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안티드론·세포배양·스마트농업·신공항…하늘·땅·숲·길 산업 생태계 구축
“남은 임무는 생활 속 성과 완성”…군민 체감형 복지·청년·관광 정책 집중
“지도 한 장이 바뀌면 도시의 방향이 달라진다. ” 의성군은 지난 11년 동안 네 장의 지도를 동시에 그렸다. 하늘(드론·안티드론), 땅(세포배양·푸드테크), 숲(산불 이후 생태·안전), 길(대구경북신공항 연계)이다. 흩어지던 산업·복지·안전·관광을 한 생태계로 묶어낸 설계가 오늘의 변화를 만들었다.
김주수 군수는 “의성의 11년은 소멸 위기를 혁신의 기회로 바꾼 시간”이라며 “마지막까지 군민이 생활에서 체감하는 결실로 완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의성이 왜 하늘 산업, 특히 ‘안티드론’을 미래 전략의 첫 축으로 삼았나.
△불법 드론은 원전·공항·군사시설을 직접 위협한다. 안전과 안보가 우선이다. 회피하면 기회도 사라진다. 군·학계·기업을 한 테이블에 앉혀 체계를 만들었다. 그 결과 지난해 전국 최초로 국가 안티드론 훈련장 지정을 받았다.
그 전부터 경운대·한국산업기술시험원 등 13개 기관·기업과 협약을 맺었고, 올해는 육군 방공학교까지 협력 축에 올렸다. 현장 표준·안전·교육을 함께 다루는 전문가 워킹그룹을 상시 가동 중이다. 성과는 일정과 숫자로 증명했다.
국토교통부 ‘드론 실증도시 구축사업’에 2년 연속 선정돼 실험·검증·인증의 주무대를 확보했다.
국내 최대 규모의 ‘안티드론 기술 비공개 시험’을 연속 유치했고, 7월에는 육군의 대(對)드론 전투 시연회가 의성에서 열렸다.
인프라는 가음중학교(폐교)를 총 140억 원을 들여 안티드론 산업지원센터를 짓고 있다. 올해 고정익 활주로 공정부터 착수했고 연말까지 사전 행정절차·기본계획을 마친다. 센터는 단계별로 구축 중이며 2027년까지 조성을 목표로 한다.
교육훈련·기업지원·테스트베드를 한 동선에 묶어 국가 중요시설 종사자 전문교육 거점으로 특화한다. 이후 기업 유치와 규제자유특구 연계로 산업을 집적해 ‘안티드론 선도도시’ 지위를 고정시킨다.
핵심은 생태계다. 시험-실증-교육-상용화가 한 도시 안에서 닫힌 고리로 돌아가야 한다. 의성은 그 고리를 만들었다.
-‘농업군 의성’이 어떻게 세포배양·푸드테크 전진기지로 변할 수 있었나.
△식량·기후 위기 시대에 단백질 공급 다변화는 필수다. 2015년에 배양배지·장비 국산화를 목표로 세우고 인프라→실증→사업화 순서에 맞춰 10년을 투자했다. 결과가 세포배양식품 규제자유특구다.
무대는 의성바이오밸리 일반산단, 기간은 지난해 6월부터 2028년 12월까지, 총 208억 원(국 129·도 18·군 43·민 18). 경북테크노파크·씨위드·티센바이오팜·다나그린 등 9개사가 특구사업자로 들어와 가축 유래 세포 수급·제품화 실증을 진행한다.
신선원료 세포 수급 허용이라는 규제특례로 상용화 병목을 뚫었다. 후속 장치도 단계별로 깐다.
푸드테크 연구지원센터를 올해부터 2027년까지, 145억 원 규모로 구축한다. 장비 25종(배양·성분분석·제조·가공), 실증 26건, 사업화 30건, 인력양성 5과정으로 기업 전주기를 뒷받침한다.
동시에 복합연구동(연면적 2500㎡·지상 3층, 2024년 9월~2027년 7월, 100억 원)을 세워 1층 실증-2층 교육-3층 기업 입주를 수직 결합했다.
시군구 연고산업 협업프로젝트(2025~2026년, 26억 6900만 원)로 네트워킹·지재권·공정개선을 묶는다.
초기는 우리가 기업을 설득하는 단계였다. 지금은 정부와 기업이 먼저 의성을 찾는다. ‘농업군’이 아니라 푸드테크 상용화 전진기지로 인식이 바뀌었다.
-3월 산불 피해 이후 의성이 내놓은 복원 전략은 기존과 어떻게 달랐나.
△사후 복구만으로 재발을 막지 못한다. 3월 산불 이후 피해지 전수 조사·DB화부터 했다. 복원 의사결정 표준 흐름을 적용해 인공조림과 자연복원 대상을 과학적으로 나눌 예정이다.
현장에서는 도복 위험목 제거·토사유출 방지·친환경 구조물·병해충 방제로 2차 피해를 먼저 차단한다. 이어 토양 안정화·식재·움싹 관리로 적극 복원하고, 피해목 존치·파종·천연하종갱신으로 자연 회복력을 끌어올린다.
복원은 원상회복에서 끝내지 않는다. 생태·관광·산림산업으로 연결해 지역 회복탄력성을 키운다. 예방-대응-복구를 데이터 한 줄로 잇는 체계를 만든다.
재난안전 디지털 플랫폼을 올해 7월부터 내년 5월까지 단계적으로 구축한다. 부서·기관에 흩어진 재난정보를 통합하고 국토교통부 고정밀 전자지도와 연계해 상세지도를 제작한다.
이를 바탕으로 산불·폭우·산사태 예측 정확도를 끌어올리고, 경보-현장대응-사후 복구 절차를 표준화·고도화한다.
기후위기 적응은 구호가 아니라 지도·센서·알고리즘·현장 절차가 맞물릴 때 성과가 난다. 그 체계를 의성에 깐다.
-대구경북신공항 개항이 의성 지역사회에 미칠 변화는 어떻게 예상하나.
△대구경북신공항 건설을 계기로 의성은 단순한 교통 인프라 확장을 넘어 ‘공항경제권’ 조성에 나서고 있다. 약 330만㎡ 규모의 공항신도시에는 7300세대 주거단지와 교육·연구·문화 인프라가 결합된 자족형 복합도시가 들어설 예정으로, 1만5000명 정주를 목표로 하고 있다.
군은 항공물류단지·농식품클러스터·MRO(항공정비)·미래 모빌리티 산업을 연계한 특구 지정을 추진해 제조-가공-유통-수출이 이어지는 산업 생태계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공항은 의성을 세계와 직접 잇는 경제 통로가 된다. 도로·철도 등 접근 인프라 확충도 단계적으로 추진해 물류비 절감과 이동 편의성을 높일 계획이다.
의성군은 정기 간담회와 소음 현장 참관 프로그램을 통해 이주·보상·생계 대책을 설명하고 주민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이전 주변지역 지원사업 역시 생활·복지·문화 중심의 체감형으로 설계해 군민이 직접 수혜를 느낄 수 있도록 한다.
아울러 구체적인 일자리 규모와 경제 효과는 향후 공식 타당성 조사와 계획 고시 과정을 거쳐 확정될 전망이다.
-군민들이 실제 생활에서 체감할 수 있는 변화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
△복지는 문서가 아니라 생활 변화여야 한다. 노인의료·돌봄 통합지원으로 최근 1년 873명에게 1700건 넘는 맞춤 서비스를 제공했다.
군 단위에 드문 소아청소년과·산부인과를 운영 중이고, 공공산후조리원은 2027년 개원을 목표로 추진 중이다. 노인·청년·신혼부부 공공임대주택으로 주거 안전망을 보강했다. 현장 돌봄은 행복기동대·마을·이웃돌보미 같은 민-민 상시돌봄망에 AI 돌봄로봇을 결합해 고립·응급 위험을 낮춘다.
청년은 공간-기회-정착을 한 줄로 엮었다. 청년센터·창업공간·권역 복합문화센터 등 12개 인프라를 갖췄다. 농촌형 스마트팜은 교육-실습-정착으로 이어지는 전 주기 창농 모델로 운영한다.
청년친화도시 지정을 준비하며 취업·창업·주거·돌봄이 연결된 지원 체계를 고도화하고 있다. 머물 이유를 넘어 성장할 이유를 제공하는 정책으로 전환했다.
노지 스마트농업은 사곡면 시범사업을 통해 밭농업의 디지털 전환을 본격화했다. 군은 국비 22억 원을 확보해 의성마늘 주산단지에서 정지·파종·방제·수확 전 과정을 기계화하는 실증을 진행 중이다.
개선된 파종기를 활용해 결주율을 낮췄으며, 장기 임대 장비 보급으로 인건비 절감 효과도 확인됐다. 일부 수확량이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수익성을 유지하거나 개선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과수거점 APC 스마트화, 먹거리통합지원센터, 유기농산업복합서비스단지로 선별-가공-유통의 공급망을 고도화한다. ‘의성마늘’ 표준을 디지털·기계화로 다시 세우는 것이 목표다.
관광은 체류형으로 방향을 틀었다. 의성펫월드, 빙계얼음골 야영장, 조성지 관광벨트로 기반을 확충했고, 도심권은 남대천 수변길 정비와 복합문화센터 조성, 야간 경관 개선을 통해 생활·체류형 여가공간을 넓혔다.
의성군은 2023년 국가지질공원으로 인증을 받아 현재 12개 지질명소를 운영하고 있다. 군은 송내리와 남대천 공룡발자국 화석산지를 2027년까지 추가 지질명소 후보로 검토 중이며, 지정이 확정되면 총 14곳으로 늘어난다.
의성종합체육관 준공과 전국 씨름대축제 개최로 스포츠·문화 기반도 강화했다. 일상 문화는 ‘의성=공연’이라는 브랜드로 접근성을 높인다.
-임기 마지막 해를 맞아 꼭 매듭짓고 싶은 과제는 무엇인가.
△출발점은 소멸이었다. 지금은 드론·안티드론, 세포배양·푸드테크, 디지털 안전, 스마트농업, 신공항, 복지·청년·관광이 동시에 굴러가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남은 시간은 완성의 시간이다. 확보한 예산·인허가·공정을 교차 점검해 지연을 막고, 현장 피드백을 즉시 정책에 반영한다. 하늘-땅-숲-길의 축을 집행으로 묶어 군민이 “생활이 달라졌다”고 말하게 만드는 것이 마지막 임무다.
김주수 군수는 “의성의 지난 11년은 단순한 성장이 아니라 전환의 기록”이라며 “소멸 위기에서 국가 전략도시로, 농업군에서 미래산업 거점으로 변모했다. 이제 남은 과제는 생활 속에서 성과를 완성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