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2지진 이후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여진으로 인해 201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앞둔 교육당국과 수험생들의 고민이 깊어가고 있다.

수능을 앞두고 지진이 발생할 경우 신경이 예민한 수험생들이 컨디션 조절에 실패해 일생일대의 시험을 망치면서 형평성 문제도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지진 규모에 따른 시험 중단, 대피, 재시험 등의 기준과 대책이 마련돼야 하지만, 아직 대응 매뉴얼이 없어 대책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경주지역에는 201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생이 2천752명에 이르고 있지만, 대부분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지난달 12일 발생한 사상 최대인 규모 5.8의 지진 충격을 잊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규모 5.8 지진 발생 이후 하루 평균 10건이 넘는 크고 작은 지진이 발생하고 있어, 시험을 앞둔 수험생들이 긴장감 속에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이처럼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최선을 다해 시험 준비를 해 온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수능 당일이나 그 이전에라도 지진이 날 경우, 다른 지역 학생들보다 상대적으로 불리한 조건에서 시험을 치르게 돼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하지만 교육당국은 수능이 10여일 밖에 남지 않았지만, 지진이 발생할 경우 시험을 중단하고 재시험 일정을 잡아 다시 치러지는 건지 등 시험이 어떻게 진행 될 것인지에 대해 속 시원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다만 경북교육청은 경주에서 수능을 며칠 앞두고 지진이 발생해 수험생들이 이 지역에 마련된 고사실을 이용하지 못할 것에 대비해 인근 포항, 영천지역에 111개의 고사실을 추가로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아직 대응 매뉴얼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교육부는 원론적인 입장만 피력할 뿐이다.

지진으로 건물이 흔들리면 수험생들에게 일단 책상 밑으로 숨게 하고, 지난달 12일과 같은 강진이 발생하면 건물 밖으로 대피시킨다는 것이다.

또한 다소 약한 지진이면 진동이 끝난 뒤 다시 시험을 치르게 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어느 정도 규모의 지진이 발생해야 수험생을 대피시킬 건인지에 대한 기준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이와 함께 경주 같은 특정 지역에서 지진으로 수험생들이 대피하는 비상상황이 발생해 시험을 치를 수 없으면 전국적으로 수능 시험을 무효로 할지 등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국적으로 동시에 치러지는 시험인 만큼 특정 지역 수험생이 제대로 시험을 치를 수 없게 되면 당장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수험생 학부모 A(58)씨는 “상상하기조차 싫은 상황이지만, 지난달 12일과 같은 강진이 또 발생하면 사실상 시험을 치르기 어려운 것 아니냐”며 “무리하게 시험을 진행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관계자는 “수험생 수십만 명이 종일 학교 건물 안에서 시험을 치르는데 지진이 나면 수험생 안전을 최우선시해야 한다”면서 “강진이 발생했을 때 시험을 중단할지는 교육 당국이 판단할 문제지만 수험생 안전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고 밝혔다.
정형기 기자
정형기 jeonghk@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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