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동해안 1천리를 가다] 울릉도·독도가 품고있는 해양자원 잠재적 가치 '무한대'

▲ 해양의 천연 항암제 클로로필 분포도.
동해.

동·남·서해로 이뤄진 대한민국 해양영토가 담고 있는 해수 중 약 52%를 담고 있는 바다.

대한민국 섬 가운데 동쪽 가장 멀리 위치한 민족의 섬 독도를 품고 있는 바다.

애국가의 첫 소절에 등장할 정도로 한민족에게 각별한 바다.

1만8천년 전 해수면이 현재보다 약 130m낮았을 때 한반도 해역 중 유일하게 광활한 역시 바다였던 바다.

평균수심이 1천700m에 육박하며 최대수심 4천m에 이르는 심해의 바다.

전체 해수 중 약 90%가 빛이 거의 도달하지 않는 수심 200m보다 깊은 곳에 위치해 해수의 90%가 수온이 섭씨 2℃ 이하일 정도의 냉장고보다 더 차가운 바다.

63빌딩 전체 부피를 불과 0.3초 만에 채울 수 있을 정도인 초당 약 260만t의 해수가 끊임없이 유입되고 빠져나가는 역동적인 바다.

1849년 한 해 동안 최소 130척의 미국 포경선이 활동할 정도로 고래가 풍부했던 바다.

일본과 표기 문제를 놓고 뜨겁게 열전을 펼치고 있는 바다.

우리나라 수출입 물동량의 99.6%를 차지하는 해로 운송 항로 중 미주대륙으로 가는 최단거리 해운 항로가 거치는 바다.

전 세계 해양학자들이 '축소판 대양'이라 부르며 기후변화연구의 최적의 실험실로 주목되는 바다.

나열한 문장 모두가 동해의 가치를 담고 있다. 오랜 세월동안 우리민족과 함께한 바다다.


최근 동해를 두고 지자체간 움직임이 활발하다. 이미 오랫동안 농도(農道)를 자처했던 경북도는 강·산·해 경북 재창조 프로젝트를 내세우며 '동해안발전본부'라는 별도의 조직까지 발족시켜 동해지역에 교두보를 설치할 계획이다.

포항시는 포항영일만항의 국제무역항 활성화로 지역 경제 발전에 사활을 걸고 있다.

또, 경주시는 동해안 신해양시대를 맞이해 문무대왕 해양문화 창조 프로젝트를 새롭게 추진하고 있다.

울진도 오산항을 중심으로 해양레져와 해양연구 등의 거점으로 키우고 있다.

동해의 가장 많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는 경상북도 및 관할 지자체 등은 타 지자체에 비해 다소 늦은감이 있지만 앞으로 활발한 진출이 기대된다.

역사적으로 조선시대는 동해가 잊혀진 바다였다.

해동성국으로 불렸던 발해시대 때 일본과 공식사절만 34차례에 이르는 왕성한 교류가 증명하듯 동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왔지만, 발해 멸망 이후 동아시아 각국의 문명교류와 교역은 주로 황해와 남중국해를 중심으로 활발했고 동해는 상대적으로 소외됐다.

부산시에 위치한 국립해양박물관의 시대별 한반도 해양교류사 전시물을 보면 고려, 조선 시대 동해는 남해와 서해에 비해 사실상 비어있는 바다였다. 그러나 근대에 들어오면서 동해와 환동해 지역의 지정학적 요건은 동해에 대한 새로운 발견의 장소로 거듭났다.

지리적으로 동해는 지정학적 특성상 국가간 이익 때문에 충돌이 첨예하게 진행된 해역이다. 독도로 상징되는 해양영토의 충돌은 물론, 심지어 바다의 명칭까지 첨예하게 충돌하고 있다. 더욱이 매년 2천척 가까운 오징어 쌍끌이 배들이 북한을 등에 업고 동해에 진출하고 있는 중국은 물론 미국까지도 동해에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그 충돌 양상은 마치 과학적으로 동해 남쪽과 북쪽의 표층 바닷물이 각각 따뜻한 난류와 차가운 한류로 채워져 첨예하게 서로 전선을 이루는 동해의 표층 해수분포와도 절묘하게 닮아있다.

사실 많은 사람들은 동해를 남쪽으로 부산 근처부터 북쪽으로 강원도 고성 정도까지, 그리고 바깥으로는 독도까지의 바다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이 면적 또한 남한 면적의 1.2배에 달하는 넓은 면적이다. 하지만 이 정도의 규모는 남·북한, 러시아, 일본으로 둘러싸인 동해 전체 면적의 약 12%에 해당하는 바다에 불과하다.

동해에 대한 올바른 이해의 출발은 바로 12%의 동해를 100%의 동해로 확장시켜 이해하는데서 시작돼야 한다.

단적인 예로 매년 여름철이면 경북 동해안을 중심으로 발생하는 냉수대로 적지 않는 피해가 발생한다. 이 냉수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남풍의 바람과 함께 러시아 및 북한연안을 따라 남하해 심지어 부산 앞바다까지 내려가는 북한한류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또한, 인간이 그어놓은 경계를 거침없이 넘나들고 있는 오징어, 명태 등 수산물 자원량 보호를 위해서라도 동해 전체에 대한 이해가 전제돼야 한다.

뿐만 아니라 1980년대 러시아 핵폐기물 동해 투기 사태로 상징되는 해양 오염 문제와 동해 전체의 해수순환과 직결된 전 세계 최고 수준으로 상승중인 동해의 표층 수온 상승 또한 12%의 동해가 아닌 100%의 동해의 이해를 필요로 하고 있다.

동해는 대양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그린란드 해역 및 남극 주변에서 심층수가 형성되는 것처럼 동해에서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인근 해역에서 심층수가 자체적으로 형성되는 등 대양과 유사한 해양현상이 존재하기 때문에 전 세계 해양학자들은 동해를 '축소판 대양'이라 부른다.

또, 기후변화와 연관된 '컨베이어벨트'라 불리는 전 지구적 해수순환의 주기가 1천년 이상 걸리는데 비해, 동해는 약 100년 정도로 짧기 때문에 동해는 전 세계 기후변화를 연구하는 최적의 실험실로 인식되고 있다.

전 세계 기후변화에 대한 기여 때문에 2008년 노벨평화상을 공동수상한 유엔정부간기후변화위원회(IPCC) 4차보고서에 기후변화연구의 대표적인 바다로 동해를 소개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이러한 기후변화 등을 전제로 한 연구는 동해가 국가간 협력의 대상이지만 때로는 동해가 갖는 자원적 중요성 혹은 잠재된 가치 때문에 첨예한 충돌의 대상이다. 그 충돌의 정점에 울릉도의 부속 섬 독도가 있다.

섬의 중요성은 섬 자체에 있기 보다는 배타적 경제수역의 기점으로 섬의 존재로 인한 광활한 해양영토와 부속된 자원을 확보할 수 있다는 데 섬의 진정한 가치가 있다.

일본 남쪽 태평양 한가운데 일본의 오끼노토리시마가 있다. 전체 면적이 가로 세로 3m에 불과한 이 암석을 일본은 대대적 보강 공사를 통해 일본 본토 면적의 66%에 해당하는 25만㎢의 대륙붕을 주장하고 있다. 비록 섬이 아니라 배타적 경제수역의 기점이 될 수 없는 바위라는 점에서 일본의 주장은 억지에 가깝지만 섬의 가치를 극명히 보여주는 좋은 사례이다.

울릉도와 독도는 단순히 눈에 보이는 섬이 전부가 아니라 그 섬이 품고 있는 광활한 해양영토와 자원을 포함한 가치가 섬의 진면목이다.

최근 해양과학기술의 발달은 동해가 심해라는 특성상 그동안 미처 발견되지 못했던 동해의 해저자원들에 대한 발견을 가능케 했고, 동해의 수산자원 변동에 대한 과학적 이해를 가능하게 하고 있다. 동해의 가스하이드레이트 자원 또한 주목할 만한 자원이며, 특히 가스하이드레이트 분포 지역이 심해의 홍게 분포와 관련된다는 최근의 일본 연구 결과는 흥미롭다.

또, 육지에서 발생된 이산화탄소를 동해 심해에 저장함으로써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야심찬 기술 또한 시도되고 있다.

더욱이 동해 해양생태계 연구 결과에는 동해 일부지역에서 발생하는 용승현상과 냉수대 현상 등도 수자원의 이동과 확산 등에 밀접한 관계가 있다.

조선시대 비워지다시피 방치한 것과 해저 용승작용 등의 이유로 동해 연안은 높은 수산물이 밀집돼 일본이 동해 연안에 눈을 돌리는 직접적 계기가 돼 구룡포, 감포, 울산, 죽변 등에 일본인 이주 어촌 건설로 이어졌음은 역사적 아이러니다. 동해가 수탈의 현장이었던 것이다.

육지의 길처럼 동해 또한 계절풍과 한류와 난류에 따라 길이 만들어져 이 길로 사람과 문화가 오갔다. 섬은 길을 안내하는 이정표였으며, 오랜 길을 건너온 이들에게 쉼터였다.

지구 반바퀴를 돌아 항해해 온 아라비아 상인과 발해인들은 문화교류와 상품교역을 위해 동해 바닷길을 건넜다.이 길을 안용복과 거문도 주민, 동해지역 주민들도 따라 밟았다.

그 길을 이용한 것은 사람만이 아니었다. 그 바닷길이 만들어 준 수온과 먹이를 따라 명태와 오징어, 고래 등도 함께 이동했다. 수산물의 이동은 사람의 이동으로 이어졌다.

동해는 이제 더 이상 잊혀진 바다가 아니다. 육지 중심 사고에 치우친 이들에게 오랜 변방으로 인식돼 왔지만 이제는 과학적 접근으로 새롭게 발견되는 해양의 가치가 주목 받고 있다.

역사적으로 바람과 해류가 만들어준 동해 바닷길을 따라 묵묵히 그 길을 걸어온 선조들이 있다. 동해는 그들의 삶의 터전이었다. 그들이 동해를 지켜온 진짜 주인일 것이다.

그동안 동해를 품어온 역사의 주인공이 걸어온 발차취가 진정한 동해의 가치일 것이다. 이제 그들의 길을 따라 그들이 남긴 흔적을 찾아 새로운 가치를 찾고 관리해 후대에게 물려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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