로 비교되면서 학문적으로 많은 연구들이 진행되어왔고, 그 결과 수험목적으로도
코로나19가 가져온 변화는 실로 막대하다. 그중 가장 근본적인 변화에 직면한 분야 중 하나를 꼽으라면 ‘환율’ 부분을 꼽을 수 있다. 수출 등을 통해 국제적인 교역 규모가 절대적인 한국, 일본, 중국 세 국가의 환율 환경 변화가 그렇다. 특히 한때 달러의 위상을 넘보던 위안화의 상황은 180도 달라졌다.먼저 코로나19 이후 중국 위안화의 가치가 급격히 재조정되었다. 코로나19 이전만 하더라도 위안화가 달러의 위상을 넘보고 있다 라든가, 미국과 중국의 패권전쟁으로 위안화의 IMF준비금 편입, 위안화 역외 환전시장 구축, 석유의 위안화
언젠가 ‘저녁이 있는 삶’이라는 대통령 선거구호가 인기를 끌었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 시대의 간절한 요구를 잘 담아낸 메시지로 평가받았습니다. 그때는 가장 큰 결핍이 ‘가족과 함께하는 즐겁고 안온한 저녁의 휴식’이었습니다. 불철주야 ‘뼈 빠지게’ 일해야 했던 동시대의 가장들에게 큰 위로와 위안을 주는 슬로건이었습니다. 국회의원 선거철인 요즘도 각 당마다 절박하고 호소력 있는 선거구호를 내세워 득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선거구호라는 게 크게 나누면 “못 살겠다, 갈아 보자”와 “구관이 명관이다”로 귀결됩니다만 요즘은 좀 다른 것 같
산들바람이 봄꽃을 재촉하여 천지가 꽃향기로 가득하다. 매화를 시작으로 개나리, 목련, 수선, 난초, 벚꽃, 철쭉, 진달래가 치열한 춘투를 벌이더니만 세상을 꽃천지로 만들었다. 뒤를 따르는 복숭아꽃, 살구꽃, 자두꽃의 기세도 만만치 않다. 빨간 꽃술을 뾰족이 내밀고는 치명적인 매력으로 행인들을 유혹한다. 조만간 복숭아, 살구, 자두가 열매를 달고 봄맛으로 변신하게 되면 동장군도 겨울 무장을 해제하고 덩실춤을 출 것이고, 그때쯤이면 사람들도 겨우내 꽁꽁 얼었던 마음의 문을 열고 두런두런 봄 잔치를 벌일게다. 그러면 매섭고 잔혹한 우리
문화행사로 직원들과 영화 건국전쟁을 관람했다. 공칠과삼(功七過三)이 떠올랐다. 모택동은 수천만 인민을 죽음으로 내몬 학살자였다. 그래도 중국인은 그가 잘한 것이 70%이고 잘못한 것이 30%라고 평가한다.그동안 이승만 전 대통령은 비난의 대상이었다. “하와이 깡패, 백인 미녀들과 놀아난 플레이보이” 등 2013년 모 단체가 제작한 백년전쟁은 이승만 죽이기의 결정판이었다. 일각에서는 해명에 매달렸지만, 애당초 거짓 프레임이니 해명될 리도 없었다. 한강 다리를 폭파하고 대통령 혼자 서울을 탈출했다는 “런승만” 등 오히려 거짓이 홍보되고
매년 선거철이 되면 곪아있던 지역감정이라는 병이 터지곤 한다. 4월 10일 총선을 앞두고 본격적으로 선거운동이 시작된 지금 마치 용암이 분출하듯 곳곳에서 지역감정이라는 마그마가 터져 나오고 있다. 아마도 지역감정이라는 고질병이 우리나라가 진일보하는 데 가장 걸림돌이 되어 왔음은 한국 국민이라면 부인하기 힘들 것이다. 한국 현대사에서 지역감정이 등장하게 된 배경은 다음 기회에 논하기로 하고, 오늘은 동서로 나뉘어 서로를 적대시하는 한국의 현대사 이전에는 각 지역의 특성을 어떻게 규정하였는지를 살펴보자.약 600여 년 전 태조 이성계가
국민연금 개혁안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연금특위) 산하 공론화위원회가 최근 국민연금 개혁안을 두 가지로 압축한 게 계기가 됐다. ‘1안’은 소득대체율을 40%(2028년 기준)에서 50%로, 보험료를 9%에서 13%로 인상하는 안이다. ‘2안’은 소득대체율(40%)을 그대로 유지하고 보험료를 12%로 올린다. 하지만 1, 2안에 대해 재정 고갈 우려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그렇다면 여타 OECD 국가들의 연금 상황은 어떤 상황이며, 그들은 어떤 방식으로 연금 개혁을 추
본격적인 선거철을 맞이해서 오랜만에 뉴스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꼭 무협지를 보는 느낌입니다. 온갖 난관을 극복하고 공천을 따낸 유력 후보들이 예기치 않은 복병을 만나 낙마하는 것도 그중의 하나입니다. 거의 팔부 능선까지 올랐는데 과거의 행실이나 발언이 치명적인 아킬레스건이 되어 속수무책으로 낙동강 오리알이 되는 것을 몇 건이나 보게 됩니다. 제 지역구(사는 곳)에서도 그런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달포 전 동네 신협 이사장 뽑는 행사에 갔더니 선거운동을 하러 나온 예비 선량(특정 정당의 공천만 받으면 예외 없이 당선되는 곳이니 그렇게
샘물 마신 나그네가 우물 판이의 노고를 새기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돌이켜보면 지금처럼 풍요로운 대한민국 사회를 만든 것은 “농자(農者)”이다. 칡뿌리, 소나무껍질로 연명하던 한국이 K-푸드의 종주국이 되어 컵라면과 김밥까지 수출할 줄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일이다. 근래 성주 참외가 쿠팡 플랫폼을 타고 세계인의 식탁에 오른다는 소식을 들었다. 경상북도의 시골 마을이 세계적 브랜드의 성지로 변신하는 순간이다. 말 그대로 상전벽해이고 천지개벽이다. 참으로 감개무량하다. 드디어 대한민국도 미국이나 프랑스, 독일, 영국처럼 농자(農者)가
명저 사피엔스의 저자인 유발 하라리는 말한다. 육체적으로 허약한 존재인 호모사피엔스가 만물의 영장이 된 것은 추상적 실재(抽象的 實在)를 말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추상적 실재는 존재하지 않지만 실재하는 것처럼 공동체 생활에서 작용하는 그 어떤 것이다. 자유, 정의, 진리, 법인, 국가, 덕(德) 등이 모두 추상적 실재이다.이들은 만져볼 수 있는 실체물은 아니지만, 공동체 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덕이 없는 사람이 정치한다고 생각해 보라. 마찬가지로 덕이 없이 정책을 집행한다고 상상해보라. 정치나 정책은 국민 통합과 행복을 위
무협(武俠) 장르의 매력은 뭐니 뭐니 해도 우주의 중력(重力)을 깡그리 무시하는, 그 종횡무진하는 경신술(輕身術)에 있습니다. 지붕 위를 붕붕 떠서 날아다니고, 휘청거리는 대나무 가지 위에서도 뒷짐 지고 태연히 칼싸움을 벌이는, 오직 상상으로만 가능한 세계를 무협지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보여줍니다. 땅바닥에 딱 붙어살 수밖에 없는 운명인 우리는 그런 ‘중력으로부터의 자유’가 너무 통쾌합니다. 그런 ‘통쾌한 상상’이 일망무애(一望无涯)로 펼쳐지는 곳이 바로 강호(江湖)입니다.경신술에 견주면, 그 나머지의 현란한 무술적 기예들은 고
지난 몇 주 동안 언론을 통해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가 아마 ‘공천’일 것이다. 오늘은 그 공천의 의미에 대해 짚어보기로 한다. 대의(代議)민주국가를 가능하게 하는 원동력 중 하나가 정당(政黨)이다. 정당은 선거를 통해 일반 대중의 정치참여를 조직화하여 의회민주주의를 이끌어내는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즉, 의회정치가 민주정치를 체계화시키고, 의회는 정당을 통해 구체화된다는 점에서 정당은 현대 민주주의의 핵심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G. Leibholz는 “20세기의 현대 민주국가는 국민주권의 원리에 입각하고 있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