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촌설] 이강인을 변호함철학자 이성민이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한 ‘말 놓을 용기’(민음사)라는 책을 펴냈다. 그는 선후배 사이의 말 놓기 실험을 진행했다. 이를 통해 존비어 관계나 존댓말 관계를 공식 표준으로 삼고 있는 한국말을 모국어로 사용하는 사람과, 평어 또래 관계를 공식 표준으로 삼고 있는 서양 말을 사용하는 사람의 의식 구조를 철학적으로 분석했다. 한국과 다르게 서구 문화권에서는 격식에 얽매이지 않는 수평적 인간관계가 보편적이다. 선배도 ‘You’, 후배도 ‘You’다. 한국어처럼 ‘~님’이니 ‘~십시오’니 하는 존댓말이
혜성이 하늘을 가로질러 빠르게 사라졌다. 유난히 밝고 꼬리도 길었다. “혜성은 묵은 것을 제거하고 새것이 나타나게 하려는 징조라던데…”예종 원년(1468년) 10월. 숙직하던 겸사복장(현 대통령 경호처장) 남이가 하늘을 쳐다보며 걱정을 했다. 이시애 난을 평정해 세조의 총애를 받은 그는 26살에 병조판서(정2품)까지 올랐지만 새로 즉위한 예종 측근들의 견제로 종 2품으로 강등돼 있었다. 유자광이 그 말을 들었다. 귀가 번쩍 띄었다. 정적 남이를 칠 절호의 기회였다. “한명회 등 훈신을 제거하기 위해 남이가 신진세력과 모반을 꾸민다”
“동정심 많고 선의를 가졌지만, 기억력이 나쁜 노인이었다.”이 짧은 한 문장이 미국 대선 정국을 흔들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의 ‘백악관 기밀문서 유출 의혹’에 대한 특별검사의 수사 결과에 명시돼 있다.한국계인 로버트 허 특별검사는 1년간의 조사를 마치고 최근 결과를 발표했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이 부통령 임기를 마친 민간인 시절에 고의로 기밀문서를 보관하고 공개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형사 고발이 타당하지 않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며 불기소 방침을 밝혔다. 그 이유가 바로 이 ‘기억력이 나쁜 노인’이다.기소될 경우
헌법재판소가 2022년 ‘8촌 이내 혼인을 무효로 한다’는 민법 조항이 헌법 불합치 판정을 내렸다. 이후 보완 입법이 이뤄지지 않아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최근 법무부가 가까운 친족간의 결혼을 금지하는 근친혼의 범위 등을 규정하는 법률 개정을 위한 연구 용역을 발주하면서 다시 이 문제가 수면 위로 부상했다.근친혼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오랜 옛날부터 지속되고 있는 논쟁거리다. 동양에서는 예법을 중시한 고대 중국 주나라는 아버지의 성이 같으면 혼인을 금지했다. 주나라 예법 주례(周禮)를 따랐던 조선시대에는 동성동본 결혼은 불가였다. 조선
조국과 정의하버드대 교수였던 정치 철학자 존 롤스는 정의와 공정 개념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그의 저서 ‘정의론’은 수많은 논쟁과 파생 이론들을 낳았다.그는 정의를 설명하기 위해 ‘무지의 장막(Veil of Ignorance)’개념을 제시했다. 일종의 블라인드 테스트다. 신분이나 재력 등 사회적 조건을 장막으로 가린 채 판단하고 합의를 거쳐 계약하는 것이 정의의 원칙이라는 주장이다. 이렇게 되면 특정인이나 계층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판단을 막아 정의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공정으로서의 정의’는 절차의 원초적 평등성과 판단의 엄정
[삼촌설] 포스코 창업정신박정희 국가재건회의 의장이 측근들의 재산 상황을 조사한 후 비서실장 박태준을 불러 물었다. “임자는 장군이었으면서 어째 집 한 간이 없소?” 박 비서실장이 “군인 월급으로는 집을 살 수 없었습니다.”라고 하자 특별하사금을 주어 집을 마련케 했다. 박 비서실장은 서울 아현동에 집 한 채를 샀다. 그는 40년간 그 집에 살다가 2000년 국무총리직에서 물러나면서 그 집조차 처분해 사회에 환원했다.청암 박태준은 무보수 명예회장으로 지냈다. 포스코 측에서 생활비라도 드리겠다고 했지만, 한사코 거절했다. 청암은 마지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우리는 무엇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매우 철학적인 질문이다. 종교인들이 던지는 화두 같기도 하다. 프랑스 탈인상주의 화가 폴 고갱의 작품명이다. ‘세상에서 고갱의 작품이 모두 사라져도 이 작품만은 꼭 지켜내야 한다’고 할 정도로 최고의 작품으로 꼽힌다. ‘원시 예술의 정점’을 이루는 이 작품의 사이즈도 139㎝×375cm로 대작이다.세 부분으로 나뉘는 그림에서 고갱은 근본적인 의문을 시각화하고 있다. 두루마리를 펼치듯 오른쪽에 아기와 젊은 세 여자를 배치해 어디서 왔는지에 대한 의문을 던진다. 그리고
조선 말기인 1894년 7월 갑오개혁이 단행된다. 개화파는 군국기무처를 통해 근대국가의 틀을 갖추기 위한 사회개혁 정책들을 잇따라 발표한다. 정치, 경제, 법률, 사회 전 분야에 걸친 광범위한 개혁이었다. 양반과 상민의 신분 차별과 과거 제도 폐지, 조혼 금지, 공평 과세 등 210건에 달했다.문제는 이 봇물 발표를 국민이 믿지 않았다는 것이다. 매일 같이 개혁 정책들이 쏟아졌지만 국민은 귓등으로 듣고 흘렸다. 발표된 정책은 반드시 시행된다는 신뢰를 국민에게 심어 줄 필요가 있었다. 내각은 고심 끝에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놓았다.동대
임신과 여성 권리 의제는 역사가 깊다. 대표적인 법의 제단이 1973년 미국 연방대법원 판결로 지금까지도 논란의 대상이다. 로 대 웨이드(Roe v. Wade)로 이름 붙여진 이 판결은 미국 여성 권리 신장의 중대한 이정표 중의 하나로 평가한다.제인 로(Jane Roe 법정 기록을 위해 사용한 가명)는 21살에 임신했다. 경제적으로 어려워 키울 능력이 없었던 그녀는 낙태할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불량배들로부터 윤간당했다고 경찰에 거짓 진술한다. 하지만 당시 ‘오직 산모 건강에 위협이 되는 경우만 낙태를 허용’하던 낙태법 때문에 의사는
“정신력이 문제다. 동기 부여가 뛰어나지만 상황을 이해하고 경기를 지배하려는 창조력과 통제력이 매우 부족하다. 무엇보다 팀 내 커뮤니케이션에 문제가 많다.”히딩크 감독은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을 맡은 뒤 문제점을 분석해 내놓았다. 그는 정신력과 함께 커뮤니케이션 부족을 팀의 핵심 개혁 과제로 꼽았다.이를 바탕으로 나이 중심의 위계질서 파괴를 선언했다. 선후배 간의 심리적 간격이 경기를 망치는 일이 없도록 경기 중에 경칭 없이 선배 이름을 부르게 했다. 10살 이상 차이 나는 대선배 이름을 부르며 공을 달라고 콜을 했다. 신기하게도 그
TK 공천 유감“나 같은 바보가 보기에 이 사회에는 좌파니, 우파니 그런 거 없다. 좌파 특권층 우파 특권층과 그들의 노예들 뿐이다. 정치가 아니라 정신병이 있을 뿐이다. 이미 오래전부터 이 세계의 노예는 쇠사슬에 묶여 있는 자가 아니다. 거짓말과 거짓말쟁이를 못 알아보는 자이다.”시인이자 소설가인 이응준은 산문집 ‘고독한 밤에 호루라기를 불어라’(P237 민음사)에서 정치는 물론 이사회의 부조리를 선정적 언어로 지적하고 있다. 이 작가의 이런 정치 혐오성 발언에 대해 이른바 ‘TK(대구·경북)’, ‘보수의 텃밭’으로 불리는 지역민
“절대로 내게 아부하지 마시오. 아부하면 반드시 불이익을 받을 것이오.”나폴레옹은 단호했다.유럽 대륙을 정복해 프랑스 대제국을 건설한 그는 참모들에게 아부하지 말고 직언할 것을 주문했다. 측근들은 말을 할 때 신중해야 했다. 어느 날 한 참모가 나폴레옹에게 조용히 다가왔다.“폐하! 폐하께서 아부하지 말라고 하신 지난번 그 강력한 명령이 너무도 멋졌습니다.”“정말 그랬어?” ‘아부는 영리하게 보이려는 무능력자의 무기’라고 했던 나폴레옹이 만면에 미소를 띠었다.“이재명 대표가 김대중 전 대통령보다 훨씬 대단하다고 생각한다.”다른 사람이
[삼촌설] 여지(餘地)없는 이재명가끔은 ‘여지없다’는 말을 하게 되는 때가 있다. ‘여지없다’는 ‘더 어찌할 나위가 없을 만큼 가차 없다.’는 뜻이다. “사람이 발을 딛는 것은 몇 치 땅에 불과하다. 하지만 벼랑에서는 자빠지거나 엎어지고 만다. 좁은 다리에서는 번번이 시냇물에 빠지곤 한다. 어째서 그런가? 여지(餘地)가 없기 때문이다. 군자가 자기를 세우는 것 또한 이와 같다. 옳은 말인데도 사람들이 믿지 않고, 지극히 고결한 행동도 혹 의심을 부른다. 이는 모두 그 언행과 명성에 여지가 없는 까닭이다.” 중국 남북조 시대 안지추가
“왜 2007년 수구 보수 세력에게 정권을 빼앗겼을까요? 진보 개혁 진영이 한마디로 혁신 결핍증에 걸렸다고 봅니다. 그것이 첫 번째 이유입니다.” 진보 언론 ‘오마이 뉴스’ 오연호 대표 기자가 이명박 한나라당에게 정권을 내준 이유를 나름 진단하고 묻는다. “‘당신들 그런 식으로 안 된다. 혁신해야 산다’는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꽤 오래된 지적에도 불구하고 왜 변신하지 않는다고 생각하십니까?”“그들도 이제 영주가 됐기 때문이죠. 이들이 과거처럼 그렇게 치열하게 고민하지 않는 겁니다. 386 운동권 출신도 선수(選數)가 쌓이고 당 고
야행성 조류 가운데 부엉이는 밤눈이 밝기로 유명하다. 사람이 볼 수 있는 빛의 100분의 1 정도에서도 사물을 정확히 식별한다. 이 때문에 부엉이는 모두가 잠든 밤에도 홀로 깨어서 진실을 볼 수 있는 지혜의 상징으로 묘사된다. 그리스 신화에서도 부엉이는 지혜의 여신 아테나의 상징이다. 아테나의 라틴 버전인 미네르바는 항상 어깨 위에 부엉이를 올리고 땅거미 지는 황혼녘에 산책을 즐긴다.변증법으로 유명한 독일의 철학자 헤겔은 자신의 저서 ‘법철학 강요’에서 ‘미네르바의 부엉이는 황혼이 깃들 무렵에야 비로소 날개를 편다’는 경구를 남겼다
‘미국인 탱크 기술자를 납치하라!’ 1974년 정보 당국에 청와대의 밀명이 떨어졌다. 심각한 외교 문제가 될 수 있는 중대 사안이었다. 자주국방이 그만큼 다급했다. 납치준비에 들어갔다. 이에 앞서 1971년 11월 국방과학연구소(ADD)에 내려온 비밀 지시. ‘4개월 안에 주요 군수 장비를 국산화하라.’ 능력이 없는 연구소는 미군 무기를 해체해 역설계 했다. 그리고 조잡한 무기로 다음 해 4월 시사회까지 마친다. ‘번개사업’ 시작이었다. 청와대가 시사회 여세를 몰아 탱크 국산화에 무모하게 도전한 것이다. 당시 군은 미군 탱크를 운용
나폴레옹은 웰링턴 장군이 이끌던 영국 연합군에 고전을 면치 못했다. 그에게는 허를 찌르는 역습이 필요했다. 날쎈 기마 부대 40개 대대가 출동 준비를 했다. 워털루 인근 몽생장의 거대한 언덕을 넘어야 했다. 그는 부근 지리에 어두웠다. 인근 마을 주민 ‘라코스트’를 데려 왔다.나폴레옹이 물었다. 그리고 우렁차게 돌격 명령을 내린다. 기마부대가 일제히 돌격한다. 하지만 기마부대 앞에는 낭떠러지. 날쎈 부대가 순식간에 언덕 아래로 사라진다. 기마부대가 몰사하면서 나폴레옹 몰락의 서막이 시작된다. 이 단 한 번의 지휘가 유럽 역사를 바꿔
중국 남부의 광시좡족자치구는 아름다운 자연환경으로 유명하다. ‘계림산수갑천하(桂林山水甲天下·하늘 아래 계림이 최고)’니 ‘신이 그린 산수화’니 흥감을 떠는 구이린(桂林)이 펼쳐져 있다. 연중 200만 명이 넘는 관광객들이 찾는 구이린의 백미는 리장이다. 이 리장 관광에서 특별히 눈길을 끄는 것이 ‘가마우지 낚시’다. 날개깃이 까맣게 젖은 가마우지가 물속으로 뛰어들어 물고기를 물어 올린다. 뱃전에 앉았다가 연신 물속으로 뛰어드는 가마우지와 쪽배 위에서 긴 작대기 하나를 이리저리 움직이며 고기를 잡는 모습이 흐르는 강물과 어우러져 멋진
“사람아, 너는 먼지이니 먼지로 돌아갈 것을 생각하여라.”기독교에서 부활절은 성탄절에 버금가는 축일이다. 예수가 십자가에 매달려 죽었다 다시 살아난 날을 기념한다. 교회는 이날을 뜻깊게 맞기 위해 부활절 전 40일부터 사순절을 지낸다. 사순절이 시작되는 ‘재의 수요일’(지난 14일)에 가톨릭교회는 신자의 이마에 재로 십자가를 긋거나 머리에 재를 얹는 의식을 갖는다. 이때 사제는 ‘사람은 먼지로 돌아간다’는 점을 환기하며 회개를 통한 자기 정화를 권한다.신자들은 이 기간에 사제에게 자신의 죄를 고백하고 용서를 구하는 고해성사를 한다.
“이승만은 3·15 부정선거에 따른 4·19의거로 하야한 독재자”우리 국민 가운데 기초교육을 받은 사람은 물론 대학 이상의 고등교육을 받은 사람 대부분이 갖고 있는 이승만(1875~1965) 대통령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이었다. 이승만 대통령에게는 좀 더 많은 부정적 수식어들이 붙기도 한다. ‘미국 앞잡이’, ‘양민 학살의 주범’, ‘부정선거 방조자’, ‘막대한 비자금 조성자’ 등이다. 과거 정권의 이승만 위상 지우기가 얼마나 악랄했는지를 보여주는 수식어들이다.대한민국 건국과 건국 대통령 이승만의 생애에 대한 학교 교육을 제대로 받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