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오제만 즐기기엔 아까워…푸른하늘 아래 탁 트인 풍경으로 힐링
자인면은 원효성사의 탄생지로 유명하며 계정들소리, 여원무 등 토속문화가 전승되고 있는 문화의 고장이다. 수원이 풍부하여 과수, 채소 재배가 활발하며 복숭아와 대추, 한우 등이 널리 알려져 있어 대구 근교에 방문하는 여행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진다.
서부리는 옛 자인현 소재지 서쪽에 위치해 붙여진 이름이다. 이름 그대로 경산시 자인면의 서쪽에 있는 지역이고, 면적은 1.17㎢이며 행정구역상으로 서부1리와 서부2리로 되어 있으며 북사리마을과 이웃해 있다.
대나무 숲이 세 곳이나 되어 죽삼(竹三)으로도 불렀다. 자인현 시절에 서부리는 행정의 중심이었으므로 ‘소전거리’,‘시장거리’와 ‘종로거리’ 등 붙여진 이름이 많이 있는 고장이다.
서부리 마을의 가운데에 있는 삼정지를 찾아본다. 조선 성종 11년(1480년)에 만들어졌으며, 못을 만들 당시 세 골짜기에서 흘러내리는 물이 모여들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새못’이라 부르기도 하고, 2개의 연못으로 이루어져 있어 ‘쌍동이못’이라고도 한다.
삼정지의 여름을 감상해보자. 한여름에 가면 고운 색의 연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고 연잎이 가득 한 폭의 그림같이 수놓아져 있다. 바람에 날리는 버들나무들 또한 녹빛으로 물들어져 풍경이 아름답다. 매미소리 들리는 한여름 날씨에도 불구하고 푸른하늘 아래 탁 트인 정자에 앉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상쾌해진다. 산책로도 잘 되어 있어 일상에 지친 시민들의 마음을 달래주는 휴식공간으로 조성되어 있다.
삼정지를 지나 북쪽으로 조금 걸어가다 보면 푸른 계정숲이 보인다. 자인 계정숲은 1997년 12월 1일에 경상북도 기념물 제123호로 지정됐다. 이 숲은 시간과 공간의 경계가 지워진 오래된 미래이기도 하다.
계정숲은 이팝나무, 말채나무, 느티나무, 참느릅나무 등의 향토수목들로 낙엽수와 활엽수가 섞여 있으며, 구릉지에 남아있는 천연림으로 경북은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보기 드문 자연숲이다.
경산시 일대에 과거 어떤 나무들이 울창하였는지를 잘 보여주며, 미래에 이 일대의 자연을 복구시킬 때 어떤 나무들을 심어 가꾸어야 할지를 가르쳐주어 학술적 가치가 높은 천연숲이다.
계정숲 안에는 한장군묘, 조선시대 전통 관아였던 자인현청 본관인 시중당을 비롯해 자인단오제전수회관 등이 위치하고 있어, 우리 조상들이 자연을 바라보는 사상과 전통을 엿보고 배울 수 있는 생동감 있는 현장교육의 장이이기도 하다. 이러한 계정숲을 오래도록 보존하고 가꾸어 우리 후손들이 볼 수 있도록 하고 싶다.
단오는 우리나라 신라시대부터 내려오는 전통 관습이며 음력 5월 5일에 그네뛰기나 씨름, 탈춤 등의 놀이를 즐기며 창포물에 머리를 감는 풍습이 있다. 신라시대부터 전승되고 있는 경산지역의 대표적인 전통 문화행사인 자인단오제(중요무형문화재 제44호, 1791년 3월 16일 지정)는 보통 음력 5월 5일 단오 날부터 3일간 자인 계정숲에서 열린다.
자인단오제는 지역 주민들의 고을 수호신인 한 장군께 행하는 유교식 제례로서 고대의 명절인 수릿날에 한묘제를 올리고 단오굿, 호장장군 행렬, 여원무, 팔광대놀이, 자인계정들소리, 씨름, 그네 등의 다채로운 민속 연희를 연행하는 방대한 형태의 고을 굿이다.
2022년 경산 자인단오제 행사는 첫째 날, 호장장군 행렬을 시작으로 한 장군대제, 자인단오굿과 창모 머리 감기 시연 등이 시행되었고, 둘째 날은 경상북도 무형문화재 제31호로 지정되어있는 자인계정들소리, 국궁 시연 등의 공연과 지역대학생들이 보여주는 공연으로 축제로서의 의미를 더했다. 마지막 날인 3일차에는 경산자인단오 씨름대회와 자인단오 음악회 등이 열려 재미를 더하며 3일간 행사를 마무리 지었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3년 만에 개최돼 시민들과 관광객들이 자인단오제의 정취를 오랜만에 만끽할 수 있었다. 잠시나마 지친 마음을 달래는 기회가 되었으면 하고, 향후 지역의 전통문화를 잘 보존하고 유지해 나가는 뜻깊은 축제로 치러나가고 있다.
계정숲 인근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자인공설시장으로 걸음을 옮겨본다. 자인공설시장은 경상북도 경산시 자인면 서부리 254번지 일대에 자리하고 있다. 1969년 개설되었고 현재 점포 54개를 갖추고 있는 자인의 대표 명물이다.
장날은 오일장으로 매월 3일, 8일로 끝나는 날이다. 자인 5일장은 신라시대부터 노점으로 자연스럽게 시작하면서 6·25전쟁을 전후해 인구가 많이 유입되어 정기시장으로 발전하여 운영하고 있다. 장날이면 옛시골장터의 정취를 한껏 느낄 수 있어 평소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자인공설시장은 갈치, 돔베기, 소고기 등이 가장 유명하다. 각종 파릇파릇한 채소와 묘목들이 판매되고 있으며, 호미와 삽 등 정원이나 농사에 필요한 도구들도 자리하고 있다.
장날 시장 구경도 하고 수육 한 접시와 국수 한 그릇 하는 건 어떨까. 시장에 오면 빠질 수 없는 주전부리, 먹거리들도 많이 보이고 해장국, 선짓국 등 국밥집도 눈에 띈다.
옛 시골 장터의 정취를 한껏 느낄 수 있어 많은 이들이 찾고 있다. 모처럼 도시에서 잠시 벗어나 휴식을 즐기며 자인전통시장을 둘러보는 것도 어떨까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