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 골목 맛집 가득 군침 도네

경주 성동시장 입구.

천년고도 경주의 도심 속에는 두 개의 시장이 있는데 ‘윗시장’이라 불리는 성동시장과 ‘아랫시장’이라고 불리는 중앙시장이 그것이다. 그중 경주역과 가까운 성동시장은 다양한 먹거리와 함께 역사와 전통이 깊은 음식점들이 많이 모여 있는 먹거리 천국이며, 경주여행에서 필수 방문코스로 손꼽힌다. 성동시장은 1971년에 개설이 되었고, 다른 시장과 마찬가지로 2000년대 초반 전통시장 환경개선사업을 통해 지금과 같은 현대화를 이루었다. 시장골목 전역에 비 가림 시설이 되어 있고 골목마다 품목별로 정비가 잘 되어 있어서 시장을 이용하는 데 아무런 불편함은 느껴지지 않는다. 또한 가까운 곳에 경주의 주요 관광자원들이 대거 포진하고 있어서 경주 여행 시 볼거리와 먹거리를 동시에 공략할 수 있다.

성동시장 전경.

시장 내에 주차타워 형식의 공영주차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30분당 500원의 저렴한 가격으로 이용하는 것이 가능하다. 각 상점에서 1만 원 이상 물품을 구매하면 30분 무료주차권을 주는데, 하루에 4장까지 사용이 가능하니 거의 무료로 주차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과일가게

시장의 크기도 작지 않다. 가로세로 약 150m 정도의 정사각형 모양으로 되어 있고 골목골목 빽빽하게 가게들이 입점해 있다. 매월 2일, 7일이 장날이긴 하지만 상설시장이어서 굳이 장날에 맞춰서 가지 않아도 다양한 먹거리를 만나볼 수 있다.

폐백 음식 골목

주차타워에 차를 대고 시장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만나는 곳이 폐백음식길이다. 각종 폐백 이바지 음식들을 만들고 판매하는 가게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그 옆에 자리 잡고 있는 곳이 이곳에서 유명한 한식뷔페 골목이고, 그 앞에 일직선으로 길쭉하게 먹자골목이 이어진다. 먹거리들이 많은 이 골목들이 사람들이 가장 많이 붐비는 곳이다.

성동시장에서 가장 크게 자리 잡은 골목은 단연 한식뷔페 골목이다.

한식뷔페 골목

이 골목에는 11개의 식당이 모여 있는데 처음부터 뷔페형식으로 음식을 내어오던 곳은 아니었다고 한다. 일반 기사식당처럼 한상을 차려내던 곳이었는데 손님들이 반찬을 더 달라고 하는 경우가 많아서 직접 리필해먹도록 세팅을 하였다 한다. 그러다 어느 방송에서 취재를 온 PD의 제안으로 뷔페형식으로 바꾸었다고 한다. 그러다 하나씩 가게가 늘더니 지금처럼 골목을 형성하였다. 각 식당마다 세팅된 반찬들은 비슷하다. 이집 저집 다니던 손님들이 왜 이곳에는 저 반찬이 없냐고 물어오곤 했다는데, 고객 니즈를 맞추다 보니 각 집마다 반찬들이 비슷해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울긋불긋 다양한 색의 음식들이 접시에 고봉처럼 가득 올려진 비주얼은 없던 식욕도 만들어낸다.

청도식당 한식뷔페

이 골목의 터줏대감은 ‘청도식당’이다. 2대에 이어 50년 넘게 운영을 하고 있는 집으로 한식뷔페 골목의 역사이기도 하다. 자리에 앉으면 빈 접시와 집게를 내어준다. 손님들은 알아서 반찬만 담으면 되며, 밥과 국은 따로 내어준다. 골목 내 다른 식당도 비슷한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듯하다. 반찬은 대충 세어보니 약 20여 가지 정도 되며, 하나같이 맛이 좋아서 각각 별도로 구매할 수도 있다. 가격은 1인당 7000원으로 시장음식치고는 비싼듯하지만, 시장 밖 여느 뷔페집에 비하면 저렴한 편이다.

먹거리 골목

성동시장에서 가장 핫한 곳은 역시 먹거리 골목이다. 약 100m 정도 직선으로 뻗은 이 골목에는 다양한 먹거리들의 향연이 이어진다. 수제비, 족발, 김밥, 순대, 떡볶이, 꽈배기 등 여느 시장에서 볼 수 있는 모든 음식들이 모여 있는 흥겨운 골목이다. 이곳에도 오래되고 TV방송 등에 소개된 집들이 많이 포진되어 있다.

보배김밥

먹거리 골목에서 가장 유명한 먹거리는 ‘우엉김밥’이다. 달짝지근한 우엉조림을 넣은 김밥으로 이곳에서 그 역사는 40년에 이른다. 그 40년의 역사를 만든 집이 바로 ‘보배김밥’이다. 가게 배경에 걸린 방송출연 인증 현수막은 이 집이 이미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곳이라는 것을 말해준다. 그 현수막 앞에서 할머니 사장님 한 분이 열심히 김밥을 싸고 계신다. 올해 80세가 되신 용띠 사장님은 마흔 살 때부터 이곳에서 김밥을 시작하셨다고 한다. 그렇게 40년간 얼마나 많은 김밥을 말아오셨을까. 할머니는 오랫동안 이곳을 지키며 우엉김밥을 성동시장의 시그니처로 만든 공로자이다.

보배김밥

1인분에 2줄이고 가격은 5,000원이다. 두 줄 김밥을 도시락에 담고 우엉조림을 한 움큼 올려주신다. 사실 달짝지근한 맛 이외에는 유별나게 특별한 맛은 없다. 하지만 기본에 아주 충실한 김밥으로 계속 손이 가는 맛이다. 우엉조림은 별도로 판매하기도 하니 반찬용으로 손색이 없으리라.

유성찹쌀순대

각종 블로그와 SNS를 뒤져보면 성동시장에서 꼭 가보아야 할 곳으로 손꼽는 곳 중 하나가 ‘유성찹쌀순대’집이다. 이곳 역시 먹거리 골목에 자리 잡고 있으며, 가게 앞에 걸린 게시물에는 30년 전통을 가지고 있다고 적혀 있는데 실제로는 40년이 넘은 집이라고 사장님이 귀띔하신다.

유성찹쌀순대 순대1인분

먹음직한 순대 한 접시가 4,000원이다. 잡내가 전혀 없는 것이 신기할 정도였고, 순대의 쫄깃한 식감과 잘 만들어진 된장 소스가 맛있는 곳이다. 다소 터벅한 간과 말랑말랑한 순대를 함께 집어서 된장에 푹 찍어 먹어보면 다채로운 식감과 맛을 만나게 될 것이다.

시장도너츠

이곳에는 도너츠를 파는 가게도 몇 군데 있는데, 그중 가장 유명한 곳이 ‘시장도너츠’라는 간판을 달고 있는 가게다. 그 옆에 30년 전통의 달인이라는 안내문도 걸려 있는데 실제로는 무려 37년의 역사를 가진 곳이다. 1982년부터 시작했다고 하신다. TV프로그램인 ‘생활의 달인’ 외 무려 4번이나 방송에서 소개된 적이 있는 성동시장의 필수 방문 코스이기도 하다.

경주 전통시장의 쌍두마차인 두 곳. 아랫시장인 중앙시장은 최근 야시장이 인기를 얻으며 방문객들을 끌어모으고 있고, 윗시장인 성동시장은 3~40년 된 내공 있는 가게들이 든든히 버팀목이 되고 있다. 경주는 관광도시이다. 볼거리, 즐길거리 등 관광 자원이 잘 발달된 경주에서 전통시장은 문화관광 인프라 그 자체이다.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장소가 아닌 그 이상의 문화 콘텐츠를 담아내고 소비시키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런 것은 전통시장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는 대형마트 등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전통시장만이 가진 가치를 발견하고 집중한다면 시장 그 이상의 역할을 할 것이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이재락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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