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설문조사…"아이들 복잡한 정서 보살펴야"

초등학생들이 온라인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경북일보DB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장기화로 전국의 초·중·고등학교의 개학이 계속 미뤄지고 있는 가운데 학생의 절반 이상이 평일 낮 집에서 보호자 없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일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의 ‘코로나19가 아동·청소년에게 미친 일상변화’ 설문조사에 따르면 평일 낮 시간대 성인 보호자 없이 집에 머무른 경우는 초등학생이 46.8%, 중학생 55.9%, 고등학생이 64.9%였다.

설문조사는 재단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13일부터 24일까지 전국의 초·중·고등학생 1009명을 대상으로 진행했으며, 초등학생은 384명, 중학생 367명, 고등학생은 258명이었다.

특히 이번 설문조사 결과에서 초등학생들은 만 18세 이하 형제와 시간을 보냈다는 응답이 37.6%였고 혼자 있었다는 응답도 9.2%로 나타났다.

개학이 연기되고 방학 기간이 길어지는 만큼 학생들의 생활패턴도 크게 달라졌다.

우선 수면시간이다. 학생들이 집에만 머무르면서 아동·청소년 기준 평균 수면시간이 8시간 47분으로 코로나 19 이전 8시간 6분에서 41분가량이 더 늘었다. 여기에 ‘오전 0시 이후 취침한다’는 비율이 35.1%에서 62.3%로 크게 증가해 생활패턴이 ‘올빼미형’으로 바뀐 모습도 보였다.

집에 오랜 시간 있다 보니 부모와의 대화시간이 길어진 장점도 있었다. 하루 평균 3시간 이상 부모와 대화하는 비율이 11.2%에서 29.8%로 18.6%p 올라간 것이다.

반면 친구들과 만나거나 신체활동을 하는 시간은 그만큼 줄었다.

‘친구들과 만나서 노는 시간이 전혀 없다’는 비율은 56.3%로 코로나 전 10.3%에 비해 46%p나 증가했다. 운동이나 신체활동 시간이 하루 평균 30분 미만이라는 비율도 31.2%에서 55.6%로 24.4%p 올랐다.

집에서만 주로 생활하다 보니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에 노출되는 시간은 크게 늘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로 노는 시간이 하루 평균 3시간 이상이라는 비율은 46.2%로 코로나 19 전 16.1%에 비해 30.1%p 상승했고 밖에서 친구와 만나는 대신 온라인 채팅을 통해 대화했다는 비율도 10.2%에서 24.6%로 14.4%p 올랐다.

학생들은 거듭된 개학 연기로 인해 학교생활에 대한 불안감도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등교하지 못한 기간 경험한 스트레스 지수를 100점 만점으로 지수화한 결과 ‘앞으로 해야 할 공부를 생각하니 걱정된다’는 항목이 55.2점으로 가장 높았고 ‘친구들과 마음껏 어울리지 못해 불만’이 47점, ‘집에 있는 동안 살찌고 외모가 못생겨질까 봐 걱정’이 33.1점, ‘부모님이 지나치게 간섭하고 참견해 짜증이 났다’가 29점 순으로 조사됐다.

또 코로나 19 발생 이후 자신의 미래에 대해 ‘불안하다’고 답한 비율은 32.4%로 ‘불안하지 않다’ 25.6%보다 높았다. 특히 ‘불안하다’는 답변에서는 남학생은 26.2%로 나왔지만 여학생은 39%로 조사돼 더 높았고 27.1%가 답한 초등학생보다는 고등학생이 39.4%로 더 불안하다고 답했다. ‘학교나 집에서 예전처럼 활동할 수 없겠다고 생각한다’는 응답도 59.4%를 차지했다.

재단 아동복지연구소의 이필영 소장은 “코로나 19 확산으로 사회적 돌봄 시스템이 일시에 멈추면서 돌봄 사각지대가 발생한 것”이라며 “가족 형태에 따라 방임 정도가 심각한 아동·청소년이 없었는지 확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아동·청소년의 건강한 발달을 위해서는 생활의 적절한 균형이 필수”라며 “불균형한 일상이 지나치게 장기화하지 않도록 어른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아이들의 생각 변화는 공부하는 방식이나 의사소통, 관계 맺는 방식 등 행동 변화로 이어질 것”이라며 “코로나 사태처럼 예기치 못한 사회적 재난 시기에 아이들이 갖게 되는 여러 복잡한 정서에 대한 세심한 보살핌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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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목 기자
이정목 기자 mok@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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