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학교비정규직노조가 전국 릴레이 파업에 들어갔다.14년째 반복되는 ‘급식 파업’은 이제 교육현장의 연례행사처럼 굳어졌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과 학부모에게 돌아가고 있다.“왜 우리의 영양을 담보로 투쟁을 하느냐”는 학부모의 항의, 빵과 우유로 끼니를 때우는 학생들의 불만이 반복되지만 갈등은 해마다 똑같은 자리에서 되돌아온다.노조는 처우개선을 위해 싸운다지만 교육의 본질적 수혜자인 아이들이 상처받는 방식이 과연 지속가능할까.문제의 핵심은 파업 여부 자체보다 파업시 학교가 최소한의 급식 대책을 마련할 수 없다는 데 있다.현행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시인 이육사의 시 ‘청포도’에는 고향을 향한 그리움과 함께, 역경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기다림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 청송에도 이와 같은 상징이 있다. 바로 ‘사과’다. 사과 수확이 마무리되는 늦가을, 청송은 한 해의 결실을 되돌아보며 새로운 도약을 준비한다.올해 봄, 청송은 대형 산불이라는 큰 시련을 겪었다. 울창한 산림과 생활 터전이 순식간에 잿빛으로 변했고 지역사회는 깊은 상처를 입었다. 그러나 군민과 공직자가 함께 복구에 나서며 청송은 다시 제 모습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공동체
교육부에 따르면 전국 초·중·고교의 다문화 배경 학생 수는 지난 10년 새 2.5배로 늘어나 올해는 20만2208명이라고 한다. 같은 교실에서 국적과 언어, 문화가 다른 학생을 만나는 일은 이제 낯설지 않지만 이를 지원할 교사와 제도는 여전히 부족하다. 다문화교육은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기술이자 나 자신을 이해하는 과정인데 변화 속도에 비해 학교의 준비는 더디기만 하다.세계는 하나의 학교이고, 다양한 문화는 우리 모두의 교과서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교사의 역량 강화다. 다문화 학생을 이해하고 지도할 전문 교사가 턱없이 부족하다.
경기도교육청의 ‘인공지능학습 플랫폼’홍보영상이 뭇매를 맞고 있다.교사를 AI보다 부족한 존재로 묘사한 설정은 교직 사회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교사단체들이 ‘교사에 대한 모욕’이라며 강하게 반발한 것도 무리는 아니다.그러나 이 논란은 단순한 홍보물의 문제를 넘어 인공지능이 학교 현장 깊숙이 들어온 시대에 교사의 역할을 어떻게 재정의할 것인가라는 본질적 질문을 던진다.오늘날의 교실은 AI기반 개별학습·자동화된 평가·학습 분석 시스템이 동시에 작동하며 교사의 업무는 더 이상 ‘지식 전달’에 머물지 않는다.지식을 얻는 통로가 다양해진 상황
2025년 가을, 천년고도 경주가 다시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아시아·태평양 21개국 정상들이 모여 ‘포용적 성장과 지속가능한 미래’를 주제로 한 APEC정상회의가 열린 것이다. 이번 회의는 외교 행사를 넘어 인류의 내일을 위한 약속의 장(場)이었다. 그리고 그 약속의 주체는 바로 미래세대인 청소년들이다.첫째, 경주 APEC은 기후위기 대응과 지속가능한 발전의 중요성을 다시 일깨웠다. 기후변화는 이제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 현실이다. 각국 정상들은 탄소중립 실천, 녹색기술 개발, 에너지 전환의 필요성에 뜻을 모았다. 이는 청소년
2025년 11월, 천년의 도시 경주가 세계의 심장이 되었다. 아시아태평양 21개국 정상들이 모여 인류의 미래와 공동 번영을 논의한 ‘2025 경주 APEC 정상회의’는 대한민국의 외교적 성취이자, 경주가 새로운 역사를 쓰기 시작한 분기점이었다. 이번 정상회의는 경주가 단순히 과거의 영광을 간직한 박물관 도시가 아니라, 세계와 미래를 함께 설계하는 살아있는 국제문화도시임을 전 세계에 선포했다. 불국사와 석굴암, 첨성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이어지는 천년 문화유산은 K-컬처의 뿌리로서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경주는 평화와
교사의 정치참여를 둘러싼 논란이 거세다.여당이 교사들의 정당 가입과 정치 활동을 폭넓게 허용하는 법 개정을 추진하면서, 교육계와 정치권이 술렁이고 있다. 교육의 중립성을 지켜야 한다는 우려와 교사도 시민으로서 기본권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주장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현행 국가공무원법과 교육공무원법은 교사의 정당 가입과 정치활동을 금지하고 있다. 교사는 선거운동은 물론 특정 정당 지지를 표명하는 것조차 제한받는다. 이는 학교가 정치의 영향력으로부터 독립돼야 한다는 원칙 아래 만들어진 장치다. 학생은 아직 가치관이 형성되는 과정에 있고,
포항~영덕간 동해고속도로의 개통은 단순한 도로 준공이 아니라, 지역의 꿈과 의지가 국가의 대동맥을 바꾼 결과라는 점에서 더욱 뜻깊다.지역 발전을 위해 절실한 애착을 가지고 땀 흘렸던 이들의 노력 덕분에 불가능해 보이던 길이 새롭게 열렸다.지난 시장 재임 시절, 나는 포항 발전의 핵심은 바다와 연결된 교통망 확충에 있다는 확신으로 영일만대교 건설을 추진하였다.이는 단순한 순환도로망 구축이 아니라, 포항을 해양관광 거점도시로 도약시키려는 비전의 시작이었다.당시 우리나라 고속도로망은 ‘남북 7축, 동서 9축’으로 구성되어 있었고, 남북
2025년 경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는 삼국통일 이후 경북의 저력을 전 세계에 각인시킨 역사적 사건이었다. 한미 정상회담을 비롯해 미·중, 한·일, 한·중 정상회담이 잇따라 열리며, 천년고도 경주는 그야말로 세계 외교의 심장으로 뛰었다. 회의의 결실로 채택된 ‘경주선언’은 단순한 결과문이 아니라, 인류가 함께 나아가야 할 미래의 방향을 제시한 협력의 약속이었다.이번 경주 APEC은 지방정부가 주도한 국제행사로서 전례 없는 성공을 거두었다. 불과 300일 만에 주요 시설을 완공하고 세계 정상과 글로벌 C
해마다 이맘때면 지역 음악 동호인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포항국제음악제가 올해의 주제인 ‘인연(AFFINITY)’이란 이름으로 찾아왔다. 올해로 다섯 번째 열리는 포항국제음악제가 7일부터 13일까지 일주일간 시내 곳곳에서 세계적인 아티스트들의 향연이 펼쳐진다.‘우리가 만난 순간’이란 주제로 도교육청문화원에서 열리는 개막 공연은 포항페스티벌오케스트라(지휘 윤한결)가 포항의 문화유산인 동해안 ‘별신굿’의 악보로 세계 초연(初演)의 경이로움으로 하늘과 땅, 신과 인간의 만남을 만들어 낸다. 이어지는 피아니스트 데니스 코츠킨이 연주하는 피
이진영의 ‘복지 키워드로 풀어보는 영화세상’ 열두 번째 이야기는 2011년 윤성현 감독의 영화 이다. 청룡영화상과 대종상영화제에서 신인감독상과 신인남우상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고, 관객 수는 많지 않았지만 진심 어린 울림으로 오랫동안 회자되는 작품이다. 평범한 고등학생 세 명의 우정이 한순간의 오해와 폭력으로 돌이킬 수 없이 무너지는 과정을 그린 이 영화는 청년의 고립과 주변의 무관심이 빚어내는 비극을 담담히 보여준다.영화는 한 학생의 죽음에서 시작한다. 기태라는 청년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무심했던 아버지는 뒤늦은
지난해 우리나라 3558개 읍·면·동의 34%에는 중학교가, 8%에는 초등학교가, 12%에는 유치원이 없다는 통계가 있다.이는 지역 인구가 줄면서 학교를 통폐합한 결과다.학교의 소멸은 곧 마을의 소멸로 이어진다. 교정의 종소리가 멎은 자리엔 한 세대의 기억이 묻히고, 그 기억이 사라질 때 공동체의 숨결도 함께 사그라든다.이제 학교는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곳이 아니라, 사람을 붙잡고 마을을 지탱하는 ‘삶의 공간’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우선, 지방의 학교는 ‘작지만 깊이 있는 학교’로 거듭나야 한다.학생 수는 적지만, 그만큼 아이
공단이 살아야 구미가 산다. 이는 단순한 정치적 구호가 아니라 우리의 처절한 외침이요 반드시 가야 할 목표이다. 그런데 지금 공단은 거꾸로 내리막길을 달리고 있다. 공단의 활력이 떨어지는 이유를 살펴보자. 먼저, 공단의 투자 확대는 삼성 등의 기존 제품의 수요가 안정화되어 제한적이다. 다음으로, 기업의 신사업 투자가 소극적이다. 수도권에 우수한 인력이 집중된 상황에서 추풍령 이남인 구미공단의 신규 투자는 전략적 선택지가 아니다. 일례로 삼성이 2008년에 삼성연구소를 구미에 건립하려다 취소한 이유도 궁극적으로 인력 문제이다. 여기에
안동은 500여 년 전부터 ‘스포츠의 도시’였다. 사람 중심의 세상을 꿈꾸던 퇴계 선생은 몸과 마음의 건강을 함께 추구하는 활인심방(活人心方) 체조를 만들었다. 이처럼 안동은 이미 조상들의 지혜로 건강의 중요성을 깨닫고 이를 일상에 녹여낸 도시였다. 스포츠 도시로서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곳이다.오늘날 도시의 이미지를 결정짓는 요소는 역사적 유산이나 산업적 성과만이 아니다. 이제는 ‘스포츠’가 도시브랜드의 핵심 요인으로 자리잡았다. 스포츠 이벤트는 시민에게는 정체성과 자부심을, 방문객에게는 매력적인 체험과 감동을 선사한다.스포츠는 더
도시의 품격은 높이 솟은 건물이나 반짝이는 산업단지가 아니라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얼굴에서 드러난다.그 중에서도 오랜 세월을 살아온 어르신들이 어떤 대접을 받는가에 따라 그 도시의 인격이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우리 사회는 빠르게 늙어가고 있다.포항 역시 전체 인구의 25%가 고령층으로 분류될 만큼 초고령 사회로 향하고 있다.하지만 나이 드는 일이 여전히 불안과 외로움의 다른 이름이 되어버린 현실은 결코 외면할 수 없는 과제다.이제는 달라져야 한다.어르신들을 돌보는 정책은 복지의 영역을 넘어 지역 사회 전체의 구조를
최근 몇 년간 문해력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잊힐 만하면 반복되는 문해력 논란은 무엇 때문일까.지난해 초·중·고 교원 5,848명을 대상으로 ‘학생 문해력 실태’를 물은 결과 91.8%가 “문해력이 과거보다 떨어졌다”고 답했다.문해력 저하의 원인이 ‘스마트폰·게임 등 디지털 매체 과사용’(36.5%)이 1위로 꼽혔다.이어서 ‘독서 부족’(29.2%), ‘어휘력 부족’(17.1%)순이었다.글자는 단순한 기호가 아니다.그것은 세상을 열어주는 열쇠이며, 생각을 확장시키는 다리다.그러나 요즘 우리 사회에서 이 열쇠와 다리가 점점
이태원 참사라는 미증유의 재난 현장을 수습했던 소방대원들이 최근 잇따라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비보가 전해졌다. 이는 우리 사회의 안전을 위해 가장 참혹한 현장에 뛰어드는 이들이 감내해야 하는 정신적 외상의 무게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비극이다. 특히 즉각적인 충격 이후 오랜 시간이 지나 발현되는 ‘지연성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는, 당사자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 서서히 삶을 잠식하는 보이지 않는 적이다. 제복을 입고 현장을 지켰다는 이유만으로 평생을 고통 속에 살아야 한다면, 국가는 과연 이들에게 무엇을 해준 것인지 근본적
도시는 경쟁이 아니라 협력으로 성장한다. 지역사회의 신뢰가 무너진 곳에는 새로운 산업도, 지속 가능한 발전도 자리 잡을 수 없다. 지금의 포항에 필요한 것은 힘겨운 대립을 정리하고 함께 나아갈 통합의 리더십이다.대화가 끊어진 자리, 갈등이 남긴 상처 위에서 다시 신뢰를 세우는 일은 절대 쉽지 않다. 하지만 그것이야말로 다음 세대로 이어질 도시의 희망을 만드는 첫걸음이다.갈등은 사회를 발전시키는 에너지이지만, 관리되지 못하면 공동체를 병들게 한다. 포항의 지난 시간은 정치적 갈등과 지역 이기주의, 기업과 행정 간의 불신으로 얼룩져 있
1894년, 들녘의 농민들이 호미와 낫을 내려놓고 나라를 위해 일어섰다. 바로 목숨을 바쳐 일제에 항거한 동학농민운동이다. 동학농민운동의 본질은 ‘조국을 살리려는 마음’이었다. 이후 항일운동의 중심에는 농업인이 있었다. 밥을 짓고 땅을 일구던 농민들이 풍전등화의 위기 앞에서는 가장 먼저 일어나 목숨을 던졌다. 동학의 핵심 사상이 ‘사람이 곧 하늘이라는 인내천(人乃天)’이다.130여 년이 흐른 지금, 농업과 농촌은 다시 한번 역사의 부름을 받고 있다. 식량안보의 엄중함을 알려준 우크라이나 전쟁은 농업이 단순한 산업이 아니라 국민의 생
가을은 ‘축제의 계절’이다. 전국 곳곳에서 열리는 지역 축제는 수확의 기쁨을 나누고 전통을 계승하며, 주민 화합을 다지는 장이 된다. 그러나 많은 경우 축제는 단순히 즐기고 소비하는 행사로만 그치는 경우도 많다. 이제는 축제를 지역사회의 교육 자원으로 적극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축제는 곧 살아있는 교과서요, 배움의 장이 되기에 다음과 같이 잘 활용해야 한다.첫째, 축제는 교과와 연계된 학습의 장이 될 수 있다. 국어와 사회 과목에서는 축제의 기원과 지역사를 조사하여 보고서를 작성하거나 토론을 진행할 수 있다. 미술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