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여 공정에 걸쳐 1000번 이상 손길 가야 비로서 완성
기술 익히는데만 10년…전수 해주고 싶어도 사람이 없어
전통 악기가 사라지지 않도록 많은 분들이 관심 필요해"
150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전통 악기 가야금은 대악사 우륵의 고장인 경북 고령에서 그 명성을 이어오고 있다. 거대한 고분과 함께 가야금은 고령을 대표하는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전통 악기 제작 기술은 단순한 손작업을 넘어 장인 정신과 오랜 경험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특히 가야금은 200여 개의 공정을 거쳐야 완성되는 세밀한 작업이 요구되며, 한 대의 완성품에는 수많은 노력과 정성이 담긴다.
경북일보TV ‘화통톡쇼’에서는 37년간 가야금 제작에 헌신해온 김동환 명장을 만나 그의 인생과 전통 악기 제작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고령이 가야금으로 유명해진 이유는 무엇인가.
△가야금은 가야 시대에 만들어진 금(琴)이라는 뜻이다. 가실왕이 우륵 선생에게 가야금을 만들라고 명하면서 탄생했다. 당시 고령은 가야의 중심지였다. 가야금은 약 150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데, 초기에는 종묘 제례악에 쓰이는 정악 가야금이 주를 이뤘고, 조선 시대에는 민속악에 사용되는 조선 가야금이 등장했다.
- 가야금 명장으로 지정된 것은 언제인가.
△2014년에 명장으로 지정됐다. 가야금을 제작한 것은 37년째다.
- 어떻게 가야금을 만들게 되었나.
△어릴 적부터 가야금 제작 과정을 볼 기회가 많았다. 연주하시는 분들도 주변에 많았고. 저에겐 자연스레 익숙한 환경이었다. 처음에는 이렇게 오래 할 줄 몰랐지만, 어느덧 한 길을 걷게 됐다.
- 가야금을 만드는 과정은.
△가야금 제작은 200여 공정에 걸쳐 이뤄진다. 완성하려면 1000번 이상 손이 가야 한다. 기본적으로 건조된 지 5년 이상 된 오동나무를 사용한다. 나무는 수령 25년 이상 된 것만 쓰는데, 그중에서도 적합한 나무는 10% 미만이다. 나무의 소리와 성질을 맞추는 데 수많은 경험과 노력이 필요하다.
- 한 달에 몇 대 정도 만드나.
△약 10대 정도 만든다. 나무의 성질에 따라 두께와 소리를 조정하며 작업을 하는데, 쉽지 않은 과정이다.
- 가야금의 소리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인가.
△첫 번째는 재료인 오동나무이다. 울림통 역할을 하는 이 나무가 가장 중요하다. 두 번째는 제작 기술, 세 번째는 명주실로 만든 줄이다. 세 요소가 어우러져야 가야금의 소리가 완성된다.
- 오동나무 재질이 단단할수록 소리가 잘 나는가.
△그건 아니다. 너무 강해도 안 되고 너무 물러도 안 된다. 그러니까 중강, 중간에서 약간 강한 정도가 좋다. 그리고 소리가 나오려면 강한 나무는 조금 얇아져야 하고 좀 무른 나무는 또 그 소리를 맞추려면 좀 두꺼워야 한다. 두들겨 가면서 대패질을 한다. 공식은 없고 내가 배운 그대로 들었던 그거를 살려서 아 이 정도면 좋은 악기다 좋은 소리가 난다 싶을 때 딱 멈추게 된다.
- 가야금 줄은 어떻게 만드는지.
△줄은 누에고치에서 뽑은 명주실로 만든다. 생사를 합사해 12개의 서로 다른 굵기를 만들어야 하는데, 굵기가 일정하지 않아 작업이 매우 까다롭다. 이 작업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로 어려운 과정이다.
- 전수자도 있는지.
△전수자가 와도 오래 있지 못한다. 악기는 참 예쁜데 만드는 과정이 어렵고 나무 먼지가 상당히 많이 나기 때문에 얼마 못 하고 가버린다. 안타깝게도 내가 마지막 세대라고 볼 수 있다. 이 기술을 누군가는 배워야 되는데 그걸 배울 분이 과연 있을까 저도 뭐 전수를 해주고 싶어도 오래 있지 못하기 때문에 바로 기술을 가르쳐준다고 되는 게 아니고 기술을 익히는 데만 최소 10년이 걸린다. 가장 큰 걱정이다.
- 가야금 제작 체험 교실도 운영하고 계시는데.
△고령군과 함께 체험 교실을 운영하며, 봄마다 50~60가족이 참여한다. 가족 단위로 가야금을 만들고 연주하는 특별한 경험을 제공한다. 체험을 통해 우리 전통 악기를 조금 더 가까이 느낄 수 있길 바란다.
-체험하면서 직접 만든 가야금으로 연주하시는 분도 계신지.
△자기가 직접 체험하면서 만든 가야금을 가져 간다. 가족 단위로 오셔서 같이 다듬기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사포질도 하고 같이 붙이기도 하고 또 줄도 같이 올리기도 한다. 체험을 시작한 지 17, 8년 정도 된 듯하다. 처음에는 몇 년 하면 그만하겠구나 생각했는데 계속 오고 있다. 고령군 지원이 도움이 많이 된 듯하다.
-배우려는 사람이 줄 것 같은데.
△인구가 줄기 때문에 배우는 학생도 적어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전통을 너무 생소하게 느끼니까 안타깝다.
- 마지막으로, 가야금 제작자로서의 바람이 있다면.
△가야금은 저에게 운명 같은 존재다. 전통 악기가 사라지지 않도록 더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다. 앞으로도 제 손끝에서 좋은 가야금이 만들어지길 바라며, 후대에도 이 소리가 계속 울려 퍼지길 바란다.
-가야금 가격은.
△1000만 원 넘는 것도 있다. 싼 거는 60만 원 정도 한다.
황재승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