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걸씨.
고걸씨.

“한국전기공사협회원사들의 ‘콘센트’가 되고 싶다.”

학원도, 과외도 없는 문경의 한 시골마을에서 성장한 고걸(30)씨의 어린 시절은 촌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는 “어린 시절 살던 마을에서 고등학교까지는 차를 타고 40분이 걸렸다. 촌에서 공부 좀 한다고 했는데, 문경 각지에서 모인 친구들은 정말 커 보였다”고 회상했다.

우연한 기회에 출전한 지리올림피아드는 학업 증진에 자신감을 주었다. 생각지도 못한 교내 대회 입상과 도 대회 출전, 여기서 또 뽑혀 전국대회에 나갔고, 최종 전국대회에서 학교에서 유일하게 동상을 수상했다.

학교 정문 주변에 이를 축하하는 현수막이 걸리면서 고3이 됐다.

계속해서 학업이 증진해 대망의 명문대 합격은 현실이 됐다.

사회 첫발은 은행이었다.

시골의 금융기관에 근무하던 부모님의 영향을 은연 중 받은 것 같다. 그러나 밖에서 보는 은행 일과 안에서 하는 은행 일은 너무나 달랐다. 연봉이 높은 대신 그만큼 일도 많았다.

고민 끝에 한 번만 직장을 바꿔보자고 결론지었다.

화려하지 않아도, 남들이 주목하지 않아도, 생각하며 살 수 있고, 일한 보람이 느껴지는 직장에서 일해보자는 마음이 자신을 지배했다.

그 선택은 일상을 만들어주는 전력산업의 한 축, 한국전기공사협회였다.

고 씨는 “전기는 우리 삶의 산소와 같다”며 “국민들의 행복과 안전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책임지는 1만 7000여 전기공사업체와 국가기반산업인 전력산업 발전에 작은 힘이지만 보탤 수 있다는데 책임감과 보람을 느낀다”고 자부심을 나타냈다.

이어 “언제 어느 곳에 있든 연결돼 있고, 우리 회원사들은 이를 연결해 주는 스위치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 회원사들이 그 현장에 없다면 국민은 암흑에서 지내야 한다”며 “세상을 밝혀주는 등불, 망망대해에 좌표를 놓아주는 등대에 불을 붙여주는 사람들이다”고 덧붙였다.

전기공사는 다른 공사와는 달리 면허를 가진 전문업체만이 시공하도록 되어있다.

안전과 품질을 위해 전기공사는 분리발주를 하도록 규정한다.

그러나 전기공사업체들의 민원을 창구에서 들으면서, 업체들이 현장에서 겪고 있는 애로사항을 많이 느낄 수 있다.

그런 애로사항을 조금이라도 더 이해하고자 최근에 회계공부를 시작했다.

업체 운영이나 공사 수주에 있어서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조언을 전하고 싶어서다.

그는 “아직 배울 것들이 많지만 앞으로 법률이나 전기안전분야에 대해 공부도 지속하기 위한 첫걸음이라 생각하고 있다”며 “이런 마음가짐과 실행이 중간에 흐트러지지 않게 책임감을 갖고 성실하게 살아가는 ‘인생 적금’을 붓고 있다”고 말했다.

성장하는 삶을 위해 스스로 다짐하는 몇 마디가 있단다.

△매사에 진지하고 심각한 엄마보다, 웃으며 털털 털어버리는 아빠를 닮자 △힘든 일을 긍정적으로 대처하자 △실수도 많고 사랑하는 상대방에 대한 배려심이 부족한 것을 극복하자 △안중근 의사의 유묵 ‘일일부독서구중생형극(一日不讀書口中生荊棘),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에 가시가 돋는다’는 말을 새기며 독서하자.

미래에 대해 묻자 “얼마 전에 고향 문경을 검색하다가 폐교를 소개해주는 부동산 영상을 보았다”고 답했다.

이어 “내 배우자와 은퇴하고 귀향하면, 저렇게 아담하고 수령이 꽉 찬 모과나무와 사철나무에 둘러싸인 폐교를 리모델링해 맛있는 커피를 사람들에게 내주고 싶다. 그러다가 사람 드문 평일에는 같이 여행도 다니고, 배우자와 커피 한 잔에 함께 계절의 변화를 느끼는 일상을 꼭 살고 싶다”며 은퇴 후 삶을 희망했다.

황진호 기자
황진호 기자 hjh@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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