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님행차·민요·모의재판극로 전통 되살려…지역 공동체 문화 가치 재조명
“살아 있는 민속문화 계승”…영양군수, 보존회 노고에 감사·전통문화 활성화 강조
14일 오후 산촌문화광장 상설공연장에서 ‘제18회 영양원놀음 정기발표회’를 열었다. 영양원놀음보존회(회장 이상원)가 주관한 이번 행사는 조선시대 민속풍자극을 현대적 공간에서 재현하는 자리로, 지역 전통문화 계승의 의지를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
영양원놀음은 조선시대 정월 초순, 농한기를 맞은 마을 주민들이 관아를 모방한 모의재판극을 펼치며 한 해의 근심을 비틀어 웃음으로 풀던 풍자놀이다. 마을의 학식 있는 주민이 원님 역할을 맡고, 육방관속·통인·사령·관노 등 다양한 배역이 더해져 작은 관청의 모습을 꾸민다. 죄인으로 등장한 인물은 익살스런 판결을 받고 전곡을 내어 죄값을 치렀으며, 이 전곡은 마을 공동기금으로 쓰이는 등 공동체 문화가 녹아 있었다.
한때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전승이 끊겼던 영양원놀음은 1970년대에 복원돼 영양문화원의 주관 아래 영양여고 학생들이 지역 축제에서 꾸준히 시연해 왔다. 이후 전통을 체계적으로 이어가기 위해 2007년 영양원놀음보존회가 발족하면서 정기발표회가 매년 열리고 있다. 올해 발표회는 겨울이 시작되는 시기에 맞춰 지역민과 방문객에게 더욱 특별한 체험을 제공했다.
행사는 오후 12시 30분 영양문화원에서 시작된 원님행차 길놀이가 첫 장을 열었다. 이어 민요 식전공연과 개회식이 진행됐고, 이후 관아 재판을 모티프로 한 본 공연이 무대에 올랐다. 재판 과정 속 익살과 풍자로 관객들의 웃음을 끌어냈고, 단절된 전통이 오늘의 무대에서 다시 살아나며 공감과 박수를 이끌어냈다.
오도창 영양군수는 “우리 고장의 자랑스러운 영양원놀음을 계승·발전시키기 위해 애써온 보존회원들의 노고에 깊이 감사한다”며 “오늘 행사가 소중한 전통을 되새기고 지역문화의 가치를 더욱 높이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지역 고유의 생활문화가 점차 사라지는 시대에, 영양원놀음의 복원과 정기 발표는 단순한 공연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주민이 주체가 되어 전승하고 유지해온 살아 있는 민속문화라는 점에서, 영양군이 가진 문화적 자산의 깊이를 보여주는 현장이기도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