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경 작가 ‘신봉리의 시간’ 영상·설치·한지작업 등 18점 공개
청도 화양읍 스페이스315·청도읍성 일원서 16일까지 열려
청도 화양읍의 작은 마을 신봉리에 예술의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 4일 개막한 정해경(62) 작가의 14번째 개인전 ‘신봉리의 시간’이 지역의 일상을 예술로 바꾸는 특별한 실험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번 전시는 오는 16일까지 스페이스315와 청도읍성 일원에서 진행된다.
정 작가는 청도군 화양읍의 한 농가를 개조한 작업실 겸 전시공간 ‘스페이스315’와 청도읍성을 배경으로 영상·설치·한지작업 등 18점을 선보였다.
그는 대구현대미술가협회 회원으로, 계명대학교 서예학과를 졸업하고 한지·목재·흙 등 자연 소재를 활용해 평면과 입체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이번 전시는 경북문화재단의 ‘2025 예술작품지원사업’에 선정된 작품으로, 작가는 도시의 화려한 미술관 대신 자신이 살아가는 마을을 무대로 택했다. 낡은 한옥 외양간, 마당, 읍성 평지 등 생활공간 전체가 전시장이 됐다.
정 작가는 “문화와 예술은 도시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일상 그 자체가 예술적 자산임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서로 다른 세대와 문화가 어우러지는 사회를 위해서는 서로의 생활에 대한 호기심과 공감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전시의 사회적 의미를 덧붙였다.
관람객의 눈길을 끄는 것은 신봉리 마을 입구에 설치된 ‘엉덩이 의자’다. 폭 2m, 높이 1m의 바람주머니 형태로 만들어진 이 작품은 주민과 관광객이 실제로 앉을 수 있는 조형물이다.
신봉리 주민 박명수(72) 씨는 “평소 조용한 마을에 관광객이 찾아와 활기가 돌고 있다. 우리가 쓰던 물건들이 예술작품이 된다니 신기하다”고 웃었다.
청도읍성 서문루 앞에는 전시의 제목과 같은 설치작 ‘Bloom’이 세워졌다. 100년이 넘은 서까래와 조명을 활용해 ‘낡음 속에서 피어나는 생명’을 표현했다. 도시의 미술관에서는 보기 힘든 농촌적 풍경과 재료의 조합이 관객에게 신선한 충격을 준다.
관람객 김원경(50·대구)은 “작품이 농촌의 유머와 지혜를 담고 있다. 세계적으로 주목받은 ‘호미’처럼 이 ‘엉덩이 의자’도 K-아트로 주목받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정해경 작가의 작품들은 ‘한지’와 ‘흙’, ‘서까래’ 등 전통 소재를 활용하면서도 현대적 감각을 담고 있다. 쪽빛으로 물들인 한지 평면작업 15점은 자연광 아래에서 은은한 입체감을 드러내며, 한옥의 나무 질감과 어우러져 고요한 시각적 울림을 만든다. 외양간을 활용한 설치작은 ‘낡은 공간의 재해석’이라는 메시지를 담았다.
지역 미술관 관계자는 “작가가 대도시 대신 마을을 무대로 선택한 것은 지역 문화의 자생력과 예술의 본질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면서 “이번 전시는 ‘생활예술의 확장’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신봉리의 시간’은 단순한 전시를 넘어 농촌마을이 예술과 일상을 함께 품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오래된 건물과 일상의 풍경, 그리고 지역 주민의 참여가 어우러져 청도라는 공간을 새롭게 조명하고 있다. 전시는 오는 16일까지 열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