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한마디가 사람의 마음을 무너뜨리고, 또 다시 일으켜 세우는 순간이 있다.“그래도… 소를 두고 갈 수는 없었지요.”불길이 마을을 삼키던 그날 밤, 등 뒤까지 번져오던 화염보다 더 뜨거웠던 것은 삶을 버티게 했던 단 하나의 존재를 향한 이 한 문장이었다.그 절박함과 애틋함이 시간이 흘러 시(詩)가 되었고, 이젠 한 권의 인생 시집으로 묶여 경북 곳곳의 공공도서관으로 퍼져나간다.읽는 이의 가슴에 오래 남아, 상처 난 마음을 천천히 어루만질 치유의 기록으로.의성군(군수 김주수)은 산불 피해 주민들의 구술 인생 시를 묶은 시집 ‘소를 두
문학평론가 손정수가 스물두 편의 해외 고전을 사계절의 순환 구조 속에서 다시 읽어낸 비평 에세이 ‘고전의 사계’(은행나무, 336쪽)가 출간됐다. 30여 년간 한국문학을 연구해 온 저자는 고전 읽기를 단순한 재독이 아닌 “삶과 삶이 서로를 건너가는 과정”으로 규정하며, 고전이 왜 지금의 독자에게 여전히 유효한지 차분하고 깊이 있게 설명한다.이 책의 특징은 작품 한 편을 단독으로 다루지 않는다는 점이다. 손정수는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 호손의 ‘주홍 글자’ 등 시대를 넘어 살아남은 고전의 배경과 작가
대경대학교 김건표 교수(연극평론가)가 지난 수년간 대중문화계 스타 및 사회 각 분야의 전문가 등 총 100명과의 심층 대담을 기록한 서적 2권을 도서출판 다산서림을 통해 시리즈로 선보였다. 이 책들은 인터뷰의 본질과 노하우를 탐구하는 동시에, 각 분야 성공자들이 공유하는 삶의 철학을 조명하며 출판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이번에 출간된 시리즈는 ‘인터뷰의 기술’(224쪽)과 ‘행복의 기술(記述)’(256쪽) 두 권이다.‘인터뷰의 기술’에는 김 교수가 연재했던 ‘스타토크’를 통해 만난 70여 명의 대중문화계 인물들과의 인터뷰 글이 엮였다
한국국학진흥원(원장 정종섭)이 근·현대 시기 여성들이 남긴 장편 기행가사 다섯 편을 현대어로 옮긴 ‘어와 벗님네야 구경가자’를 출간했다. 한국국학진흥원이 소장한 내방가사를 단행본으로 현대어 번역해 발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국문학계와 여성사 연구에서 내방가사의 문학사적 가치가 지속적으로 강조돼 온 만큼, 이번 출간은 고전의 대중 접근성을 넓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책에는 ‘청량산유산록’, ‘관해록’, ‘종반송별(송별답가)’, ‘관해가’ 등 20세기 여성들이 여행 경험을 가사 형태로 기록한 작품 5편이 실렸다
제2회 인문문화축제와 연계해 지난 14일 포항 책방 수북에서 열린 문학평론가 손정수의 북토크가 큰 호응 속에 마무리됐다. 이희정 시인(한동글로벌학교 사서)의 사회로 진행된 이번 행사는 최근 출간된 손정수 평론가의 비평에세이 ‘고전의 사계’를 중심으로 ‘고전을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라는 주제로 펼쳐졌다.이번 북토크는 스물두 편의 고전을 ‘사계절’이라는 독창적 구조로 읽어낸 저자의 관점을 생생하게 전달한 자리였다. 책에는 ‘프랑켄슈타인’ ‘폭풍의 언덕’ ‘마담 보바리’ ‘죄와 벌’ ‘태고의 시간들’, 그리고 한국 현대문학의
예천교육지원청 Wee센터가 관내 학생들의 실제 상담 여정을 담은 도서 ‘토닥토닥 Wee로하는 마음’을 발간한다.이번 출간은 2025학년도 Wee센터 특색 프로그램의 결과물로, 지난 1년간 예천지역 위클래스와 Wee센터를 찾은 학생들의 고민과 변화 과정을 기록한 것이 특징이다.도서에는 학생들이 상담 과정에서 표현한 글과 그림이 분야별로 정리돼 있다. 진로·대인관계·불안·감사 등 네 가지 주제를 중심으로, 학생들이 마주한 마음의 장면을 ‘작품’ 형태로 담아냈다.여기에 상담교사들이 학생들을 바라보며 느낀 변화와 성장의 순간을 기록한 글,
문예운동가 장사현 선생이 새 수필집 ‘시간의 이끼가 덮인 서랍’(도서출판 진서)을 펴내고, 지난15일 오후 5시 대구 그랜드호텔에서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이날 행사에는 지역 문인과 예술인, 문화계 인사 등 120여 명이 참석해 장 선생의 오랜 문학 활동과 새 작품의 탄생을 함께 축하했다.기념식에는 안윤하 대구문인협회 회장, 박양근 부경대 영문과 명예교수(문학평론가), 손경찬 대구광역일보 회장, 장승 명인 타목 김종흥 선생, 율산 리홍재 서예가, 최우식 화가, KBS 탤런트 이원종 선생, 전 국회의원 김용판 시인 등 여러 문화예술계
지루했던 여름이 지나고 감사의 마음이 깊어지는 늦가을, 영주에서 문학과 음악이 함께하는 특별한 북콘서트가 열린다.오는 20일 오후 6시, 영주시민회관 대강당에서는 소설가 김덕호 박사의 단편소설집 소백산의 봄 출간을 기념하는 북콘서트가 개최된다.이번 행사는 인애가의료법인과 사회복지법인 장수마을이 함께 마련했으며, 지역 출신 문인과 예술인이 한자리에 모여 문학의 의미를 나누는 소통의 장이 될 예정이다.특히 시인 장석주의 대표작 ‘대추 한 알’ 낭송과 더불어 음악이 어우러진 감성 무대가 펼쳐져, 늦가을 정취 속에서 문학의 깊은 울림을 전
여국현 시인이 한국 현대 서정시인 36명의 작품을 각 2편씩, 총 72편을 영역한 ‘Contemporary Korean Lyric Poems’(우리시움, 2025)을 출간했다.이번 시집은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의 지원사업으로 간행된 것으로, 2022년 3월부터 2025년 6월까지 웹 매거진 ‘시인뉴스포엠’의 코너 ‘여국현 시인의 우리시를 영시로’를 통해 번역·게재한 작품들을 엄선해 묶은 것이다.고두현, 권선희, 김명리, 나종영, 서숙희, 이송희 등 오늘의 한국 시단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시인들의 작품이 한글 원문과 영문 번역을 나란
삶의 본질을 물으며 ‘데미안’, ‘유리알 유희’,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등 수많은 명작을 남긴 세계 문학의 거장 헤르만 헤세(1877~1962). 그러나 종교적 상징과 사유적 문장이 자주 등장하는 그의 작품 세계는 일반 독자에게 쉽지 않은 장벽이기도 했다.최근 이러한 난해함을 덜고, 헤세의 내면 사유에 보다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돕는 두 권의 책이 잇달아 출간됐다.△ 일상의 작은 기쁨에서 자기 존재로…‘그럼에도 나는 이 삶을 사랑하므로’더퀘스트가 펴낸 ‘그럼에도 나는 이 삶을 사랑하므로’는 헤세의 수필과 시 가운데 ‘작은 행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자 3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도종환 시인(70)이 공직에서 물러난 뒤 처음으로 시집 ‘고요로 가야겠다’(열림원)를 펴냈다. 시인은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세상의 소요를 고요로 건너가는 길, 그 길을 안내하는 것이 시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새 시집은 분주한 현실 속에서 흔들리는 인간의 마음을 ‘고요’라는 감각으로 다독이며, 격한 시대를 어떻게 살아낼 것인지에 대한 시인의 응답을 담고 있다.△“소요에서 고요로 이동해야…분노의 시간은 지혜를 앗아간다”도 시인은 “우리는 매일 놀랄 일, 참
무용사에서 가장 비극적으로 회자되는 장면 가운데 하나는 1927년, 천재 무용가 이사도라 덩컨의 갑작스러운 죽음이다. 공연장 밖에서 스카프를 길게 두른 채 오픈카에 올라탄 그는 ‘나는 영광을 향해 간다’며 차에 몸을 실었다. 그러나 스카프 끝이 바퀴축에 감기면서 목이 졸렸고, 덩컨은 순식간에 사망했다. 인간 신체에서 가장 연약한 구조물 중 하나인 ‘목’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강렬하게 드러난 사건이었다.△생존의 관문이자 치명적 약점…목이 드러내는 양면성목은 의료현장에서 가장 손쓸 수 없는 부상 가운데 하나다. 척추가 끊어지면 심폐소
제48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윤강은 장편소설 ‘저편에서 이리가’가 민음사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로 출간됐다. 10년 만에 공모제로 돌아온 오늘의 작가상 첫 해에 선정된 작품이자, 윤강은의 데뷔 장편이라는 점에서 문단 안팎의 관심이 모인다. “이 소설은 생존주의 시대의 사랑을 재발명한다”(문학평론가 이소)는 심사평처럼, 작품은 대멸종 이후의 한반도를 배경으로 생존과 사랑, 우정과 연대를 새롭게 사유하는 본격 디스토피아 서사다.“어느 짐승의 울부짖는 소리가 한 번 더 들려왔다. / 언제 다다르게 될지 아직은 알 수 없는, 저편에
미다스북스가 건축 인문기행서 ‘길 위의 건축가들’을 출간했다. 신간은 40년 넘게 도시·건축 현장을 경험해 온 건축가 신만석 회장이 스페인 북부 순례길 ‘카미노 데 산티아고’를 직접 걸으며 기록한 인문·건축 사유의 여정을 담았다. 저자는 “건축가는 공간을 설계하지만, 그 공간의 의미를 완성하는 것은 결국 사람”이라고 말하며, 종이 위의 설계도가 아닌 인간의 발걸음으로 건축의 본질을 다시 묻는다.△ 라 콘차 해변에서 산티아고까지… 828km를 걸으며 발견한 ‘사람이 완성하는 건축’‘길 위의 건축가들’은 엉다이·이룬에서 시작해 산세바스
청년층의 독서량이 14년 사이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스마트기기 확산과 콘텐츠 소비 방식 변화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5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1년간 13~19세 청소년의 1인당 평균 독서권수는 11.7권으로 집계됐다. 2011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적은 수치다. 10대 독서량은 2011년 22.2권에서 2015년 15.0권으로 급감했고, 2017년 일시적으로 15.7권까지 늘었지만 이후 꾸준히 하락해 2023년 12.6권, 올해는 11.7권을 기록했다.20대 역시 감소세가
한국 판타지 문학의 상징적 작가 이영도가 7년 만에 신작 장편소설을 발표했다. 황금가지는 7일, 신작 ‘어스탐 경의 임사전언’을 정식 출간했다고 밝혔다. 1997년 ‘드래곤 라자’로 데뷔한 이후 30년에 걸쳐 독보적 세계관을 구축해온 이영도 작가가 2018년 장편 ‘오버 더 초이스’ 이후 처음 선보이는 작품이다.신작은 세계적 인기를 누린 ‘눈물을 마시는 새’ 이후 더욱 확장된 이영도 월드에서 새로운 장르 결합을 시도한 작품으로, ‘판타지 × 추리’라는 이색적 조합이 돋보인다. 총 32만 자 분량의 이 대작은 유명 작가 어스탐 로우가
전 세계 누적 600만 부 이상 판매된 ‘전설의 명저’가 드디어 한국어 완역본으로 출간됐다. 전기회사 ‘마쓰시타 전기’를 세계적 기업 파나소닉으로 키워 올린 ‘경영의 신’ 마쓰시타 고노스케의 대표작 ‘마쓰시타 고노스케 길을 열다’가 21세기북스 ‘마스터스’ 시리즈 다섯 번째 책으로 국내 독자를 찾는다. 1968년 일본에서 처음 선보인 뒤 60여 년 동안 세대를 넘나들며 읽혀 온 이 책은 일본에서만 287판 이상 증쇄되며 누적 570만 부, 전 세계 600만 부 판매를 기록한 국민적 고전이다.이번 한국어판은 일본 PHP연구소의 원전을
“과학을 모르던 사람도 단 하루면 올해 노벨상을 이해한다”과학 전문 저술가 전승민이 2025년 노벨 과학상 수상 연구를 한 권으로 정리한 ‘하루만에 이해하는 노벨 과학상 2025’(포르체)를 출간했다. 책은 22일 정식 발간됐으며, ISBN 979-11-94634-63-8, 128쪽 분량으로 구성됐다.노벨 과학상은 생리의학·물리학·화학 3개 분야에서 해마다 인류의 과학적 진보를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상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연구 성과가 난해한 전문 개념으로 구성돼 일반 대중이 뉴스를 통해 이해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이어져
사회 전반에 확산된 ‘탈진실(post-truth)’의 감각을 기존의 진실/거짓 구도에서 벗어나 새롭게 해석한 정치철학서 ‘거짓말 게임’이 민음사에서 출간됐다. 젊은 정치학자 조무원은 이 책에서 트럼프의 선동적 발언, 비상계엄 사태를 둘러싼 국내 정치 갈등, 소셜 미디어의 비교·과시 문화까지 전부를 하나의 질문으로 엮는다. “우리는 지금, 진실 게임이 아니라 거짓말 게임을 하고 있는가?”◇ ‘지위를 과시하는 세계’에서 벌어지는 연기…“정치·사회 갈등의 새로운 해석”저자는 최근 정치 갈등과 사회적 분열의 배경을 ‘진실의 붕괴’가 아니라
스물여섯, 월급 180만 원을 받던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하루가 복사하듯 반복되고, 출근길의 무력감이 쌓이던 어느 날, 버드모이는 깨달았다.“이 길이 내 인생의 답은 아니구나.” 그는 안정 대신 낯섦을, 예측 가능한 미래 대신 자신의 심장이 더 크게 뛰는 방향을 택했다.그렇게 퇴사 후 단 하나의 배낭만 들고 베트남행 비행기에 올랐고, 그 순간부터 2,500일 동안 이어진 세계의 길이 그의 삶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그 여정은 관광이 아니라 ‘삶’이었다.사막의 모래바람, 히말라야의 눈보라, 인도의 혼돈과 침묵, 팬데믹의 정지된 시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