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에서 환자들을 접하다 보면 디지털 중독이 얼마나 심각한지 실감할 때가 많다. 침을 맞는 동안에도 유튜브 영상을 보거나 게임을 즐기는 환자가 있고, 어린이 환자 중에는 스마트폰 애니메이션이 없으면 치료를 거부하는 경우도 있다. 짧은 영상을 끊임없이 넘겨보는 젊은 여성, 진료 중에도 큰 목소리로 전화를 이어가는 사업가도 흔히 볼 수 있다.
일상에서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점심시간 길을 나서면 휴대폰 화면에 시선을 고정한 채 횡단보도를 건너는 아이들을 쉽게 마주친다. 자기 전 스마트폰을 보다가 새벽이 되어서야 잠드는 학생들의 이야기는 이제 흔하다. 아침에는 알람 소리에 눈을 뜨고, 카카오톡과 뉴스를 확인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잠들기 전까지 손에서 스마트폰을 내려놓는 순간이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마트폰은 우리 삶을 편리하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우리는 그것의 ‘노예’가 되었다. 신호가 잡히지 않거나 스마트폰을 집에 두고 나왔을 때 느끼는 불안감이 이를 잘 보여준다. 이제는 ‘디지털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한 ‘디지털 디톡스’가 절실하다.
사실 필자도 휴대폰을 과도하게 사용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지만, 하루를 돌아보면 아침부터 밤까지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최근 유발 하라리의 저서 『넥서스』를 읽으면서 이러한 자각은 더욱 커졌다. 그는 AI와 디지털 중독이 인류를 심각한 위기로 몰고 가며, 종국에는 문명의 종말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 예측은 섬뜩할 정도로 현실적이었고, 스스로 먼저 디지털 중독 극복의 사례가 되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그 실천은 작은 습관에서 시작했다. 매일 아침 기상 후 한 시간, 잠들기 전 한 시간 동안은 휴대폰을 전혀 보지 않는 것이다. 단순한 시도였지만, 그 효과는 놀라웠다. 아침에는 따뜻한 반신욕을 하며 책을 읽거나 명상을 한다. 분주하게 휴대폰을 켜고 하루를 시작하던 때와 달리, 명상에 집중하면 마음속 깊은 상처가 서서히 치유되고, 쌓였던 불안과 피로가 씻겨 나가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종이책을 읽으며 잊혔던 상상력이 되살아나고, 하루를 차분하게 맞이할 수 있는 여유도 생겼다.
과거에는 자유시간이 주어지면 소파에 비스듬히 누워 유튜브 영상으로 웃음을 찾았다. 그러나 휴대폰을 끄고 하루 한 시간씩 명상과 독서를 이어가자 가장 큰 변화는 ‘나 자신을 다시 바라보게 된 것’이었다. 화면만 응시하던 두 눈은 종이 위의 글자를 따라가며 사유하게 되었고, 때로는 눈을 감고 ‘나는 누구인가’라는 물음 앞에 서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잊고 지냈던 내면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사전적으로 디지털 중독은 스마트폰·컴퓨터의 과도한 사용으로 스트레스, 불안, 우울 등 다양한 증상이 나타나는 상태를 의미한다. 이를 치유하기 위한 행위가 바로 디지털 디톡스다. ‘디톡스(Detox)’가 몸속 독소를 배출해 건강을 회복하는 것처럼, 디지털 기기로 인해 쌓인 정신적·신체적 독소 역시 반드시 제거해야 한다.
물론 증상이 심하면 병원을 찾는 것도 의미가 있다. 그러나 많은 경우 생활습관 개선만으로도 극복할 수 있다. 무엇보다 취침 전 스마트폰 사용을 중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늦은 밤의 과도한 자극은 불면증과 낮 시간의 피로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또 규칙적인 운동, 독서, 가족·친구와의 대화를 일정에 포함시키는 것도 도움이 된다.
디지털 디톡스는 단순히 기기 사용을 줄이는 차원을 넘어 ‘나 자신을 되찾는 과정’이다. 아침에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며 하루를 시작하거나, 저녁 석양을 감상하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작은 실천만으로도 우리는 휴대폰 화면 대신 ‘진짜 세상’을 만날 수 있다. 그렇게 일상의 순간을 되찾을 때, 디지털 디톡스는 가장 쉽고도 강력한 치유법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