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건수 전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장·경북대의대 명예교수
▲ 이건수 전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장·경북대의대 명예교수

우리나라의 위상은 과거에 비해 많은 비약을 거듭하며 세계의 상위권에 자리하였으나, 평생을 나라 안에서 생활하다 보니 실질적으로 느끼기는 쉽지가 않지만 모든 무대가 세계를 향하고 있다. 1984년 LA올림픽 94 kg 이하 유도 결승전에서 우리나라 하형주 선수가 시원스럽게 금메달을 획득하고 귀국하였다. 필자는 대한소아혈액종양학회 만찬모임에서 이를 축하하면서 ‘각자의 분야에서 세계 1위를 했다면, 어느 분야든지 우리 모두가 존경해야 할 인물이다’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으며, 그 후 하선수에게 이 학회의 명예대사 자격을 위탁하여 여러 백혈병어린이 병동을 찾아다니며 치료 중인 환아들을 격려하였다. 이런 일은 특히 스포츠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보는 이로 하여금 승패가 갈라질 때 애국심이 솟아올라 흥분의 도가니로 빠져 들게 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렇듯이 우리 모든 분야에서 세계를 상대로 협력하고 경쟁하는 상태에 있다.

1980년 대 대학가 이공계를 중심으로 벤처 산업과 관련하여 창업의 열풍에 편승해서 필자는 두 개의 사업에 관심을 가지고 창업을 꿈을 꾸고 있었다. 하나는 앞서 언급한 신경모세포종의 진단과 치료에 관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제대혈과 태반(cord blood)에서 단핵구를 획득해서 초냉각냉동을 해서 장기 저장을 한 후, HLA(인간백혈구항원)가 일치하는 환아(recipient)가 나타나면, 해동시켜 조혈모세포이식을 시행하는 치료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사업이었다. 두 번째 과제는 이미 서울 가톨릭의대 병원 등을 중심으로 제대혈 조혈모세포은행(cord blood bank)식으로 채집과 저장이 진행되고 있었으나, 문제는 해동 후 사용 가능한 단핵구(핵이 하나인 세포; mononuclear cell)의 회복률(recovery rate)에서의 노하우(know-how)로, 필자는 경쟁력이 있어서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되었다. 조혈모세포이식에서 성공에 영향을 미치는 몇 가지 조건 중에 공여자(donor)의 단핵구 수가 중요한 변수이기 때문이다. 태반에서 채취한 혈액(70~100 ml) 내 혈구에는 일반인의 혈액에서 채취한 혈구에 비해서 크게 다른 것은 혈구의 원조세포인 조혈모세포(hematopoietic stem cell)가 다량으로 포함되어 있다는 연구가 입증된 후였다. 입증 방법으로 세포 배양에서 각 계열세포로 분리되는 성장인자(growth factor; G-CSF, GM-CSF 등)를 각각 따로 섞어 배양하면 해당 말단 세포로 성장하는 것으로 확인하는 방법이다. 이런 세포를 조혈모세포라고 하며, 이들은 단핵구로 되어 있어서 림프구와 섞여 있으나, 백혈구는 다핵구(multinuclear cell)여서 단핵구에 비해서 비중이 높으므로 Ficoll-Hypaque를 이용해서 원심분리기 후, 연 갈색의 buffy coat 층 분리로 가능하다. 적혈구는 혈구 중에서 절대 다수이지만 이 세포 역시 원심분리기로 비중의 차이로 구분이 가능하다.

이렇게 단핵구 만을 분리하는 이유는 조혈모세포이식에 필요한 세포는 조혈 모세포이고 이 세포의 특성 중 하나가 단핵구 형태이므로 혈구 중에서 이렇게 단핵구만을 분리하므로, 장기간 초냉각냉동에 분량을 최소화하기 위해서이고, 세포 생존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 실험결과에서 입증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단핵구 중 조혈모세포와 림프구를 분리를 하지 않고 백혈구와 혈소판 그리고 적혈구만을 제거하는 방법이 최선의 방법이다. 지난 번(의학유전학 90)에 게재한 것처럼 태반에서 얻은 혈액으로 부터 단핵구 분리과정 중 원심분리기의 속도가 750 rpm이 넘지 않아야, 분리된 단핵구를 초냉각냉동(-196도)으로 냉동 후 해동하였을 때 회복률이 80%를 상회하므로 조혈모세포이식 후에 생존할 가능성이 높아 이식 성공률이 높아진다. 그래서 일본의 Takahashi 연구자는 공동 연구를 제의할 정도였다. ‘동물의 왕국’ 등에서 겨울철에 개구리가 얼음 속에서 동면하다가 봄이 되면 얼었던 다리부터 녹아서 움직이기 시작해서 눈도 껌뻑이는 것을 볼 때, 죽었던 생명체가 다시 살아나는 과정이 놀라울 수밖에 없다. 과학자들은 이를 연구해서 사람의 세포도 냉동 후 해동했을 때 생존이 가능하도록 하는 연구가 급속히 발전되었다. 필자가 어렸을 때 만화나 영화 등에서 냉동인간에 대한 내용들이 있었는데, 그것은 상상에 불과하지만, 세포의 냉동 후 해동해서 다시 살아나서 그 기능을 회복하는 의학은 현실이다.

여기에 주된 역할을 하는 물질이 DMSO(dimethyl sulfoxide)로 세포내에 들어가 얼음결정(ice crystal)을 만들지 못하게 하므로 세포 생존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얼음결정이란 끝이 칼날처럼 뾰족해서 세포내 여러 구조물들을 상하게 하기 때문에 심한 손상을 입혀서 세포가 생존할 수가 없게 된다. 냉동 후 해동하였을 때 장기나 사람은 온전히 살릴 수 없으므로 재사용이 불가능하나 세포는 100개 중 살릴 수 있는 세포가 몇 개인가에 따라서 활용가치가 있는 것이다. 살아난 세포는 이식 후 환자의 골수내에서 본연의 역할인 정상적인 조혈기능을 할 수 있다. 그러므로 해동 후 생존 가능한 세포의 수가 많을수록 이식성공률이 높아진다. 미래에 개구리가 다시 깨어나는 것처럼, 인간의 장기나 신체 전신이 제대로 해동되는 의술이 개발된다면 냉동인간의 시대가 올 것으로 기대된다. 또 이 의술은 멀리 떨어진 외계 행성으로 이동할 때의 수단으로 활용될 수도 있을 것이다. 벤처 기업에 도전하려고 하면, 첫째 합당한 기술력이 갖춰져야 하고, 둘째 수익성이 보장되어야 하고, 셋째 창립 자금이 준비되어야 된다. 필자는 세 번째를 확보하기 위해서 지인을 통해서 사업의 성격을 자세하게 설명한 뒤 기금조성에 대해서 타진한 바가 있다. 그 당시 생물학과 출신 직원 1명과 보조인 1인의 급여를 포함하고 간단한 장비 구입 등 필요한 경비를 합하면 1억의 거액이 필요하였고, 실험실 장소는 관리하던 염색체검사실과 함께 사용이 가능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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