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박 10시간의 산행 끝에 합류한 19명의 대원들이 피로에 지친 몸으로 초대소로 돌아왔다. 산행기점에서 야생화가 지천에 깔린 2,550m 안부의 야영지를 거쳐 정상(2,882m) 동대(東垈)를 밟고 북대(北垈, 2,837m)를 넘어 기암절벽의 연속인 칼바위능선을 타고 가파른 북3, 북2, 북1아구 지점으로 하산하는 소오대산 종주 풀코스를 완등하지 못한 아쉬움이 컸다. 그러나 거센 강풍과 추위를 무릎 쓰고 오른 정상 오름짓, 동계곡(東溪谷) 깊은 골짜기를 4시간여나 힘들게 내려 온 일행들의 피곤한 얼굴에도 절반은 성공했다는 표정이어서
11월 21일, 오전 9시 카트만두 행 경비행기를 타기 위해서 서둘러야 했다. '포카라'에서 꼭 가봐야 할 곳이 세 곳 있다. 그 첫째가 '사랑코트(1,592m)'언덕에서 보는 '다울라기리봉(8,167m)'과 안나푸르나 산군, 마차푸차레로 이어지는 만년설 파노라마의 일출 광경이다. 두번째가 만년설의 영봉이 잔잔한 물결에 내려와 앉는다는 '페와레이크(Fhewa Lake)'을 둘러봐야 하고, 최근 몇 년 전에 준공한 '인터내셔널 마운틴(International Mountain Museum)' 인 국제산악박물관이다. 짧은 일정에 다 볼
또 한 순배가 돌아가고 점점 밤은 깊어만 간다. 스태프들이 먹고 쉬는 곳으로 가 '파상 남겔'(가이드 대장) '나왕 보떼'(쿡 대장), '파상'(포터 대장), '옹추1', '옹추2'등과 일 배를 더하고 그동안의 노고를 격려했다. 한시도 긴장을 풀지 못하는 이인 대장과 박재석 이사, 이재동 계장 등 이제껏 수고를 아끼지 않은 대원들에게도 일배를 권하고 안나푸르나 산중에서 마지막 밤이 아쉬움 속으로 지나갔다. 11월 20일, 새벽부터 포터들이 부산을 떤다. 오늘로써 트레킹이 끝나기 때문에 모든 짐들을 다시 정리한다. 어제 밤 무리를 한
이번 트레킹의 포터 대장인 파상은 고산족 출신 치고는 아주 잘생긴 사람이다. 나이가 34살에 아들 셋, 딸이 한명 있단다. 잘생긴 덕에 별명을 '미스터 안나푸르나'로 지어 주었다. 키도 크고 몸매도 아주 건장해 말에 비하면 준마(俊馬) 같은 이다. 이번 트레킹동안 늘 필자 곁에서 보좌도 하며 고맙게 대해준 파상 포터대장이다. 가이드 대장인 '파상 남겔 세르파' 와는 동년배이지만 분야가 서로 다르다. 가이드 대장 '파상 남겔 세르파'는 네팔에서도 제일로 꼽는 고산 전문 가이드이다. 올해 5월에 우리나라가 자랑하는 세계적인 등반가 엄홍
이제부터는 장면이 다소 살벌한 풍광이 연출된다. 바위로 둘러 싼 산들과 돌길의 연속인 워킹 루트가 고산지대임을 알 수 있다. '도반'을 출발한지 4시간 만에 '데우랄리(Deulali 3천230m)'에 도착했다. '상그리라 게스트 하우스'에서 라면으로 점심을 해결하고 휴식을 취했다. 서양인 트레커들이 여럿이 모여 앉아 햇볕을 즐기고 있다. '촘롱'에서부터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같이 온 영국인들이다. 한 쪽에 우리나라 사람 넷이서 식사를 하고 있어 말을 걸어 보았다. KT포항지사 동료직원들끼리 휴가차 이곳 안나푸르나트레킹에 나섰단다.
오늘(11월 16일)은 정말 특별한 날이다. 적어도 필자에게는 히말라야에서만은 이날을 잊을 수가 없다. 지난해 에베레스트 트레킹때 3천500m 지점에서 집사람이 사고를 당한 날이 바로 11월16일이었다. 고소에서 골절상으로 엄청난 곤욕을 겪었던 기억이 새로워 잠이 오지 않는다. 그때 엄청 애를 먹은 이인 대장, 파상 남겔 세르파가 이번에도 함께 했다. 당시 '쿤데'에 있는 산간병원의 '닥터 까미'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늘 간직하고 있다. 3천800m 산간에서 병원을 운영하는 의지가 대단했다. 카트만두를 떠날 때까지 뒷바라지를 해준 '
안나푸르나 품속으로 한발 다가가며 느낀 상념이 필자가 살아온 역정을 뒤 돌아 보게도 하고 산을 다니는 이유도 되씹어 볼 수 있어 좋다. 푸른 하늘, 맑은 물, 높은 산, 울창한 숲, 마셔도 마셔도 싫지 않는 산 공기가 너무나 좋다. 그리고 온 세상의 사람들이 다 모이는 이곳 안나푸르나에서 만나는 사람도 즐겁다. 대부분 서양쪽 사람들이 많다. 만나는 사람마다 웃으며 인사한다. '안녕하세요!', '하이!', '라마스떼!'. 젊은이나 늙은이나 상관이 없다. 남자, 여자 구분없이 그냥 좋은 것이다. 히말라야에서 만났다는 게 서로의 행운이고
산 속에서의 첫 숙소 '사울리 바자르'에 도착 '마차푸차레봉(Machhapuchha re, 6천993m)'은 네팔에서 가장 신성시하는 산으로, 생긴 모양이 마치 물고기 꼬리 같아 서양인들이 '피시테일(Fish Tail)봉' 이라고도 부른다. 지금까지 인간이 딱 한번(1967년) 발을 디뎌보고는 지금까지 등반 허가를 해주지 않고 있는 유일한 산이기도 하다. 포카라에서 보면 마차푸차레는 단연 독보적인 산이다. 피라미드처럼 우뚝 솟아 주위의 연봉들을 압도하고 있다. 늘어진 몸을 추스려 비레탄티를 나선다. 길이 제법 넓은 편이고 길 옆으로
트레킹의 출발점 '나야풀'로 출발 11월 15일, 카트만두의 아침은 파란하늘 만큼이나 상큼하다. 눈이 부실 정도로 맑은 햇살이 안나푸르나호텔 앞을 비추고, 이른 아침에도 사람들 행보가 부산하다. 구름 한 점 없는 한국의 초가을 날씨인 이곳 공기는 맑고 건조하다. 일찍 떠나야 하기 때문에 이른 아침을 먹고 7시30분 호텔을 나섰다. 경비행기를 타기위해 국내선 공항까지 가야 한다. 공항에 이르는 길목마다 사람들이 넘쳐난다. 도로는 잘 정비되지 않았지만 소형차 위주인 택시들이 전에 보다 많아진 것 같다. 안나푸르나산군으로 진입하기 위해서
인간의 근접을 쉽사리 허용치 않는 도도함이 서려있는 만년설의 히말라야. 천년만년 웅장한 자태를 간직한 채 너른 어머니의 품처럼 포근하게 다가오다가도, 때론 성난 맹수같은 맹렬한 기세로 인간을 내치기도 한다. 부질없는 인간의 어리석음을 타이르기라도 하듯 히말리야는 늘 그렇게 서 있다. 히말라야는 인간의 나약함과 인간정신의 위대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야누스적인 곳이기도 하다. 최근 경북산악연맹이 경이로움으로 가득한 네팔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연봉(連峰)을 다녀왔다. '산 사나이' 김유복 산악연맹 부회장이 8회에 걸쳐 안나푸르나 원정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