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봉현 안동 부부한의원 원장
▲ 김봉현 안동 부부한의원 원장

아침에 일어나면 우리는 세수를 하거나 샤워를 하면서 하루를 시작한다. 남자는 면도를 하고 로션을 바르고, 여자는 머리를 말리거나 화장을 하기도 한다. 이렇게 하루를 준비하는 데는 짧게는 20분, 길게는 한 시간이 걸리곤 한다. 겉모습은 이렇게 깨끗하게 가꿔가면서도 정작 마음속에 묻은 얼룩과 상처는 그대로 둔 채 살아가고 있다. 그 사이 마음은 점점 더 무거워지고, 상처는 깊어진다.

그렇다면 우리 마음속에 남은 흔적과 상처들은 어떻게 씻어낼 수 있을까? 직장에서 들은 속상한 말, 민원인이나 고객에게 받은 상처, 심지어는 큰 재해로 겪게 된 깊은 트라우마까지...이런 것들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마음속에 그대로 쌓여간다.

실제로 뇌파 검사나 심리 테스트, 설문조사 등을 통해 보면 많은 사람들이 이미 치유되지 못한 상처를 안고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래서 ‘과연 어떻게 해야 이 마음의 때와 상처를 깨끗이 씻어낼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늘 따라온다.

얼굴이나 피부가 더러워지면 씻어내듯이, 마음에도 씻어낼 방법이 있다. 그 해답이 바로 명상이다. 아침에 깊게 들이쉬고 내쉬는 호흡만으로도 긴장된 몸은 풀리고, 마음속 묵은 때가 조금씩 벗겨진다. 단순한 호흡이지만, 위와 장 같은 내장 기관은 물론 심장과 폐, 심지어 혈관과 신경까지도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킨다. 이렇게 몸과 마음을 동시에 다스릴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명상이다. 명상이란 마음을 차분히 집중해 내면을 바라보고, 그 속에서 평온과 깨달음을 얻는 수련이기 때문이다.

캠핑을 좋아하는 필자의 지인 중에는 불멍, 숲멍, 물멍 같은 ‘멍때리기’를 명상이라고 부르는 분이 있다. 멍때리기는 분주한 뇌를 잠시 쉬게 하는 좋은 방법이긴 하지만, 명상과는 다르다. 단순히 쉬고 잠깐 편안함을 느끼고 싶다면 멍때리기도 괜찮다. 하지만 뇌를 조절하고, 과학적으로 입증된 효과까지 기대한다면 명상이 훨씬 뛰어난 방법이다. 멍때리기는 말 그대로 마음이 여기저기 떠도는 상태, 일시적인 산만함에 가깝다. 이런 상태가 반복되면 집중력은 점점 약해지고, 오히려 머리가 더 멍해질 수 있다. 우리의 주의력은 반복되는 패턴에 쉽게 길들여지기 때문이다.

명상의 핵심은 주의를 조절하는 것이다. 멍때리기와 다른 점은, 단순히 멍하니 쉬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을 ‘알아차리고’, 스스로를 돌아보는 메타인지가 함께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공부를 할 때, 내가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깨닫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방향을 정하는 것이 바로 메타인지다.

과학적으로도 차이가 분명하다. 멍때리기는 뇌의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를 활성화해 뇌가 여기저기 방황하게 만들지만, 명상은 오히려 전전두엽을 활성화해 이 네트워크의 활동을 줄여준다. 그래서 명상을 하면 뇌의 불필요한 활동이 차분히 가라앉으면서 진짜 쉼이 찾아온다. 멍때리기는 잠깐 쉬는 듯하지만 끝나면 더 피곤한 이유가 여기에 있고, 명상은 뇌를 깊이 쉬게 해 몸과 마음 모두 온전히 회복할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제 무심코 멍하니 시간을 보내기보다 온전히 마음을 쉬게 하는 명상을 시작하는 것이 필요하다. 명상은 마음에 쌓인 불안과 상처, 오랫동안 방치된 깊은 아픔까지 치유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명상은 도사나 수행자들만의 것이 아니다.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할 수 있고, 또 해야 하는 습관이다. 집에서든 직장에서든 잠시 짬이 날 때마다 눈을 감고 호흡에 집중하면 마음은 맑아지고 몸은 한결 가벼워진다.

자연 속에서의 명상은 그 효과가 더욱 크다. 숲속이나 바닷가에서 맑은 공기를 마시며 호흡에 집중하면 마음속 때가 벗겨지고, 긴장이 풀리며, 불안은 사라지고 편안함이 스며든다. 명상은 일상 속에서 나를 지키고 치유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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