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건수 전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장·경북대의대 명예교수
▲ 이건수 전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장·경북대의대 명예교수

제 2벤처기업의 목표는 소아 암 중에서 제일 완치율이 낮은 신경모세포종의 진단과 새로운 치료를 위한 약제 개발인데,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이 질환에서 한국인 유전자에 맞는 항체 개발이 되어야 한다. 필자는 이 암에 대한 실험적 논문을 이미 3편(1. 단일크론성항체와 면역 bead를 이용한 신경아세포종 세포의 검출에 관한 실험적 연구; 1988년, 2. 신경모세포종 세포에 대한 시험관내 항암제 감수성 검사; 1999년, 3. Establishment of Korean Neuroblastoma Cell Line (NBL-K1); 1999년)이나 발표한 바가 있어서 이 암세포의 생물학적 특성에 대해서 남다른 첨단 지식을 습득하였다. 특히 두 번째 논문은 1996년 한국학술진흥재단 자유연구과제 연구비지원과 ㈜갑을의 지원으로 진행된 실험을 바탕으로 작성된 논문이었다. 이 실험들은 필자가 관장하는 염색체 검사실에서 직접 진행되었다. 벤처 산업의 첫째 관문은 누드마우스(nude mouse; 면역학적으로 다른 생명체로부터 침입을 받은 적이 없어서 일체 항체 생성이력이 전혀 없는 면역학적으로 깨끗한 실험 쥐)에게 이 질환을 앓고 있는 환아에서 암세포만을 분리해서 복강에 주입하면, 수주~수개월 후부터 사람의 암세포가 자라게 되고, 이 실험쥐는 자신의 생존을 위해서 이 암세포에 대한 항체를 생성하게 된다.

이 것이 복부에 모이게 되므로, 주기적으로 복수(복부에 고인 물)를 채취해서 크로마토그래피 (chromatography; 복수에 섞여 있는 혼합된 물질 중에서 이 암의 제거를 위해서 만들어진 항체를 분리해 내는 장치)로 암에 특이한 순수한 항체를 모을 수 있게 되며, 순도를 높이는 과정을 거치면, 신경모세포종 세포에 특이한 한국인만의 항체 생성이 가능하므로, 미국과 프랑스에서 생산되는 것을 사용되는 것 보다 훨씬 특이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그 후에 많은 암들의 향상된 치료법의 근간은 암세포에 특이한 항체 개발에 의한 것들이 대부분이어서 향상된 치료율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고가의 개발비로 인해서 상상을 초월하는 약제비가 부담되어 환자가 선택하는데 주저할 수밖에 없다. 필자는 미국 UCLA소아혈액종양과에 1년 간 수학을 하고 1987년 귀국하여 바로 골수이식을 준비하여 시작하였다. 대상 환아는 수년 간 약물치료에 반응이 없었던 재생불량성빈혈을 앓고 있는 10대 남아였다. 누나의 HLA검사 후 골수세포를 채취해서 이식을 진행하였다. 골수세포는 필자와 혈액내과 교수와 함께 두 명이 수술실에서 골수천자를 통한 골수채취를 각각 50회씩 하여, 섞여 있을 수 있는 뼛조각을 필터로 거른 후, 수혈의 형태로 환아에게 주입하였다. 시술 전에 이식 거부 예방을 위한 약제 등 필요한 조치를 하였다.

그 당시에 가톨릭병원 내과에서 김동집, 김춘추 교수에 의해서 이 시술이 제일 먼저 진행되어 환자들에게 새로운 생명으로 재탄생되는 쾌거를 이루고 있던 때였고, 소아과에서 단독으로 환아에게 골수이식술을 시행했던 것은 필자보다 수년전에 세브란스병원의 (고) 김길영 교수에 의해서 시행된 일란성 쌍생아간 이식으로 일간지와 방송을 통해서 널리 알려진 후였다. 그러니까 지방 대학병원에서 처음 시도된 터이어서, KBS-TV 방송국에서 바로 찾아와 촬영을 하였으며, 다음 날 아침 뉴스로 전국 TV방송에 방영되었다. 환아는 계획대로 3주 경부터 백혈구 수치가 회복되어 이식이 성공되었다고 판단되는 수 일 후, 골수이식의 주된 실패 원인인 CMV 감염이 동시에 진행되었다. 이것은 공여자의 혈액내 보유되어 잠재된 CMV 바이러스가 골수 이식을 통해서 환아에게 전파되고 환아는 이식거부에 대한 면역억제제 투여로 인해서 면역이 저하된 상태로 CMV에 대한 저항력 상실에 의해서 발병되었을 것으로 해석된다. 첫 환아는 이식은 되었지만 치료할 수 없는 CMV 감염으로 이식 후 6주에 사망하였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었다.

이렇게 전국 TV의 아침 뉴스로 방영된 후 3개월이 되었을 무렵, 서울에서 모 교수가 우리 대학병원을 방문하겠다고 해서 만났다. ‘골수이식술에 대한 무균시설을 갖추어야 다음에 이식술을 할 수 있다’는 규정을 제시하면서 개선을 촉구하였다. 그러나 필자는 ‘미국 UCLA병원에서도 무균병실이 따로 없이 골수이식이 진행되므로 반드시 갖추어야 될 시설은 아니고, 이 무균병실은 곰팡이와 세균으로 부터의 격리시설이지, 그 당시로는 치료방법이 없는 바이러스 감염은 막지 못하므로, 무균병실이 골수이식술에 필수적 사항은 아니다’라고 항변했지만, 이미 서울 기득권(?) 위주로 정해진 규정을 넘어설 수 없는 상황으로 두 번째 골수이식술은 상당 기간 할 수가 없었다. 그 이유로 무균실 설치 장소가 소아과 병동인가, 내과 병동인가를 두고 원장실에서 수년간 망설(?)이는 동안에, 골수이식술이 필요한 환자들은 서울로, 서울로 향하게 되었다. 이제는 병원 내부 사정을 떠나 지방 대학병원에서는 못 고치는 질병이라고 인식되면서 서울로 갈 수밖에 없게 되었다. 필자는 우리나라에서는 유일하게 미국 소아암 전문치료단체인 소아암연구회(Children Cancer Study Group(CCSG; CCG로 개명 후 2,000년도에 Pediatric Oncology Group과 통합 후 Children Oncology Group, COG로 개명)의 회원으로 소아에서 발생되는 모든 암의 치료 프로토콜을 공유하는 자격을 가져서 미국에서 치료를 받는 것과 동일한 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바램으로, 필자를 찾아 입원을 원하는 부모이어서 환아 치료에 거는 기대는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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