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봉현 안동 부부한의원 원장
▲ 김봉현 안동 부부한의원 원장

2021년부터 시작된 영덕 국제 H웰니스페스타는 올해로 4회째를 맞이하며 지난 10월 30일부터 4일간 영덕 대진해수욕장 일원에서 한층 다채롭고 새로운 프로그램을 통해 우리 곁으로 다가왔다. 특히 올해 7월 개관한 영덕 웰니스 자연치유센터와 더불어 보다 체계적이고 발전된 모습을 선보였다. 대진해수욕장에 펼쳐진 푸른 바다와 부드러운 모래사장, 시원한 바람과 흰 구름, 그리고 한결 부드러워진 가을의 햇살은 사람들에게 더욱 친근하고 평화로운 자연의 품을 느끼게 했다.

자연이 선사한 청정한 기운 속에서, 전국 각지의 100여명의 한의사들과 인도·대만·일본 등 세계 15개국 65명의 자연치유의사들이 모여 4일간의 축제를 열었다. 아프지 않고,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는 마음이 하나로 모인 ‘웰니스 페스타’는 그야말로 치유와 교류의 장이었다.

예전에는 머리가 아프면 두통약을 먹고, 잠이 오지 않으면 수면제를, 소화가 안 되면 소화제를 찾는 것이 익숙했다. 그러나 이번 웰니스페스타를 찾은 사람들은 조금 다른 방식으로 건강을 마주했다. 머리가 아플 때는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명상에 잠기고, 잠이 오지 않는 사람은 아유르베다 체험을 통해 마음속 깊은 응어리를 풀었다.

소화가 잘되지 않아 속이 답답한 체험객은 동의보감 기공요법을 통해 위장과 연결된 경혈을 자극하며 혈맥의 순환을 돕자 바로 편안함을 느꼈다. 약 대신 자연 속에서 스스로를 치유하는 체험은 ‘병을 고친다’는 의학의 개념을 넘어, 몸과 마음, 자연이 조화를 이루는 진정한 건강의 의미를 일깨워주었다.

요즘 많은 사람들이 주목하는 슬로푸드(Slow Food) 운동은 패스트푸드 대신 전통적 방법으로 재배된 식재료를 이용한 음식을 통해 환경과 인간의 공존을 도모하는 운동이다. 영덕에서 열린 웰니스페스타 역시 의료계의 슬로푸드 운동이라 할 수 있다. 머리가 아프면 진통제, 불면에는 수면제, 성장장애에는 호르몬주사로 대응하는 현대인의 습관은 편리하지만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지 못한다. 반면 웰니스페스타는 이러한 악순환에서 벗어나, 병이 오기 전에 원인을 찾아 예방하고 스스로 회복력을 키우는 건강 문화를 실천하는 장이었다.

병이 생기기 전에 그 병이 생길만한 원인인 비만을 해결하기도 하고, 체내에 쌓인 독소를 선제적으로 제거함으로써 피부가 맑아지고 몸이 가벼워지기도 한다. 두통이나 불면증이 생기기 전에 명상과 기공을 실천하고, 허리와 목 통증이 생기기 전 추나요법이나 요가체험을 통해 바른 자세를 되찾는 사람들도 있었다. 암 진단 이후 불안감에 시달리던 사람들은 새뜸 요법으로 면역력을 높이고 심리적 안정을 찾았으며, 당뇨병 환자들은 미네랄 성분 패치를 통해 혈당 조절의 도움을 받기도 했다. 우리가 두려워하던 질환들이 이곳에서는 더 이상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라, 예방과 관리로 극복 가능한 문제임을 보여주었다.

대만에서 온 자연치유의사들은 삼복첩과 괄사요법으로 면역력을 높이고 경락의 순환을 원활히 하여 근육의 피로를 풀어주었다. 인도의 아유르베다 의사들은 아로마 마사지와 요가 프로그램을 통해 몸과 마음의 균형을 바로잡았고, 일본의 자연치유의사들은 아로마테라피로 비염과 두통을 호소하던 이들의 얼굴에 미소를 돌려놓았다. 북적이는 체험장 속에서도 체험을 마치고 나온 사람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밝고 평온했다. 적어도 이곳에서는 질병이 사라지고, 건강과 행복이 공존하는 축제의 시간이 흐르고 있었다.

축제가 끝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필자는 이번 행사가 단순한 일회성 이벤트로 끝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이번 페스타를 계기로 나 스스로도 내 몸을 돌아보고, 건강을 챙기려는 작은 습관이 생겼다. 무엇보다 이번 행사를 통해 많은 체험객들이 병이 생기기 전에 예방하고 스스로를 관리하는 생활 속 웰니스 문화를 이어가길 바란다.

이번 영덕 웰니스페스타는 단순한 체험 행사를 넘어, 한의학과 세계 자연치유 의학이 만나는 국제적 교류의 장으로 자리매김했다. 국내외 전문가들이 서로의 기술과 철학을 공유하며 소통한 이번 행사는, 앞으로 한국 웰니스 산업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국민 건강 증진에 기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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