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2주년 광복절 경축사···임청각·남자연 여사 이례적 소개·독립운동 정신 계승 도구 시사
한반도 긴장 평화적 해결 천명···北에 도발중단·대화복귀 촉구

문 대통령, ‘광복절 노래 제창’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15일 오전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72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광복절 노래를 제창하고 있다. 연합
문재인 대통령은 15일 ‘독립운동의 정신’과 그 이념인 ‘국민주권’을 한국의 정체성으로 내세웠다.

문 대통령은 이날 제72주년 광복절 경축식 연설을 통해 경상북도 안동의 임청각과 영양의 남자현 여사를 이례적으로 자세히 소개해 독립운동정신의 계승 도구로 삼을 것임을 시사했다. 또 위대한 독립운동의 정신이 민주화와 경제발전으로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들었다며 좌우(左右) 보혁(保革) 구도를 넘어선 통합가치로 제시했다. 앞으로 문재인 정부의 정국 주도권 확보의 토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문 대통령은 대외적으로는 한반도 평화와 대북 대화를 남북관계의 기본 축으로 하겠다는 것을 재삼 천명했다. 문 정부가 취임 100일을 맞아 국민적 지지도를 바탕으로 대내외 정책 등 정치외교의 노선을 확립한 것으로 분석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항일독립운동의 빛나는 장면들이 지난 겨울 전국 방방곡곡에서, 그리고 우리 동포들이 있는 세계 곳곳에서 촛불로 살아났다”며 “우리 국민이 높이든 촛불은 독립운동 정신의 계승”이라고 규정했다.

또 “위대한 독립운동의 정신은 민주화와 경제 발전으로 되살아나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들었다”며 “그 과정에서 희생하고 땀 흘린 모든 분들 모두가 오늘 이 나라를 세운 공헌자”라고 말했다.

이어 “저는 오늘 우리가 기념하는 이 날이 민족과 나라 앞에 닥친 어려움과 위기에 맞서는 용기와 지혜를 되새기는 날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8·15 광복절을 맞아 잊혀진 독립유공자들에 대한 국가 차원의 예우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문 대통령은 “친일 부역자와 독립운동가의 처지가 해방 후에도 달라지지 않더라는 경험이 불의와의 타협을 정당화하는 왜곡된 가치관을 만들었다”며 “독립운동가들을 모시는 국가의 자세를 완전히 새롭게 하겠다”고 선언했다.

문 대통령은 “최고의 존경과 예의로 보답하겠다”며 “독립운동가의 3대까지 예우하고 자녀와 손자녀 전원의 생활안정을 지원해서 국가에 헌신하면 3대까지 대접받는다는 인식을 심겠다”고 말했다.

또 “젊음을 나라에 바치고 이제 고령이 되신 독립유공자와 참전유공자 분들이 살아계시는 동안 국가가 책임지겠다”며 “참전명예수당도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보훈으로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분명히 확립하겠다”면서 “애국의 출발점이 보훈이 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이 이날 ‘임청각’에 대해 자세히 언급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임청각은 일제강점기 전(全) 가산을 처분하고 만주로 망명해 신흥무관학교를 세우고, 무장 독립운동의 토대를 만든 석주 이상룡 선생의 본가”라며 “무려 아홉 분의 독립투사를 배출한 독립운동의 산실이고, 대한민국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상징하는 공간”이라고 소개했다.

문 대통령은 “그에 대한 보복으로 일제는 그 집을 관통하도록 철도를 놓았다. 아흔 아홉 칸 대저택이었던 임청각은 지금도 반 토막이 난 모습 그대로다. 이상룡 선생의 손자, 손녀는 해방 후 대한민국에서 고아원 생활을 하기도 했다”면서 “임청각 모습이 바로 우리가 되돌아봐야 할 대한민국의 현실”이라고 임청각 등 독립운동 유적지 발굴 의지를 표명했다.

문 대통령은 “무장독립단체 서로군정서에서 활약한 독립군의 어머니 남자현 여사”등 독립 지사들을 열거했다.

임청각은 대한민국 임시정부 초대 국무령을 지낸 석주 이상룡(1858∼1932) 선생의 생가로, 석주 선생을 비롯해 두 동생과 아들(동구 이준형), 손자(소파 이병화), 조카 등 독립운동가 9명을 배출한 고성이씨의 고가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임청각을 방문, “안동이나 유교라고 하면 보수적일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는데, 안동지역에서는 독립운동이 활발했다”면서 “(이들은)혁신 유림이라고도 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또 ‘평화는 생존전략’이라며 대북 접근법에서 다시금 평화적 방법을 강조했다. 아울러 우리 정부의 한반도 위기관리 주도적 역할론을 부각했다. 북한에 대한 태도변화도 강하게 촉구했다.

문 대통령은 “광복절을 맞아 한반도를 둘러싸고 계속되는 군사적 긴장의 고조가 우리의 마음을 무겁게 한다”며 “분단은 냉전의 틈바구니 속에서 우리 힘으로 우리 운명을 결정할 수 없었던 식민지시대가 남긴 불행한 유산”이라고 안타까워했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의 평화도, 분단 극복도 우리가 우리 힘으로 만들어가야 한다”며 “한반도 평화 정착을 통한 분단 극복이야말로 광복을 진정으로 완성하는 길”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이제 우리가 가야할 길은 명확하다”며 “전 세계와 함께 한반도와 동북아의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의 대장정을 시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도발에 대해서는 “국제적인 협력과 상생 없이 (북한이) 경제발전을 이루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즉각 도발을 중단하고 대화의 장으로 나와 핵 없이도 북한의 안보를 걱정하지 않을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난달 초 독일에서 선언한 ‘신베를린 구상’에 이어 유화책도 내놨다.

문 대통령은 “우리는 북한의 붕괴를 원하지 않는다. 흡수통일을 추진하지도 않을 것이고 인위적 통일을 추구하지도 않을 것”이라며 “남북간의 경제협력과 동북아 경제협력은 남북이공동의 번영을 가져오고 군사적 대립을 완화시킬 수 있다”고 손을 내밀었다.

또 “이산가족 문제와 같은 인도적 협력을 하루빨리 재개해야 한다”며 “이 분들의 한을 풀어드릴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산가족 상봉과 고향 방문, 성묘에 대한 조속한 호응을 촉구한다”고 북한의 태도변화를 요구했다.

이어 “다가오는 평창 동계올림픽도 남북이 평화의 길로 한 걸음 나아갈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평창올림픽을 평화올림픽으로 만들어 남북대화의 기회로 삼고, 한반도 평화의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북한이 미사일 발사시험을 유예하거나 핵실험 중단을 천명했던 시기는 예외 없이 남북관계가 좋은 시기였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며 “그럴 때 북미, 북일 간 대화도 촉진됐고, 동북아 다자외교도 활발했다. 한반도 문제의 주인은 우리라고 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역설했다.

광복절 기념식인 만큼 일본에 대한 과거사 반성 촉구는 역대 대통령의 반복된 메시지였다.

문 대통령은 “일본군 위안부와 강제징용 등 한일 간의 역사문제 해결에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와 국민적 합의에 기한 피해자의 명예회복과 보상, 진실규명과 재발방지 약속이라는 국제사회의 원칙이 있다”며 “우리 정부는 이 원칙을 반드시 지킬 것”이라고 선언했다.

양무진 북한대학교 대학원 교수는 “한반도 평화를 주변국에 맡기지 않고 우리가 결정해야 한다는 대통령의 의지가 드러난 경축사였다”며 “경제협력과 한반도 비핵화는 동시적으로 추진해야 하는데 지금 국제 정세상 그럴수도 없을 뿐더러 문재인정부의 ‘한반도 신경제지도’ 또한 ‘선(先) 북핵 해결 후(後) 경제협력’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정모 기자
김정모 기자 kjm@kyongbuk.com

서울취재본부장으로 대통령실, 국회, 정당, 경제계, 중앙부처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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