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미국이 국방부를 ‘전쟁부’로 되돌릴 수 있다는 뉴스에 이어, 또 다른 의미심장한 변화가 포착되고 있다. 국방부 내부에서 “본토와 서반구 보호를 우선하자”는 새로운 국가방위전략(NDS) 초안이 논의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최근 수년간 중국 견제를 최우선에 둔 전략 노선과는 크게 다른 궤적이다.
만약 이 변화가 실제 정책으로 굳어진다면, 미국의 지정학적 후퇴는 곧 세계경제 구조의 균열로 직결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 30년 동안 미국은 세계 공급망의 중심이자 국제금융의 최종 보증인으로 기능해왔다. 그러나 전략의 초점이 ‘해외 견제’에서 ‘국내 방어’로 이동한다면, 그동안 당연시되던 국제경제의 안전망은 점차 약화될 것이다.
첫 번째 충격은 공급망이다. 미국이 자국 내 생산과 안보를 앞세우면, 중국과 동아시아에 분산됐던 제조 거점은 한층 빠르게 재편된다. 반도체·배터리·희토류 등 전략물자는 이미 ‘디리스킹’이라는 이름 아래 블록화가 진행 중이다. 이는 효율성보다 안정성을 중시하는 흐름이며, 단기적으로는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이는 요인이 된다.
두 번째는 무역이다. 20세기 초 영국이 식민지를 기반으로 무역 루트를 독점했던 것처럼, 미국은 서반구 중심의 새로운 무역 블록을 구축할 가능성이 있다. 북미·중남미 국가들과의 결속은 강화되지만, 아시아와 유럽은 상대적 소외를 겪을 수 있다. 이 경우 교역량은 줄고 환율 변동성이 확대된다. 달러의 지위는 당장은 유지되더라도, 역외 위안화와 유로화의 사용 확대라는 균열은 피하기 어렵다.
세 번째는 자본 흐름이다. 지금까지 위기가 발생하면 자본은 곧장 미국으로 몰려갔지만, 미국이 ‘세계 경찰’ 역할을 내려놓는다면 글로벌 투자자들은 새로운 안전자산을 모색할 수밖에 없다. 금이나 유럽·일본 국채가 대체재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단기적으로 달러 강세를 부추기면서도, 장기적으로는 달러 패권의 서서히 약화를 의미한다.
마지막은 투자 심리다. 열강이 세계지도를 나눠 가졌던 1904년 영일동맹 시기처럼, 오늘날에도 지정학의 선 긋기가 본격화된다면 시장은 ‘탈세계화의 가속’을 반영할 수밖에 없다. 무역 의존도가 높은 신흥국 통화는 취약해지고, 글로벌 증시는 기술·방산·에너지 같은 전략 산업을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다. 반면 소비재·서비스 산업은 투자 매력이 떨어질 수 있다.
결국 이번 변화는 세계화가 끝자락에 다다랐음을 한층 더 선명히 드러낸다. 과거 영국과 일본이 ‘특수이익’을 ‘지배권’으로 바꿔 부르던 것처럼, 오늘날 미국도 ‘자유무역’이라는 이상 대신 ‘국내 우선’이라는 현실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세계경제는 이제 규칙 기반의 질서보다 힘과 이해관계가 앞서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