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 장남 민수군, 뇌수술만 여러차례
전문교육기관 다니며 증세 호전되고 있어
부업이나 아르바이트로 생활비 벌고 싶어

"하루에 몇번씩 자살할 마음을 먹었던 제가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우리 민수와 두딸이 저렇게 착하고 밝은 아이들인데 말입니다…"

이정희(38·포항시 남구 해도1동)씨는 요즘 한때나마 나쁜 마음을 먹었던 자신이 부끄럽고 아이들에게 미안할 따름이다. 왜냐하면 도저히 개선이 힘들게 느껴졌던 발달장애 아들 민수(7)의 건강이 갈수록 좋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씨는 지금 기초생활보호대상자에게 지급되는 순수 정부지원금에 의탁해 4식구가 살아가고 있다. 4식구는 다름 아닌 자신과 맏아들 민수, 쌍둥이 두딸 예은(3)·예담(3)이 등 이다. 남편과는 몇해 전 헤어졌다.

이씨는 며칠전 보증금 100만원에 월 30만원을 주고 지금의 월세방으로 이사를 했다. 전번 집 주인이 아이들 셋이 너무 시끄럽다며 방을 비워달라고 했기 때문.

보증금 100만원은 급전으로 빌려 우선 지급했다. 하지만 이번달 20일 시청 생활보조금이 나오면 갚을 예정이다.

경남 산청이 고향인 이씨는 결혼 후 남편따라 포항에 왔다. 비록 부유하지는 않았지만 결혼 초까지만해도 가정은 행복했다.

하지만 이씨에게 삶의 검은 그림자가 드러워진 것은 지난 2002년. 이씨가 집안 일로 한 눈 파는 사이 생후 18개월이던 민수가 그만 3층 계단에서 떨어져 뇌손상을 입게 된 것. '뇌병변'이란 편정을 받아 뇌수술을 받아야만 했다.

안타깝게도 수술후에도 몸은 정상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지능이 떨어졌고, 신체 왼쪽으로 마비가 오는가 하면 간질 증세와 비만까지 겹쳤다. 설상가상으로 머리가 보통아이들보다 자꾸 커져만 갔다. 머리(두피)속에 물이 차 2차계나 물 빼는 뇌수술을 받아야 했다.

현재 민수는 왼쪽 손목이 굽었고, 왼쪽 다리를 절고, 몸무게도 45kg되는 소아 비만의 발달 장애아다.

애지중지 했던 아들이 비정상이 되자 부부간의 금실에도 금이 가기 시작했다. 아이 문제로 자주 다퉜고, 급기야 별거까지 했다. 하지만 부부는 갈등을 극복하지 못한 채 결국 이혼이라는 파경을 맞아야 했다. 불행히도 아이들은 모두 이씨가 떠맡게 됐다.

이씨는 "왜 하필 저에게 이같이 힘든 고난을 주십니까"라며 하늘을 원망하며 수없이 자살을 생각했다.

"투신 자살, 음독 자살 등 자살할 온 갖 방법을 생각하며 밤을 지샌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어요. 저 역시 그때 까지는 텔레비전에 일가족이 자살했다는 보도를 보고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어요. 하지만 그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지요. 하지만 그같은 행동이 다 부질없다는 것을 뒤늦게 나마 깨닫게 되었습니다"

절망의 나락에서 돌아선 이씨는 지금은 점차 마음의 안정을 되찾고 있다. 무엇보다 민수가 지난해 초 취학전 장애아동 전문교육기관인 '도움터'에 다니고 난 뒤부터 점차 기능이 개선되고 있다는 것.

이씨는 "도움터에 가기전만해도 하루에도 수십번씩 간질 증세와 정서불안 등으로 도저히 감당이 안 되었지요. 하지만 지금은 간질 증세는 거의 없어졌고, 지능도 몰라보게 좋아진 것 같다"며 "대부분의 발달장애아가 대인 기피 등의 소극적인 증상을 보이는 반면 민수는 너무 성격이 밝고 착한 편"이라고 자랑했다.

'도움터' 이남식원장도 "내년에 초등학교에 입학해야 하지만 지능이 정상아보다 다소 떨어지는 만큼 취학을 유예한 후 특수교육을 통해 기능을 개선하는 것이 좋을 지 조만간 선택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씨는 민수의 초등학교 취학이 반가운 반면 한편으로는 걱정도 적지 않다. 즉 간질수술로 가슴에 주파수 기계를 내장하고 있을 뿐 아니라 비만이다 보니 잘 넘어져 다칠 위험이 높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씨는 제때 취학하는 것도 좋지만 민수가 건강하게 자라길 원한다. 또다시 사고라도 나면 더이상 버틸 수 없는 상황에 이르기 때문이다.

이씨는 요즘 두 딸 역시 자주 병원을 들락거리는 것 또한 내심 걱정이다. 다행히 민수와 두딸은 현재 무상으로 학원에 다닌다.

하지만 문제는 커가는 아이들을 위해 돈을 모아야 하는 것이 이씨 앞에 놓인 가장 중요한 문제. 민수의 건강이 좋아지고 있는 만큼 새로운 각오를 다지고 있다.

부업을 하든 지 아니면 아이들 학원간 틈(오전 9시~오후3시)을 이용해 파트 타임 일이라도 하려고 마음을 먹고 있다.

얼마전부터는 도매상에서 각종 세제를 갖고 와 이웃 집에 낱개로 팔고 있지만 그것도 제때 수금이 안돼 힘이 든다고 했다.

이씨는 "그래도 제가 건강한 이상 우리 아이들 셋은 반드시 건강하고 훌륭하게 키울거예요"라고 환하게 웃었다.

남편마저 떠난 지금, 혈혈단신의 이씨가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는 것이 마냥 대견스럽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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