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의 기운과 색의 층위로 존재 깨우는 신작…17일 대구 위즈아츠서
‘일획의 정신’ 담은 전통·현대 조형 확장…12월 4일까지 전시
수묵의 숨결과 채색의 깊이가 한 화면에 만나 생명의 리듬을 만들어낸다. 동양화가 우승우 작가의 열한 번째 개인전 ‘수묵과 채색 기행’이 오는 17일부터 12월 4일까지 대구 달서구 비슬로의 갤러리 위즈아츠에서 열린다. 전통과 현대의 경계를 가로지르는 그의 회화 세계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자리다.
이번 전시는 먹의 농담과 번짐이 만들어내는 기운 위에 색층이 차곡차곡 쌓이며 화면 속 형상들을 깨우는 우승우만의 작업을 집중적으로 보여준다.
작가는 수묵을 ‘기운의 근원’, 채색을 ‘그 기운이 생명으로 확장되는 표현’으로 설명한다. 사과·자동차·새·인물 등 일상의 오브제들이 암벽에서 솟아오르듯 등장하며, 화면 전체에 시간성과 존재감을 부여한다.
우 작가의 작업은 선사시대 벽화를 연상케 하는 원초적 직관과, 현대인의 감각을 자극하는 색의 층위가 공존하는 것이 특징이다. 먹의 자연스러운 흔적은 숨결이 되고, 질감은 서사의 밑바탕이 되며, 색은 감정의 결을 이끌어낸다. 작가는 “수묵은 정신을, 채색은 감정을 담는다”고 말한다. 그의 회화는 결국 색을 탐구하는 동시에 존재를 발굴하는 여정이다.
특히 이번 전시에는 우승우 작가의 예술관을 상징하는 ‘일획’의 정신도 녹아 있다. 그는 ‘일획에 만획이 움트니, 생성의 이치를 터득해 법을 넘어 법을 창조한다’고 말하며, 한 획 속에 점·선·면이 동시에 살아 있는 동양조형의 근원을 강조해왔다. 화면을 여는 그 첫 선은 단순한 형태가 아니라 생명 구조를 여는 출발점이다. 붓끝에서 번지는 먹자국 하나에도 작가의 호흡과 시간이 고스란히 담긴다.
이번 개인전은 우승우 작가의 예술 세계가 지나온 길과 앞으로의 방향을 동시에 보여주는 전시다. 전통에 기대면서도 그 너머를 모색하는 조형적 확장, 자연과 인간의 감성을 잇는 예술적 언어, 그리고 색과 먹이 만나는 새로운 공간이 관람객에게 깊은 울림을 전할 것으로 기대된다.
‘수묵과 채색 기행’의 오프닝은 17일 오후 6시에 열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