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준호 (주)선이한국 대표
▲ 문준호 (주)선이한국 대표

2025년, 세상은 데이터 위에 서 있다. 스마트폰은 하루 수십억 번의 터치를 기록하고, 자율주행차는 매초 테라바이트급 영상을 분석한다. 사람의 언어, 행동, 표정, 심지어 뇌파까지 디지털로 수집되며 인공지능의 연료가 된다. 기술의 진보 속도는 산업혁명보다 열 배 빠르고, 데이터는 그 속도를 유지시키는 엔진이 되었다.

이제 데이터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기업의 경쟁력, 국가의 안보, 개인의 일상까지 모두 데이터로 측정된다. 문제는 양이 아니라 질이다. 누구나 데이터를 모을 수 있지만, ‘실용데이터’를 만드는 능력은 극소수만 가진다. 실용데이터란 단순히 저장된 정보가 아니라, 실제 의사결정과 행동을 바꾸는 데이터다.

예를 들어 병원에서 수집한 생체신호는 그 자체로는 의미가 없다. 하지만 환자의 회복 속도, 약물 반응, 수면 패턴과 연결되면 실용데이터가 된다. 이 데이터는 새로운 치료법을 제시하고, 제약회사의 연구비를 줄이며, 궁극적으로 사람의 생명을 구한다. 금융도 마찬가지다. 소비 내역과 위치 정보가 결합되면 개인화된 신용평가가 가능해지고, 이는 기존 금융시장의 틀을 다시 짠다. 제조업에서는 센서가 공정의 미세한 진동을 감지해 불량률을 예측하고, 물류에서는 배송 경로를 실시간으로 최적화한다. 이렇게 데이터가 ‘움직일 때’ 비로소 가치가 만들어진다.

AI시대는 단순한 ‘데이터의 시대’가 아니라 ‘실용데이터의 시대’다. 생성형 모델이 아무리 정교해도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면 공허한 예술에 그친다. 반면 실제 현장에서 쓰이는 데이터는 기업의 이익과 사회의 효율성을 동시에 끌어올린다. 지금 빅테크들이 의료, 물류, 금융, 제조 등 전통 산업으로 눈을 돌리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데이터의 해석과 활용이 산업의 주도권을 결정짓는 것이다.

결국 데이터의 가치는 ‘활용’에 있다. 살아 있는 데이터는 예측을 가능하게 하고, 예측은 자본의 방향을 바꾼다. 산업화 시대의 석유가 경제를 움직였다면, AI 시대의 석유는 실용데이터다. 데이터를 많이 가진 자보다, 데이터를 쓸 줄 아는 자가 세상을 지배한다. 그리고 그 데이터는 인간의 손끝에서, 다시 인간의 미래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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