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에 부쩍 나 자신이 바보인가, 머저리인가. 팔푼이보다 더한 반푼이, 쪼다, 등신인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모자라는 사람에게 붙이는 말을 모두 동원해 본다. 이질감이 없는 것으로 보아 나를 두고 생긴 말 같다. ‘등신 밥통’. 어쩌다가 이렇게 됐나? 딴에는 제법 똑똑하고, 두루 살피며 부끄럽지 않게 살아왔다고 믿었었는데.아내는 나이를 먹을수록 당당해지고, 집안일이나 사회 일에 적극적인 자세로 임한다. 나는 왜 이렇게 주눅이 들지? 밥 먹다가 젓가락을 떨어뜨리는 일도 자주 생기고, 나무라면 더 당황해지고, 핸드폰, 지갑 등을 잘
훈장 똥은 개도 안 먹는다는 말이 있다. 애가 탄 사람의 똥은 쓰다. 남을 가르치는 일이 그만큼 힘들다는 뜻이다. 남의 머리에 지식을 넣어주는 일도 어렵지만 바른 인성을 길러주는 일은 더 어렵다. 지적·정서적·신체적 성장을 통하여 사람의 도리를 가르치고, 지혜로운 사람이 되도록 가르치는 일이 쉬울 리 없다. 잘 가르치려고 하니 애가 탄다. 요즘은 교권을 흔드는 학생도 있고 학부모도 있고, 사회적 분위기도 있어 더 힘들다. 가르치기에도 애가 타는데 자존감마저 흔드니 힘들 수밖에 없다. 교사의 권위가 실종되어 버렸다.서울 서이초등학교
‘바보’는 선천적으로 미성숙한 사람을 가리킨다. ‘어리석다’와 어원을 공유하는 ‘어린이’는 후천적인 미성숙을 가리킨다. 바보와 어린이는 충분히 자라지 않았다는 점에서, 즉 미성숙이라는 점에서 비슷하다. 다만 그 원인에서 차이가 있다. 바보는 선천적, 어린이는 후천적 미성숙에 속한다.‘어리석다’와 뜻이 가까우면서 자주 쓰이는 말에 ‘무디다’가 있다. ‘둔(鈍)하다’라고도 한다. ‘날카롭다’에 반대되는 말이다. 예민하거나 빠릿빠릿하지 못한 것을 가리킨다. 칼날이 서지 않아 잘 들지 않듯이 몸과 마음의 움직임이 둔한 것이 ‘무디다’이다.
골디락스는 영국의 전래 동화 ‘골디락스와 곰 세 마리’에 나오는 금발 소녀 이름이다. 금을 의미하는 골드와 머리카락을 뜻하는 락을 합성한 조어. 너무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적당한 상태’를 가리키는 용어로 쓰인다.언젠가 미국국립과학원은 에너지를 제외한 생명체 탄생에 필요한 하나의 조건에 관해 결론을 내렸다. 바로 화학반응이 지속될 따뜻한 장소. 이에 따라 적색왜성인 ‘글리제 581’이 골디락스 행성 후보로 선정됐다. 그곳은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크기에 ‘제2의 지구’로 주목을 받는다.지구는 우주의 행운아. 태양계 8개 행성과 수
세상에는 자기가 제일인 줄 아는 사람이 더러 있다. 특히 정치하는 사람 중에 그런 잘난 사람이 있다. 원자력 문제도 자신이 최고 많이 알고, 기후 문제도 자신의 말이 맞고, 해류도 자신의 말대로 흐른다고 믿는 사람이 있어서 골칫거리다. 남의 말은 들으려고 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 약을 올리거나 애타게 만드는 데 특허권이 있는 사람이다. 민망하여 상종하기가 거북스럽다.세상 사람 중에 80%는 남의 약점 찾기를 잘한다. 특별히 배우지 않아도 잘한다. 남의 장점을 찾는 일은 어렵다. 관심을 기울여야 보인다. 배려하는 마음으로 살펴야 보인
인류 역사는 인간 중심 관점으로 세상을 재단했다. 대개 자연의 세계는 경시됐다. 사실 지구상 호모사피엔스가 보낸 시간 99%는 수렵채집인 생활. 우리가 대자연을 갈구하는 이유는 그런 유전자를 지닌 탓이다.자연사와 인류사는 동전의 양면처럼 이어졌다. 때론 경쟁하고 한편 협력하면서 함께 살아왔다. 단지 사람은 자연을 정복하고 지배적인 존재로 진화했을 뿐이다. ‘책이 아니라 자연을 공부하라’ 이는 미국 우즈홀 해양생물연구소 정문에 놓인 화강암에 새겨진 문구. 19세기 저명한 지질학자 아가시가 학생들을 가르쳤던 말이다. 자연사를 다루는 박
담쟁이는 바위에도, 나무에도, 담벼락에도, 흙이 아닌 시멘트나 콘크리트의 척박한 곳에도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 덩굴나무다. 흙내음 한 번 실컷 맛보지 못하는 어려운 환경에서도 척박한 토양과 공해를 원망하지 않으며 꿋꿋하게 조용히 뻗어 가는 덩굴성 식물이다. 절망하지 않고 희망을 품고 살아가는 담쟁이덩굴이다. 매달리거나 덮어씌운 대상을 보호하면서도 자신의 삶을 살아간다. 이것이 담쟁이가 사는 법이다.줄기에서 잎과 마주하면서 돋아나는 공기 뿌리의 끝이 작은 빨판처럼 생겨서 아무 곳에나 착 달라붙는다. 특히 벽면(壁面)에 붙어 자라는 모
인류 진화의 역사에서 가장 근본적인 특징은 두뇌가 커졌다는 점이다. 현대 인간의 두뇌 용적은 과거보다도 배로 불어났다. 호모사피엔스는 불을 이용한 요리로 뇌가 커지면서 인지능력을 갖추었다. 이로써 집단을 이루어 상호 협력하고 언어로 소통해 종간 생존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했다.과학자 연구에 의하면 중년의 뇌는 제일 똑똑하다고 한다. 기억력은 다소 떨어지나 이해력과 판단력은 성장기를 능가한 양상을 보인다. 만약 독서에 최적기가 있다면 바로 중년기가 아닐까.책은 인간의 두뇌가 창안한 뛰어난 도구 가운데 하나다. 체코의 작가 카프카는 그 가
인간은 태어나면서 죽을 때까지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살아야 하는 사회적 동물이다. 인간관계 속에서 삶의 보람을 찾아가는 존재다. 인간관계를 형성해가는 기본이 대화다. 대화를 잃으면 생동감마저 사라진다. 누구도 자신을 상대하지 않을 때 고독감을 느끼고 살아갈 기력마저 잃는다. 삶에 대한 의욕을 잃어버린다. 따라서 인생이란 인간관계, 그 자체라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가정에서든, 직장에서든, 취미를 목적으로 하는 모임에서든 행복해지기를 원한다면 인간관계를 원활하게 엮어가야 한다.원만한 인간관계를 위해서는 사람을 볼 줄 아는 눈을 지
인간은 책을 읽고 책은 인간을 바꾼다. 이성은 맑아지고 감성은 짙어진다. 남미를 탐방한 훔볼트 여행기는 청년 다윈의 인생을 결정했다. 카프카는 편지글에서 외친다. 우리가 읽는 책이 두개골을 깨우지 않는다면 무엇 때문에 책을 읽느냐고.유대인은 책의 민족이라 불린다. 천국을 도서관으로, 천사 메타트론을 사서로 이해할 정도다. 또한 가난한 이에게 책을 빌려주는 사람은 하나님 은총을 입는다고 여긴다. 책을 대할 때는 존중하는 마음을 가지라고도 한다. 탈무드는 유대인 율법학자의 구전과 해설을 집대성한 것이다.누군가 아인슈타인에게 물었다. 다
리더십은 구성원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에너지를 분출시켜 목적을 달성하는 수단이다. 이를 통해 군인은 승리를, 기업은 성장을, 국가는 번영을 이룬다. 리더는 현실을 타개하고 미래를 추구하고자 리더십을 활용한다.조직의 리더는 시인과 달리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육성된다. 현장 경험을 통해 숙성되는 과정이 필요하단 의미. 사회가 복잡다기하고 경쟁이 치열하기에 한층 그러하다. 그런 면에서 로마제국 인재 양성 시스템은 벤치마킹할 가치가 충분하다.그들은 실무 체험을 중시했다. 역량을 시험받지 않은 지도자가 등장해 제국이 혼란에 빠지는 위험을 최소
유월은 호국보훈의 달이다. 6월 5일 국가보훈처가 국가보훈부로 승격 공식 출범했다. 국가가 끝까지 책임지는 일류보훈, 국가와 국민을 위해 희생한 분들을 존중하고 기억하는 나라가 될 것이라고 한다. 나라를 위해 희생한 분들을 더욱 우러러 받든다고 한다.유월은 감사하는 마음이 초록의 물결을 타고 너울너울 춤을 추는 달이다. 미움은 잊고 은혜는 가슴에 새기는 너그러움의 계절이다. 푸르름이 가득한 유월엔 미움도 녹여버리고, 오해도 풀어버리고, 욕심도 놓아버리고, 사랑과 이해와 배려와 용서로 아름다워져야 하는 달이다. 다가올 더위를 생각지
“푸른 하늘을 만들어 줘요. 새하얀 뭉게구름 두둥실 예쁜 새 모여 노래 부르는 저 파란 숲 속 나라도 만들어 줘요. 아빠가 만들어 주시나요. 엄마가 만들어 주실까. 아니야 우리가 해야 하죠. 우리가 푸른 세상 만들어요. 푸른 씨앗 되어 푸른 숲을 만들어 보자. 우리가 푸른 바람 되어 저 하늘도 더 푸르게 하자.”‘푸른 세상 만들기’라는 동요다. 대중가요에 익숙해져 가는 아이들에게 율동의 진짜 재미를 알려주는 참 신나는 곡이다. 노랫말이 참 푸르다.지금 세상은 옛날 세상과 다르다. 사람들도 다르다. 옛날 사람들은 농경문화 사회에서 힘
인문학은 사람을 이해하고자 공부하는 학문이다. 흔히 ‘문사철’로 일컫는 문학·역사·철학을 이른다. 이는 지성인이 갖출 기본적 교양으로 이해되기도 한다. 혹자는 인문학을 사치재로 규정한다. 수요자가 중장년층이란 이유다.근래 보도된 칠곡의 어느 도예가 사례를 보면 일리가 없진 않다. 60대 중반 도자기 매력에 빠진 여성이 일흔 나이에 첫 전시회를 열었다는 내용. 그 아름다운 후반부 열정에 갈채를 보낸다. 물론 나는 그런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 물질문명이 삶을 채워주지 못하기에 인문학을 찾지 않을까.건강한 신체를 위해 운동이 중요하듯이
연두색 고운 신록이 진하게 녹음의 그늘을 드리우는 여름이 왔다. 참 잘도 바뀐다. 어김없이 바뀐다. 나이가 들면 세월이 시속 100Km 이상 달린다더니 세상이 빨리도 바뀐다. 모심기가 언제 끝났는지 온 들판이 퍼렇다. 단순한 바뀜이 아니라 변화(變化)다.박목월 시인의 시 의 계절이 벌써 지나가 버렸다. “머언 산 청운사(淸雲寺)/ 낡은 기와집// 산은 자하산(紫霞山)/ 봄눈 녹으면// 느릅나무/ 속잎 피어 나는 열두 구비를// 청노루/ 맑은 눈에// 도는/ 구름”이라 노래했다.시인의 눈(眼)이 청운사-자하산-느릅나무-청노루
‘삼세 번’이란 말을 자주 한다. ‘무슨 일이든 세 번은 해 봐야 한다’는 뜻도 있고, 세 번 정도 하게 되면 실수(失手)를 없앨 수 있다는 의미, 실수해도 후회 없다는 의미로도 풀이할 수 있다. 그래서 재판도 삼심제도가 있다. 가마솥의 발도 세 개다. 카메라 받침대도 삼발이다. 다리가 세 개인 것은 어디에 두어도 절름발이가 되지 않는다. 두 개의 점을 이으면 선(線)이 생기고, 세 개를 이으면 하나의 평면만 생긴다. 그래서 3은 완전함을 의미한다.한자에 三이란 글자는 一 위에 二를 얹었다. 막대기 개수가 세 개다. 3이란 숫자는
19세기 무렵 태동한 낭만주의는 고전주의에 대항한 새로운 문예 사조다. 음악의 경우 고전주의는 바흐·헨델·베토벤에 이르는 절제미를 갖춘 상류층 풍류. 주로 궁정 연회장에서 연주됐다.한편 낭만주의 음악은 동유럽 민속 노래에서 배태해 자유분방한 분위기를 풍겼다. 당시 프랑스 중심 라틴 문화권에 반발한 변두리 예술. 동유럽 변방인 폴란드 출신 쇼팽은 낭만주의 사조를 대표하는 작곡가다. 독립을 잃은 조국의 비참한 현실을 음악으로 극복하고자 작품에 반영했다.격식을 깨는 아웃사이더 음악인 면에서 인도의 ‘집시’와 스페인 ‘플라멩코’는 일견 낭
중국의 4대 발명품은 나침반과 화약 그리고 인쇄술과 종이가 꼽힌다. 한결같이 세계 문명을 견인한 과학기술. 그중 종이는 후한의 환관인 채륜이 제조했다고 전한다. 7세기경 한반도와 일본에 전해졌고, 8세기에 아랍과 당나라가 맞붙은 탈라스 전투를 계기로 제지술이 서방으로 퍼졌다.종이가 나오기 전에는 기록의 재료가 단순했다. 돌·나무·진흙판·파피루스·양피지 등으로 무겁거나 손상되기 쉬웠다. 메소포타미아 지역은 점토판에 문서를 남겼고 이집트는 파피루스를 사용해 문물을 발전시켰다. 중국은 주로 죽간을 이용했다. 사마천이 집필한 ‘사기’는 대
‘불장난하면 밤에 오줌을 싼다’라는 말이 있다. 실제로 일리가 있는 말이라고도 한다. 불이 정서적으로는 흥분과 두려움을 주고 근육과 신경에도 긴장을 주는데, 불을 만지면서 정신을 팔다가 밤에 잘 때 긴장이 풀어져 오줌을 쌀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불장난을 하면 오줌을 싸게 된다’는 말을 한 것은 아닐 것이다. 불을 가지고 오래 장난을 하면 까딱 실수로 화재를 일으킬 위험이 있으니 함부로 불장난하지 않도록 경계하는 말일 것이다. 철없는 아이에게 불장난하면 밤에 오줌싼다고 겁을 주어 불장난을 막고자 한 말이다.한편, 위험한 곳에
기원전 4세기 활동한 철학자 플라톤은 저서 ‘국가’에서 언급했다. 지도자 교육에 필요한 과목으로 산술·기하학·음악 그리고 천문학을 포함해야 한다고. 또한 책의 마지막 부분에 우주를 묘사했다. 이는 양파 형태 모형이 처음 수록된 문헌. 우주는 중심이 똑같은 여러 구체로 이뤄졌다고 여겼다.고대 문명은 신을 인격화하고 자연을 신격화했다. 결코 비합리적 사고는 아니다. 모르는 현상을 아는 사실과 유추하여 이해했기 때문이다. 그리스는 물론 중국과 메소아메리카도 행성 관측을 중시했다. 그들은 천체의 배열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고대 사회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