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 내내 베 짜는 소리…전통문화 가치 고스란히

안동시 임하면 금소리 전경.
마을 앞으로는 길안천 맑은 물이 흐르고 나지막한 산이 등 뒤에서 마을을 포근하게 감싸 안고 있는 금소마을은 배산임수라는 전형적인 한국의 농촌마을의 모습을 그대로 담고 있다.

안동시에서 남동쪽으로 14㎞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는 이 마을은 예천임씨, 울진임씨 등이 집성촌을 이루고 있으며 마을 곳곳에 유물유적과 문집 등 전통문화가 남아있다.

예천임씨(醴泉林氏) 집성촌인 임하면 금소리는 마을 앞들에 흐르는 물길이 비단 폭을 펼친 듯 아름답다 해서 처음에 ‘금수(錦水)’마을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마을 안산인 비봉산 아래의 오동소(梧桐沼)에 거문고가 있어야 좋다는 이야기에 따라 나중에 금소(琴韶)로 바꾸어 불렀다고 한다. 풍경만큼 이름도 아름다운 마을이다. 마을 앞 보호수 소나무가 중심을 잡고 서 있는 솔숲이 훤히 내다보이는 자리에 모하정(慕河亭)과 화악정(花악亭)이 있고 그 곁으로는 재실인 송하재(松下齋)가 있다.

모하정은 고려 때에 활동한 문신이며 예천임씨의 시조인 서하(西河) 임춘(林椿)을 기리기 위해 1975년에 예천임씨 금양문중에서 지었다.

정중부가 일으킨 무신의 난으로 가문 전체가 화를 입었을 때 스무 살 즈음의 임춘은 겨우 피신하여 목숨을 부지했다. 그는 고향에 돌아가지 못한 한을 품고 서른셋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지만 ‘국순전(麴醇傳)’, ‘공방전(孔方傳)’과 같은 우리 문학사에 길이 남는 가전체 산문을 남겼다.

화악정은 조선 현종 때 활동한 이 마을 출신의 선비 임세명, 근명, 순명 삼 형제를 기리기 위한 공간이다. 송하재는 예천임씨 시제를 올리는 재실로 2010년 3월 안동시 유형유산 제38호로 지정됐다.

전통빛타래길쌈마을 안동포타운 전경.
자연유산인 마을 숲과 문화유산인 정자와 재실이 함께 이 마을의 정체성을 형성하고 있다.

금소리는 안동포(삼베)로 유명한 마을답게 일 년 내내 베 짜는 소리가 끊이지 않는 마을이다. 이곳에 있는 안동포 전시관은 수백 번의 손길로 탄생한 ‘안동포 천 년의 혼’을 담고 있다.

안동포짜기.
‘안동포짜기’는 경상북도 지방무형문화재 제1호이자 국가무형문화재 제140호로 지정됐다.

삼베는 수분을 빨리 흡수하고 배출하며 자외선 차단능력을 갖추고 있다. 곰팡이균을 억제하는 항균성과 항독성이 있어 우리 민족이 애용하던 재료 중의 하나였다. 사질양토의 충적평야가 발달한 안동 금소리는 삼베 원료인 대마 재배의 최적지이다.

이러한 물리적 배경에다 안동지역 여인네들의 섬세한 손길을 더하며 조선시대에는 진상품으로 꼽혔다. 지금도 여름철 최고급 한복감으로 손꼽힌다. 특히 수의감으로는 더없는 상품으로 친다.

안동포는 삼찌기부터 상괴내기(염색)까지 13개의 과정을 거치는 동안 사람의 손길이 100번 이상 닿아 탄생하는 노력과 정성의 산물이다. 특히 안동포는 다른 지방과 달리 벗겨 낸 껍질에서 다시 겉껍질만 훑어내는 독특한 과정을 통해 속껍질만 사용하기 때문에 그 품질이 우수하다.

하지만 복잡하고 힘든 생산과정 탓에 길쌈기술을 배우려는 젊은 사람의 수가 적어 생산량이 점점 줄어드는 게 현실이다.

202가구 350여명의 주민들이 모여 살고 있는 이 마을에는 현재 40~50가구에서 베를 짜고 있다. 대부분 고령으로 기력이 달려 그만둬야겠다는 할머니들이 많다.

베짜기는 전통시대 여성들에게는 매우 고된 일이었다. 밭일과 부엌일을 다 한 뒤에, 10여 단계의 노동으로 이뤄지는 베짜기를 감당해야 했다. 여럿이 모여 두레삼을 삼을 때는 ‘잠아잠아 오지마라’라고 하는 잠노래나 시집살이노래를 부르며 고단함을 잊었다. 이러한 노동을 통해 가족들을 입히고, 자식들을 길러낼 수 있었다.

다행히도 마을 앞 안동포타운 전승교육관에서는 안동포짜기를 배우려는 사람들이 문화재 할머니들로부터 기술을 전수 받고 있다.

‘안동포타운’이 안동시 임하면 금소리에 문을 연 것은 이 동네가 전통적인 안동포 생산지였기 때문이다. 안동포 전시관, 영상실, 안동포 짜기 시연장, 안동포 공예관 등이 들어선 곳은 옛 금소초등학교 자리다.

금소마을에서 안동포 원료인 대마를 수확하고 있다.
금소리를 중심으로 재배되어 오던 대마(헴프)는 안동포를 짜는 원료로 한정된 데다 화장문화 확산으로 중국산보다 상대적으로 비싼 안동포 수의를 선호하지 않아 재배 면적이 매년 줄어 지난 2018년 2.5㏊로 겨우 명맥만 유지되어 왔다.

그러던 중 2020년 7월 이 마을이 ‘경북산업용헴프(대마)규제자유특구’로 지정되면서 대마를 활용한 바이오산업의 문이 열리고 산업영역이 한층 넓어지게 됐다. 대마는 세계적으로 의료·산업용으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각종 의류와 종이 등 2만 가지 이상 다양한 용도로 사용된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안동포타운 앞 길안천 다슬기잡기 체험.
이에 따라 재배면적은 2020년 6.6㏊, 2021년 48㏊로 급증했다. 지역에 기반을 둔 헴프, 바이오 관련 기업과 수도권 기업들이 입주하면서 수요도 늘어나고 있다.

금소리 안동포마을에서는 안동포짜기를 보존하고 후대에 물려주기 위한 노력과 함께, 안동포짜기를 비롯한 다양한 전통문화의 가치를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무료로 운영하고 있는 안동포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지금까지 수많은 학생들이 안동포마을에서 껍질 벗기기 등을 직접 체험하고, 문화재 할머니의 베틀시연을 관람했다.

마을에서 운영하는 길쌈마을 한옥펜션과 경함정, 계와고택 등 한옥 체험을 할 수 있는 집도 여러 곳 있다. 가족 단위로 혹은 이웃친지들과 함께 전통의 향기를 느끼며 한옥에서 하룻밤을 지내고, 길쌈체험, 다슬기 줍기 체험 등 농촌에서 색다른 시간을 보내기에 좋다.

오종명 기자
오종명 기자 ojm2171@kyongbuk.com

안동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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