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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인] 29. 전통윷 대가 조교영 명인
[명인] 29. 전통윷 대가 조교영 명인
  • 정형기 기자
  • 승인 2020년 05월 24일 20시 00분
  • 지면게재일 2020년 05월 25일 월요일
  • 13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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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들 삶 함께 해온 싸리나무 전통 윷 독학 30년
전통 싸리나무 제작 과정을 선보이고 있다.
“싸리나무는 단단하고 무게감이 있어 던지는 느낌부터 다르며, 부딪치는 소리가 맑아 게임의 흥을 돋웁니다”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싸리나무를 제작해 생산하는 전통 윷 제작의 대가인 한국 윷 전통제작소 소장인 영양군 일월면 도계리 조교영(73) 명인.
조교영 소장의 작업실인 한국 전통윷 제작소 전경
16.5㎡(5평) 남짓 사무실에는 옛 고서적들로 쌓여 있었으며, 벽 한쪽에는 자신이 지난 2001년 특허청으로부터 받은 특허증이 걸려 있었다. 사무실에서 처음 만나 조 소장은 새까맣게 탄 그 얼굴만으로도 자신의 삶처럼 참 단단하고 곧은 싸리나무와 많은 닮았다는 느낌을 받았다.

30여 년이 넘게 전통 윷 제작에만 바쳐온 조 소장은 싸리나무 윷은 대도시 유명백화점을 넘어 이제 미국 LA 등지에서 영양지역 특산공예품으로서 ‘옛날 싸리나무 윷’이란 이름으로 판매되고 있다.

지금도 전통 윷놀이와 제작 과자에 대해 공부하고 있는 조교영 소장
△ 전통 윷을 만들게 된 배경.

한양조씨 집성촌에서 태어난 조 소장은 어릴 때부터 부모님이나 동네 어르신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자주 하던 윷놀이를 보고 자랐으며, 늘 마음속에 제대로 된 윷을 한번 만들어 보고 싶었다.

이런 마음을 평생 품고 살아온 조 명장은 지난 1991년 30여 년의 공직생활을 마무리하고 본격적으로 400여 년 전부터 전해오는 일월면 주곡리 속칭 ‘주실마을’ 윷놀이 관습과 말판에 관한 연구를 시작하면서 전통 싸리나무 윷을 제작했다.

퇴직 후 동네 어르신들께 어깨너머로 윷 만드는 모습을 보고 배운 기술로 나무 나리 윷을 만들어 서울에 아는 지인에게 선물해 너무나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전통 윷에 관한 공부를 하게 됐다.

조 소장은 우리나라 전통 윷에 대한 고서는 모두 찾아 읽으며 독학을 하고, 특히 서울 인사동 등 옛 책방에서 살다시피 하면서 전통 윷에 대한 서적을 찾아 공부했다. 그 결과 2001년 특허청으로 ‘싸리나무를 주재료로 하는 전통 윷 제조 방법’에 대한 특허도 받았다.

또 전통 윷놀이에 대한 숱한 자료와 노인들의 증언을 토대로 부여 때의 관직 이름으로 된 윷놀이 판을 제작했으며 종경도(從輕圖)를 비롯해 주실 마을의 팔목 놀이 등 전통놀이도 재현해 냈다.

조 소장은 “수년 전만 해도 명절이 다가오면 마을 뒷산에 올라가 굵은 싸리나무를 잘라 윷을 만들어 놀았으나 박달나무 등을 이용한 윷 가공품이 등장하면서 이런 전통은 점차 사라지고 최근엔 마을 단위 윷놀이 풍습마저 찾아보기가 힘들다”며 “많은 젊은이가 전통 윷에 대한 새로운 시각으로 장인 의식을 갖고 기술을 터득해 ‘가장 한국적인 놀이가 가장 세계적인 놀이’가 될 수 있도록 관심을 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통 싸리나무 윷 제작 과정을 선보이고 있다.
△ 싸리나무 윷의 특징과 제조 과정.

싸리나무는 우리 조상들이 삶과 함께 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나라 전국 어느 야산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 싸리나무를 가지고 옛 조상들은 싸리나무로 소쿠리나 빗자루, 회초리, 지팡이 등 생활용품을 만드는 데 사용됐으며, 이뇨작용, 혈관 건강, 두통 개선 등 몸에 좋은 효능도 가지고 있어서 민간요법의 약재로써도 사용됐다.

조 소장의 겨울은 사계절 중 가장 바쁜 계절이다. 싸리나무는 물이 오르면 쉽게 껍질이 벗겨지기 때문에 낙엽 잎이 모두 떨어진 겨울의 싸리나무가 윷가락 재료로 최고이기 때문에 일 년 동안 만들 싸리나무를 겨울에 채취해야 한다.

첫눈이 내리는 겨울이면 오면 야산에는 변변한 이동 수단이 없어서 지게를 지고 이 산 저 산을 넘어다니며 싸리나무를 채취해 사무실 한쪽에 마련된 작업실에서 홀로 작업을 한다.
겨우내 채취한 싸리나무를 쌂아 알맞은 크기로 잘라 말리고 있는모습
싸리나무는 윷가락의 최고급 재료다. 손가락 굵기 정도로 바르게 자란 줄기를 잘 말려서 18cm 정도의 길이로 잘라서 쪼개면 최고의 윷가락이 되는데 무게와 단단하기도 알맞고, 던지면 윷가락이 서로 부딪치며 방바닥에 구르면서 떨어지는 모양이나 소리도 일품이다.

싸리나무의 껍질은 매우 단단해서 10여 년 동안이나 윷놀이를 해도 검은 자색의 껍질이 벗겨지지 않고 그대로 붙어 있어서 흰 속살과 대조가 되는데 모두가 엎어진 모와 모두가 뒤집힌 윷이 더욱 선명하게 나타나서 싸리 윷이 윷놀이의 재미를 더욱 돋우어준다

특히 조 소장의 손에서 제작되는 싸리나무 윷은 휘어지거나 갈라지는 것을 막기 위한 삶기 단계에서부터 윤기가 나게 하는 최고급 산초 기름 매기기까지 총 6단계의 공정이 모두 수작업으로 이루어진다.

조 소장은 자신이 만든 전통 싸리나무 윷이야말로 공장에서 천편일률적으로 찍어내는 공장 윷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자신의 한 땀 한 땀이 담긴 인생이고 철학이며, 장인의 영혼으로 그 어떤 윷과도 비교할 수 없는 우리나라에서는 유일한 특허를 받은 전통 윷이라고 자부심이 대단했다.

조교영 소장이 만든 전통 싸리나무 윷과 윷말판
△ 조 소장의 삶에서 전통 윷이란?

조 소장은 자신이 만든 윷을 가지고 전통 윷놀이를 하는 모습을 볼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한양조씨 집성촌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조 소장에게 전통 윷놀이가 열리는 날이면 엄격한 한양 조씨 집성촌 사람들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두 모여 덩실덩실 춤을 추고 마을 잔치를 하는 날이나 진배없었다.

그래서 조 소장은 전통 윷놀이야말로 세대 간을 이어주고 가족, 친지, 이웃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최상의 오락이며, 윷놀이를 하면서 응원을 하고 박수를 치고 또 게임에서 이긴 사람이 덩실덩실 춤을 추는 모습은 가장 아름답고 가장 한국적인 모습이라 평가한다.

지금도 조 소장은 자신이 만든 윷을 동네 경로당이나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에 선물하고 함께 윷놀이를 즐긴다, 얼마 전에는 미국 LA 사는 교포가 주문해 전통 싸리나무 윷을 사용해보고는 ‘유년 시절 겨울이면 가족들과 친구들이 좁은 안방에 옹기종기 모여 놀던 향수가 절로 난다.’며 ‘더 만들어 주면 미국에 사는 한국교포들에게 많이 나눠주고 한국의 우수한 전통문화가 잊히지 않게 보급하고 싶다.”는 뜻을 밝혀 보람을 느꼈다고 했다.

조 소장은 전통 윷을 만드는 일이야말로 누군가는 이어가야 할 전통 작업으로 이제는 자신의 천직이며, 자랑이라고 했다.

인터뷰를 하고 있는 조교영 소장
△ 조 소장의 꿈은?

조 소장은 자신이 어렵게 연구하고 이제 전통의 방법으로 만든 싸리나무 윷을 자신이 죽으면 이제 더는 세상에 더는 생산하지 못할까 가장 안타까워한다.

과거에는 윷 만드는 일만으로는 먹고 살 수 없었지만, 이제는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만큼 요즘 젊은 사람들이 전통 기술을 이어가는 것도 충분히 가치 있고 소중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래서 조 소장의 자신이 30년을 바친 전통 싸리나무 윷 제작 방법이 다시 사라질까 봐 윷 제작을 전수 할 수 있는 제자 양성이 유일한 꿈이며 희망이라고 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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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형기 기자 jeonghk@kyongbuk.com

경북교육청, 안동지역 대학·병원, 경북도 산하기관, 영양군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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