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준호 (주)선이한국 대표
▲ 문준호 (주)선이한국 대표

그대는 보지 못했는가? 황화의 물이 하늘에서 내려와 바다에 닿고, 다시 돌아오지 못하는 것을. 노동도 마찬가지다. 한 시대를 지탱한 가치였지만, 이제는 되돌릴 수 없는 변화의 흐름 앞에 서 있다.

노동은 산업혁명 이후 본격적으로 거래되기 시작했다. 이유는 단순하다. 노동이 희소했기 때문이다. 인간은 제한된 시간과 에너지를 가진 존재였고, 그 노동은 곧 가치였다. 사회는 이를 기반으로 굴러갔고, 사람들은 노동을 통해 생계와 존엄을 유지했다. 노동은 곧 인간을 증명하는 수단이자 공동체의 기초였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테슬라는 “노동의 희소성이 사라지는 시대”를 경고한다. 이는 단순한 자동화 수준의 변화가 아니다. 인공지능과 로봇은 이제 단순 반복을 넘어 판단, 설계, 창작까지 대체하고 있다. 노동으로 가치를 증명하는 방식은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다. 그렇기에 노동의 의미는 근본적으로 다시 정의되어야 한다. 인간이 어떤 영역에서 여전히 대체 불가능한지를 탐구하는 작업이 필수적이다.

세계는 이미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핀란드는 2017년 기본소득 실험을 통해 매달 560유로를 지급하며 사회 안정 효과를 검증했다. 맥킨지는 2030년까지 전 세계 일자리의 15%가 사라질 것이라 전망했다. EU는 2027년까지 1억 명에게 디지털 재교육을 제공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는 단순한 복지가 아니라 사회의 미래 경쟁력을 위한 투자다. 반면 한국은 여전히 보호 논의에 머무르고 있다. 노란봉투법 같은 제도는 필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과거의 잣대로 21세기를 해석하는 순간, 변화는 놓치고 기회는 흘러간다.

AI와 자동화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노동 기반의 삶을 유지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법과 제도의 미세 조정이 아니라, 냉정한 현실 인식이 먼저다. 목마른 사람에게 소금물을 주는 방식으로는 해답이 될 수 없다. 단기적 보호가 아니라 구조적 전환이 필요하다. 노동 이후의 사회를 어떤 틀로 설계할지에 대한 질문이 지금 우리 앞에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노동의 재정의다. 희소성을 잃은 노동 대신 어떤 가치를 창출할지, 인간과 기술이 어떤 관계를 맺을지를 논의해야 한다. 인공지능 시대는 단순한 기술 혁명이 아니라, 노동과 가치의 근본적 재설계를 요구한다. 변화는 두렵지만, 피한다고 멈추지 않는다. 오히려 변화를 직시할 때 새로운 기회가 열린다.

결국 선택은 단순하다. 두려움 속에 머물 것인가, 아니면 변화를 주도할 것인가. 노동의 희소성이 사라진 시대, 미래는 결국 준비한 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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