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금융위 정책 발표를 계기로 부동산 시장을 다시 살펴본다. 며칠 전 실거래 내역을 보고 눈을 의심했다. 비강남권 아파트가 올 초 무려 15억 원에 거래된 것이다. 시장이 이토록 뜨거운데도 서울 집값이 고평가됐다고 공개적으로 경고하는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2021년만해도 노형욱 전 국토교통부 장관과 홍남기 전 경제부총리가 신호를 보냈지만 지금은 그마저 사라졌다. 나라님들 눈에는 태평성대처럼 보이는 걸까. 경고 없는 풍경 속에서 “보유세를 더 걷기 위해 집값을 띄운다”는 루머가 커뮤니티에 퍼지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다음 주 발표될 서울 집값 통계는 소숫점 단위 상승으로 표현되겠지만 시장 체감은 이미 랠리 초입에 가깝다. 문제는 거시 지표다. 대출 증가율은 낮은데 가격은 왜 뛰는가. 답은 간단하다. 가족 간 ‘패밀리 뱅킹’이 제도권 금융을 대체하기 때문이다. 부모가 자녀에게 수억 원을 빌려주고, 이자 차액이 천만 원 이하라 증여로 간주되지 않으니 합법적이다. 은행 주담대 통계에는 잡히지 않지만 실제 시장에는 막대한 유동성이 투입된다. 이는 한국만의 현상이 아니다. 호주, 영국 등 선진국이 이미 보여준 ‘에셋 이코노미’의 본질이 드러나는 것이다. 모든 것은 주택에서 시작되고, 주택이 자산을 끌어올리며 경제 전반을 흔든다. 정부가 대출을 더 옥죄면 부의 사다리를 끊고, 불평등과 일본식 장기 버블을 넘어선 거품으로 이어질 수 있다. 서울은 상위 5분위보다 4분위 지역이 더 강세를 보일 전망이다. 서초·강남·송파·용산에 더해 마포·성동·강동·양천, 동작·영등포의 신축과 재건축 단지가 주 무대가 될 것이다. 경기도는 오히려 5분위가 돋보인다. 과천, 판교, 분당, 광명 중 특히 분당과 광명은 주목할 만하다.
결국 주택은 단순한 거주지가 아니라 한국 경제의 향방을 가르는 열쇠다. 오늘의 15억 거래는 단발적 사건이 아니라 거대한 흐름의 신호다. 폭등 열차는 이미 출발했고, 천정은 GDP 대비 7배까지 열려 있다. 자산의 시대, 모든 것은 다시 주택에서 시작된다. 집값은 단순한 가격표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욕망과 두려움, 그리고 미래를 비추는 거울이자 집단적 심리를 반영하는 초대형 스크린이 되고 있다.
노형욱 전 국토교통부 장관과 홍남기 전 경제부총리 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