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넘는 진학지도로 입시 전문…기본·실력 갖춘 학생 최종 성공
올해 수학·탐구영역 당락 갈라
적성 맞는 직업 찾아갈 수 있는 안정적 사회 환경 조성 없다면
대학 진학과 사교육 열기 지속

오는 6일께 2025학년도 수능 성적이 발표된다. 경북일보TV ‘화통톡쇼’는 40년 넘게 진학지도를 해온 입시 전문가 윤일현 교육문화연구소 대표를 만나 입시지원 전략과 함께 과열 양상으로 보이고 있는 교육 현장의 문제를 짚어 보았다. 그는 입시의 본질과 변화하는 교육 환경 속에서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며, “입시는 점쟁이와 같은 역할이지만 기본과 실력을 갖춘 학생이 최종적으로 성공한다”고 강조했다. 또 의대 정원 확대가 많은 변수를 만들어 낼 것으로 전망했다.

윤 대표는 특히 재수학원들의 재수 유혹에 넘어 가 재수를 염두에 둔 상향지원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재수생 강세’라는 언론 보도도 믿지 말라고 조언한다.

윤일현 교육문화연구소 대표.

- 진학지도를 시작한 지 얼마나 되는지.

△40년이 넘어가고 있다

-진학지도는 마치 점쟁이 같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맞는 말이다. 점쟁이는 맞아도 맞는 게 아니고, 틀려도 틀린 게 아닌 직업이다. 입시 전문가도 비슷하다. 해마다 입시 경향이 다르고, 변수가 많아 정확히 맞히는 건 어렵다. 그래도 제 예측이 60%는 맞는다고 생각한다.

-올해 수능시험에 대해 어떻게 분석하나.

△올해 국어, 영어, 수학은 지난해보다 쉬웠고, 사회탐구는 특히 어려웠다. 문제가 어렵게 나오면 표준점수 최고점이 올라가고, 반대로 쉬우면 최고점이 낮아지면서 동점자가 많아진다. 그래서 최상위권 학생들이 한두 문제 실수로 원하는 대학에 가지 못하는 경우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정시에서는 특히 전국 수험생을 한 줄로 세우는 방식이라 점수 간 변별력이 크면 지원이 수월하지만, 동점자가 많을 때는 경쟁이 치열해진다. 이는 최상위권 재수생 증가로 이어질 것이다.

-이번 수능은 변별력이 있었던 시험인가.

△최상위권, 특히 의대 지원자들에게는 변별력이 관건이겠지만, 전체적으로는 변별력이 유지된 시험이라고 본다. 지난해 국어가 변별력을 좌우했다면, 올해는 수학과 탐구영역이 당락에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이번 입시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

△재수생 수가 2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점이다. 특히 의대 정원이 1500명 늘어난 영향이 크다. 의대를 목표로 한 재수생이 약 9만 명에 달한다. 이들은 원하는 의학계열이 아니면 지원하지 않기 때문에 의대 입시에서 변수가 많을 것이다. 또한 ‘무전공 자율전공’도 주목할 만하다. 전체 모집 정원의 약 6.6%를 차지하는데, 이는 1학년 동안 전공 없이 진학해 2학년부터 전공을 선택하는 제도다.

-정시 전략은 어떻게 세워야 할까.

△우선 자율전공에 주목해야 한다. 보건계열이나 사범 계열을 제외하면 인문·자연 모두 선택 가능한 경우가 많다. 대학마다 과목별 가중치가 다르니 이를 꼼꼼히 살펴야 한다. 탐구영역 교차 응시가 가능해지면서, 의대 지원에도 사회탐구 과목이 허용되는 경우가 있으니 이런 점을 잘 파악해야 한다. 정시에서는 가나다군 각각 3개 대학 정도를 골라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수시 미충원 인원이 정시로 이월될 가능성이 높은 의대를 주의 깊게 살펴보아야 한다.

-원하는 점수를 못 받은 학생에게는 재수를 권하나.

△재수는 학생의 선택이다. 흔히 재수생의 합격률이 높다고 하지만, 10명 중 3명은 성적이 오르고, 3명은 그대로이고, 3명은 더 떨어진다. 의지와 계획 없이 재수를 선택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현재 점수에 맞는 대학에 진학하는 것도 방법이다. 꼭 재수를 해야겠다면 현실적으로 가능성을 분석한 뒤 결정해야 한다.

-의대 증원 문제가 초등학생 교육에도 영향을 미치는데.

△초등 의대반 이런 이야기도 나왔다. 그래서 경북일보 칼럼에서도 한번 쓴 적이 있다. 의대 초등반을 만드는 경우에는 그런 강의를 하는 학원이나 거기에 보내는 부모 모두 아동학대죄로 형사처벌 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가 그냥 여러 변수가 있기 때문에 사실은 고등학교 올라가서도 상전벽해의 대변화가 일어나는데 초등부터 어떤 변화가 있을지 어떻게 아나. 그리고 지금 AI가 분초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는데 앞으로의 세상이 어떻게 될지 어떻게 알겠는가. 그런데 지금 기준으로 의대만이 살길이라 이렇게 해서 그걸 부추기고 또 거기에 같이 가담하는 부모님들은 세상 돌아가는 흐름을 지켜보면서 깊이 생각해야 된다.

-의대 열풍이 대구·경북에서 강한 이유는.

△이 부분에 대해 연구원에 의뢰해 조사를 해봤는데 대구·경북은 특히 1997년 IMF 구제금융 그리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대구 기업들이 혹독한 고통을 겪었다. 대구가 주로 노동집약형인 섬유와 청구·보성·우방 등 건설, 그리고 대백·동아의 유통이 사양길로 접어들면서 구조조정으로 인한 고통이 컸다. 그때 아버지들이 아이들이 자는 모습을 보면서 라이센스 가지고 사업을 하는 의사가 이런 외풍에 제일 강해 보였던 거다. 그래서 의대 열풍이 강하고 불게 됐다. 세계에서도 원래 자연계 최상위권을 의대, 의전 그리고 인문계는 로스쿨 이런 쪽에 가지만 우리처럼 이렇게 모두가 한쪽 길을 가지는 않는다.

-대학 재학생 중 의대 진학 응시자가 많은지.

△대학 재학생 수만 명이 의대나 상위권 학과를 바라보고 재수 대열에 합류를 했다. 최근 언론에서도 경북 지역의 가채점 1위가 지방 의대생이라고 나왔다. 의대 정원이 늘어남으로써 수도권 빅5나 메이저 의대에 가야 앞으로 경쟁력을 가질 것이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어쨌든 의대를 겨냥한 최상위권 재수생이 굉장히 많다. 정원 1500명이 늘어났는데 그중에 80%가 지방의대다. 그러면 지방의대 중에는 수시에서 정원 확보를 못하는 의학과가 많이 나올 수 있다. 이게 정시로 이월되기 때문에 수험생들은 이런 변수들을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상위권 학과 커트라인이 상승할지.

△의대 커트라인만 놓고 보면 인원이 1500명 늘었으니 지난해보다 떨어진다고 봐야 된다. 의대로 1순위가 빠지고 나면 자연계나 이공계 커트라인은 좀 더 내려갈 것이다. 이 말은 입학이 좀 더 쉬워진다는 것이다. 인문계 최상위권 학과는 일정 인원을 떼서 무전공 자율전공으로 넘겼다. 예를 들면 경영학과에 100명 뽑았는데 20명은 떼서 자율전공분으로 넘기면서 정원이 줄었다. 따라서 그런 인기학과들은 좀 더 힘들 수도 있다.

- 대학 진학 열기를 완화할 방법은 없을까.

△현재로서는 어렵다. 경쟁이 있는 한 사교육 수요는 사라지지 않는다. 대학을 졸업하지 않아도 적성에 맞는 직업을 통해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이 조성되지 않는 한, 입시 열기는 계속될 것이다.

-고2 학생들의 겨울방학이 중요한 시기인데.

△사설학원들은 ‘겨울을 이기는 자가 승리한다’는 말을 강조한다. 하지만 중요한 건 기본에 충실하는 것이다. 선행 학습보다는 교과서의 기본 개념을 깊이 이해하고, 약한 과목을 보완하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이다. 어떤 지름길도 없다. 천천히 차근차근 실력을 쌓는 것이 성공의 비결이다.

-중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에게도 조언 부탁한다.

△중학교 시기가 가장 중요하다. 고3 때는 이미 늦다. 학습을 즐기고 기본을 다지는 것이 필요하다. 부모는 자녀에게 부담을 주기보다는 여유를 가지고 지켜봐야 한다. 학생이 스스로 흥미를 느끼고 자신의 페이스대로 목표를 이루도록 도와주는 것이 중요하다.

40년간 교육 현장에서 경험을 쌓아 온 윤 대표의 조언은 결국 ‘기본’으로 귀결됐다. 변하는 입시 환경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학습과정의 중요성을 강조한 그의 말이 진학을 준비하는 모든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고 있다.

황재승 기자
황재승 기자 hjs@kyongbuk.com

국회, 정치, 출향인 및 영상취재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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