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와지붕·돌담 하나하나 세월의 정취 뭍어나…'한 폭의 그림'
황토색 논두렁이 마을로 이어지고 길 끝에는 기와집이 자리한다. 기와지붕 아래에는 돌담이 가지런하게 늘어서 있는데 기와지붕, 돌담 하나에도 오랜 세월의 정취가 물씬 풍겨 나온다.
상서로운 봉황은 오동나무에만 날아든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오록마을’.
마을 입구에서 바라보는 오록마을의 풍경은 마치 살아있는 민속촌에 온 것처럼 인상적이다.
한옥 대다수가 마을 전면에 자리하고 있어 언뜻 동네 전체가 전통가옥으로 이뤄진 것처럼 보인다. 옹기종기 들어선 고택과 정자, 사당은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답다.
오록마을은 오계구곡을 경영한 노봉 김정이 조선 숙종 때인 1696년 진사시에 합격한 뒤 이곳에 터를 잡은 이후 풍산김씨의 집성촌이 됐다.
풍수지리에 밝은 김정은 이곳에 터를 잡은 후 후손을 위해 마을 가운데로 흐르던 물길을 서쪽으로 돌리고 수구막이로 남쪽에 석축을 쌓았으며 화를 예방하기 위해 성황당을 짓는 등 비보에 힘썼다.
마을 입구의 소나무도 좌청룡의 맥을 보호하기 위해 조성한 비보림이다.
특히 김정은 지방의 수령으로 재임하는 동안 백성에게 선정을 베푼 목민관으로 아름다운 일화를 많이 남겼다.
흉년이 들면 봉급을 털어 가난하고 굶주린 자들을 구휼하고, 백성들을 위해 저수지를 만들고 창고를 수리하는 등 선정을 베풀었다.
지방의 수령으로 재임하는 동안 양역의 여러 가지 폐단을 개선하기에 힘쓰는 등 목민관으로서의 치적을 많이 남겼으며 저서로는 ‘노봉집(蘆峯集)’ 4권이 있다.
오록마을 입구에 있는 물야초등학교 앞쪽에는 노봉 김정 선생 기념추모비가 있다. 300년 전에 노봉 선조가 터를 잡았다는 기념비로 1996년 병자년(丙子年) 12월 8일에 세워졌다.
1922년 개교해 올해로 100년을 맞이한 물야초등학교는 여느 시골학교처럼 아담한 2층 건물의 초등학교지만 아름다운 숲을 품고 있는 학교로 유명하다.
2000년부터 산림청은 생명의 숲가꾸기국민운동을 펼치며, 유한킴벌리와 함께 아름다운 숲을 선정했다.
22세기를 위해 보전해야 할 아름다운 숲, 아름다운 거리숲, 아름다운 마을숲, 아름다운 학교숲 등 4분야별로 나눠 선정했는데 물야초등학교는 아름다운 학교숲 대상을 수상했다.
정문을 지나 학교로 들어가는 진입로 좌우에는 느티나무, 향나무, 산딸나무 등이 우람한 나무들이 큰 키를 자랑하며 푸르게 뽐내고 있다.
교정 좌측으로는 한 폭의 수묵화를 보는 것 같은 커다란 소나무 몇 그루가 가지를 늘어뜨린 채 운동장 한 켠을 채우고 있다.
△붉은 장대의 끝에 푸른 칠을 한 나무로 만든 용을 얹은 솟대거리.
물야초등학교를 지나 오록마을 가는 길에 소나무 군락이 길게 이어져 장관을 이룬다.
마을로 들어서면 붉은 장대 끝에 푸른 칠을 한 나무로 만든 용을 얹은 솟대가 세워져 있는데 이 솟대는 효죽이라고도 한다.
솟대를 세운 것은 오록마을에서 대소과 급제자가 배출될 때마다 이를 축하하기 위해 솟대를 세웠던 전통에서 기인한다.
마을이 들어서고 지금까지 소과 41명, 대과 10명, 음직 45명, 수직 7명, 증직 8명 등 111개의 솟대가 세워졌었다.
이런 역사적 사실을 후손에게 전하고자 솟대의 일부를 복원했다.
오록마을 내에는 노봉종택과 노봉정사, 사당이 남아 있다.
노봉정사는 노봉 김정의 유덕을 추모하고자 조선 영조 18년(1742)에 유림에서 정자와 사당을 건립한 것이다.
그 후 노봉정사의 정자는 유림의 집회 및 백일장을 베푸는 장소로 사용됐으며 정사가 있는 마을 입구에는 김정이 제주 목사로 있다가 돌아올 때(1736) 제주 소나무씨를 가져와 심었다는 제주송 수십 그루가 있다.
노봉정사는 정면 3칸의 건물로, 앞으로 난간을 둘렀다.
‘중건상량문’에 따르면 1733년 건립된 건물로, 현판은 조선시대 최고의 서예가인 한석봉의 글씨다.
노봉정사 뒤편으로는 김정을 기리는 사당이 있다.
토담으로 둘러싸인 정자의 문을 열고 들어서면 정면 3칸의 정자와 함께 아담한 연못이 나온다. 선비들이 글을 읽고 학생들이 공부하던 풍경은 사라졌지만 뜨거웠던 학구열이 여전히 느껴지는 공간이다.
오록마을의 고즈넉한 고택들 중에서도 망와고택은 200년의 세월을 간직하고 있다.
망와 선조의 15대 후손이 오랫동안 빈터로 남았던 망와고택을 재보수해 무너진 돌 담장을 하나하나 다시 쌓고, 사당터를 복원하고 주변 경관을 가꿔 현재는 게스트하우스로 운영하고 있다.
옛 모습 그대로 보존된 한옥에서 하룻밤을 묵을 수 있으며 아궁이와 가마솥이 있어 장작불로 솥밥을 지어보거나 마중물을 넣고 펌프질을 하면 물이 나오는 옛날식 펌프도 체험할 수 있다.
전형적인 한옥마을에서 시간을 보내며 시골의 정취도 느끼고 힐링 여행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곳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