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준호 (주)선이한국 대표.
▲ 문준호 (주)선이한국 대표.

2000년 닷컴버블의 기억은 여전히 생생하다. 당시 인류는 인터넷이라는 신대륙을 발견했고, ‘닷컴’이라는 이름만 붙여도 주가는 하늘로 치솟았다. 하지만 기술보다 돈이 먼저 달렸고, 결국 거품은 꺼졌다. 25년이 흐른 지금, 또 다른 혁신의 파도 AI가 세계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2025년 하반기, 글로벌 증시의 중심 화두는 다시 “AI 버블인가, 혁신인가”로 모인다.

데이터를 보면 열기는 확실하다. 생성형 AI 인프라 투자액은 전년 대비 40% 이상 늘었고, 하이퍼스케일러의 설비투자는 2027년까지 1조4000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오라클은 180억 달러의 회사채를 발행했고, AI 기업 전체의 부채 발행액은 1390억 달러로 사상 최대다. 그러나 골드만삭스는 이를 “총요소자본의 재조정”이라 본다. 단기적 과열이 아니라 기술혁신에 따른 자본구조의 정상화라는 해석이다.

분석가들의 시각은 엇갈린다. 에릭 셰리던은 “이번 상승은 펀더멘털이 뒷받침되는 실적장”이라 평가하고, 피터 오펜하이머는 “현금 흐름과 자사주 매입 여력 모두 과거 버블기의 두 배 이상”이라며 아직 ‘버블 전 단계’라 본다. 반면 캐시랑간은 “부채주도 성장”에 경고음을 울린다. 높은 금리가 장기적 할인율을 자극할 수 있다는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거시경제적 온도차다. 조지프 브릭스는 “AI 투자의 GDP 대비 비중은 1% 미만이며, 생산성 향상에 기여하는 효율적 자본형성”이라 강조한다. 반면 데이비드 칸은 “2030년까지의 데이터센터 증설은 AGI가 전제되어야 정당화된다”며 ‘AI 인프라 버블’을 경계한다.

엔비디아의 존재는 이 논쟁의 중심에 있다. 하이퍼스케일러 CapEx의 35~40%를 점유하며, GPU·메모리·전력·네트워크 전반의 가치사슬을 지배한다. 이는 단순한 기술 성장보다 ‘자본의 상향식 재배분’이 진행 중임을 보여준다.

결국 시장은 두 얼굴을 가진다. 한쪽은 기대와 열기, 다른 한쪽은 생산성과 현실이다. 골드만삭스는 아직 ‘거품’이라 단정하긴 이르다고 본다. 자본과 기술이 균형을 이루며 새로운 산업 질서를 만들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2025년의 AI 붐은 허상이 아닌 실체, 효율적 자본이 빚어내는 새로운 성장의 장(場)에 가깝다. 이번 사이클은 여전히 실질 성장의 영역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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