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여 명 참석해 보도연맹·민간인 희생자 추모…“명예 회복·유가족 위로의 장”
“70년 슬픔 함께 나눈 시간…과거사 아픔 잊지 않겠다”
한국전쟁의 혼란 속에서 삶을 잃어야 했던 억울한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는 합동위령제가 23일 예천에서 엄숙히 열렸다.
예천보도연맹희생자 유족회(회장 박인호)는 이날 오전 11시 예천축협한우프라자에서 유족과 기관단체장 등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국민보도연맹 및 민간인 희생자를 추모하는 위령제를 거행했다.
국민보도연맹 사건은 전쟁 발발 직후 국가기관에 의해 ‘좌익 활동 경력’ 등의 혐의만으로 무고한 민간인이 집단 사살된 대표적 민간인 희생사건이다.
지난 2008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관련 사실을 공식 규명하며 과거사 정리 작업에 전기가 마련된 바 있다.
이번 위령제는 당시 이름도 남기지 못한 채 삶을 잃어야 했던 희생자들의 넋을 달래고, 오랜 세월 가족을 잃은 고통을 견뎌온 유가족을 위로하기 위해 마련됐다.
전통제례를 시작으로 유족대표 인사, 추모사 낭독, 헌화와 분향 순으로 의식이 이어지며 숙연한 분위기가 행사장을 감쌌다.
박인호 유족회장은 “무고하게 죽음을 맞은 고인들의 명예가 조금이나마 회복되길 바란다”며 “수십 년의 세월 동안 상처를 품고 살아온 유가족들에게도 위안이 되는 자리였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학동 예천군수는 “70여 년의 긴 시간 동안 가슴 속 슬픔을 안고 살아오신 유가족께 깊은 위로를 전한다”며 “오늘의 위령제가 영령들의 넋을 기리고, 유가족의 아픔을 함께 나누는 뜻깊은 시간이 되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