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만에 포항시향 지휘자로 무대 올라…10년간 상임지휘자로 활동

▲ 지휘자 박성완

"못다한 마침표를 찍고 싶다."

8여년만에 포항 무대에 오른 박성완 지휘자의 소감이다.

'포항시립교향악단(이하 포항시향) 제143회 정기연주회'가 21일 오후 7시 30분 포항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열렸다.

포항시향 제2대 상임 지휘자를 역임한 박 지휘자의 손 끝을 따라 포항시향 단원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하모니와 관록이 묻어나는 열정으로 가득 채워졌다.

표트르 일리치 차이코프스키 명곡만을 선정한 박 지휘자는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따뜻하고 꽃이 활짝 핀 낭만을 전하기 위해 차이코프스키 명곡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차이코프스키 곡은 대부분 인생에서 얻은 경험과 교훈을 음악으로 표현하고 있어 더 큰 감동을 전했다. 마음에서 나오는 심증을 이야기 하는 음악이기 때문이다. 특히 피날레로 선보인 '교향곡 제4번'은 박 지휘자의 심정을 고스란히 담아낸 듯 했다. 고뇌를 표현한 1악장을 시작으로 2악장에서는 우울한 심정이 연주됐다. 이어 3악장에서는 모두 잊고 과거를 회상하며 동심으로 돌아가려는 마음, 마지막 4악장에서는 운명을 떨치고 자유를 얻으려는 마음이 드러났다.

포항시향과 이별을 하면서 느꼈던 박 지휘자의 심정을 표현한 것이다.

1950년 포항에서 태어나 대구·울산 시립교향악단, 네덜란드 STTARD 챔버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를 역임한 그는 지난 1998년 8월부터 2008년 1월까지 포항시향 제2대 상임지휘자로 활동하다 어느 날 느닷없는 임기만만료 통보를 받았다.

당시 부산대 음대 교수직으로 몸담던 시절이라 10여년간 새벽부터 밤늦은 시간까지 포항과 부산을 오가며 정신없이 열정을 쏟아 붓던 때였다. 심지어 출근일수가 일반 단원 보다 훨씬 많았다.

그는 "빠른 시간 안에 포항시향을 수준급 오케스트라로 만들어서 시민들에게 문화를 향유할 수 있도록 제공하고, 포항의 문화적 랜드마크로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었다"고 회상했다. 희생과 애향심 없이는 힘든 일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작스러운 임기만료 통보를 받은 그는 "포항시향이 내 전유물이 아니기 때문에 당연할 수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마침표를 찍지 못해 아직도 아쉬움이 남아있다"고 말했다. 그 나름의 포항시향 장기성장플랜 중 '단원 급여 및 정년의 현실화' 등 실현하지 못한 숙제가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더 훌륭한 지휘자가 잘 해줄 것으로 믿었다. 하지만 8여년만에 다시 찾은 포항시향은 전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었다.

포항시향은 박 지휘자 이후 사실상 표류 운영 중이다. 제3·4대 상임지휘자 모두 마무리가 좋지 못했다. 객원지휘자 체제로 운영되다, 공개모집으로 선정한 최종후보자는 자질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오랫만에 포항시향 무대에 선 소감을 묻자 "첫 연습에서 느낀 것은, 단원 각각의 실력은 수준급이지만 조금 부산했다. 전체적인 합주능력을 만들고 끌어주는 견인차 역할을 할 누군가(지휘자)가 없으니 와해된 느낌이었다"며 "오케스트라는 개개인의 능력이 아니라 모든 악기를 하나로 모아 화합을 이루는 것이 중요한데 최근 몇 년간 그 역할이 부족했던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이어 "오케스트라는 하루아침에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세월이 말해주는 것"이라며 "객원지휘로는 뿌리깊은 훈련과 연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지휘자 공백기를 최단시간안에 해소해야 포항시향이 정상 괘도에 오를 것"으로 조언했다.

2010~2014년 경북도립교향악단 제4대상임지휘자를 지낸 박 지휘자는 올해 2월 부산대 음대 교수에서 정년퇴임했다. 때문에 지역 음악계에서는 박 지휘자를 다시 포항시향 상임지휘자로 영입해야한다는 말들이 흘러 나오고 있다.

이에대해 박 지휘자는 "퇴직 후 고향으로 귀향하고 싶은 마음은 있다"면서 "개인적으로 못다한 마침표를 찍고 싶은 바람도 있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그는 "이번 연주회 프러포즈 받았을 때, 다른 일정을 모두 포기할 만큼 내 마음과 움직임이 흔쾌히 포항으로 향했다"며 "포항시향을 향한 열정과 시간은 애향심에서 비롯된 것 같다"고 말했다.

남현정 기자
남현정 기자 nhj@kyongbuk.com

사회 2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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