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진실(post-truth), 오늘의 총선 풍경을 바라보면 떠오르는 단어다. “여론을 형성할 때 객관적 사실보다 개인적 신념과 감정에 호소하는 것이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현상” 옥스퍼드 영어 사전의 정의다. 인간은 논리보다는 감정에 더 쉽게 반응하고 동조하는 동물이다. 그래서 오류에 빠지게 되고 진실과 거짓을 제대로 구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사람들은 자신이 믿고 싶지 않은 사실에는 지나치게 높은 검증 기준을 들이대고, 자신의 신념을 뒷받침해 주는 것은 진실이 아니라도 맹목적으로 믿는 경향이 있다. 정치적 팬덤이 생겨나는 이
요즘 멀리 내 나라에서 오는 소식은 어느 때보다 열기로 차 있다. 꽃망울 터뜨리기 시작한 봄소식과 선거 소식이 그러하다.그러나 겨울이 긴 이 동네의 내 집 앞, 볼썽사나운 덩어리로 앉아 있던 눈은 오늘에야 햇살에 녹아 사라졌다. 함박눈으로 와 잠시라도 오염된 천지를 가려준 그것으로 할 일 다 했으니 진작 녹았어야 했는데, 때를 놓쳤던 탓이다. 스스로 녹아 겨울나무의 수액이 되어야 하고 발아 기다리는 땅속의 씨앗 적셔 움트게 하고 꽃 피우도록 도와야 했는데, 그것이 하늘이 이 땅에다 눈을 보내는 이유요 순리일 텐데, 잔설이 순리를 어
명예훼손죄의 공통적인 구성요건인 ‘사실의 적시’란 시간과 공간적으로 구체적인 과거 또는 현재의 사실관계에 관한 보고나 진술을 말한다. 이 개념은 가치판단이나 평가를 내용으로 하는 ‘의견표현’과 대비되는 개념이다(대법원 2022. 5. 13. 선고 2020도15642 판결). 단순히 “저 사람은 회장도 아니다”, “저 사람은 이단 중의 이단이다”와 같은 표현은 사실의 적시라기보다는 의견표현이므로, 이러한 표현은 명예훼손죄가 성립하지 않는다.여기서 중요한 점은 법률상 적시된 사실이 실제 사실에 부합하더라도 명예훼손죄가 성립한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한 팀이다.황선홍 감독이 임시로 국가대표 감독을 맡으며 아시안컵에서 일어난 불미스러운 사건이 마무리 국면으로 들어갔다.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국가대표 선수 출신인 황선홍 감독은 대표팀 선배와 축구인으로서 후배들을 대신하여 국민에게 사과하며 책임을 지는 어른의 자세를 보였다. 운동장의 고 압력 긴장 환경을 이해하고 결국 선수 간의 문제는 선수들뿐만 아니라 이를 관리하고 훈련하는 감독과 코치진 모두의 문제인 것을 이해하는 지도자가 국가대표팀 감독이 된 것이다. “운동장에서 생긴 일은 운동장에서 풀어야 한다”라는 지극히
총선일이 가까이 오면서 여야 구분 없이 상대를 깎아내리는 비하 발언 등 각종 막말이 선거판을 휘덮고 있다. 이로 인한 설화(舌禍) 논란이 이어지면서 민심의 이반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여·야당 예비후보자들뿐만 아니라 당 지도부 인사들까지 저급한 막말을 뱉어내고 있다. 여야 간 네거티브 공방도 치열해지면서 이들이 쏟아낸 ‘오염된 언어’들이 정치를 혼탁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입심이 선거일이 가까이 올수록 거칠어지고 있다. 이종섭 주 호주대사 내정자의 출국과 관련 윤 정부를 향해 “개구멍으로 도망시키고…” “윤
형사사건을 진행하면서 가장 안타깝다고 생각되는 상황은 사건 초기 대응을 잘못하여 사건의 방향이 잘못된 경우이다. 큰 사건이 아니거나 잘못이 없는 경우임에도 조사 때 진술을 잘못하여 마치 자백한 것 같은 상황이 된다거나, 충분히 변론을 하여 상황을 설명할 수 있음에도 제대로 된 변론을 하지 못하여 수사관에게 좋지 않은 인상을 남기는 경우가 많다. 보통 이런 상황은 당사자 스스로가 ‘나는 잘못이 없으니 수사관이 내 이야기를 듣고 다 이해해 줄 것이다’라고 생각하여, 최소한의 준비도 없이 조사를 받기 때문에 발생한다. 오늘은 경찰로부터
갑자기 추워진 날씨로 인해 많은 뇌혈관 질환 환자가 병원을 내원하고 있다. 뇌혈관 질환의 치료 방법은 수십 년 전부터 시행해 오고 있는 수술법과 최근 몇 년 사이 비약적인 발전을 한 수술법 등 종류가 다양하다. 이에 뇌혈관 질환에 따른 수술 방법에 대해 의사와 환자, 보호자가 서로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가길 바라며 뇌혈관 질환의 다양한 치료 방법을 소개해 보려 한다.뇌혈관 질환의 종류는 크게 네 가지로 뇌졸중(뇌출혈, 뇌경색), 뇌동맥류(파열, 비파열), 뇌혈관 협착이나 폐색(두개 내·외), 선천성 뇌혈관 질환 및 기형(모야모야,
근친혼의 결과로 인한 상염색체 열성 유전되는 대사이상 질환으로 이스라엘의 한 민족(Ashkenazi)에서 많이 발생(3,500명 중 1명)하는 질환인 Tay-Sachs병은 이상 지질(ganglioside)의 축적으로 신경과 운동의 퇴행과 특이한 얼굴, 경련, 시력과 청력 소실이 진행되면서 사망하는 질환이다. 여기에 관계되는 유전자(Hex-A)는 염색체 15번에 자리하고 있다.한국인은 타민족에 비해서 책에 나오는 유전질환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므로 다행스럽게 생각되지만 10년 전부터 증가하기 시작한 다른 민족과의 국제결혼으로 인한 2
타국에 살면 한국 사람이라는 인식이 두꺼운 질감으로 도드라진다. 태극기를 보면 가슴이 뭉클해지고 자긍심이 출렁대는 감동은 감출 길이 없다. 5천 년 역사를 지닌 민족의 후손이라는 타이틀은 당당함을 넘어 우월감마저 안겨주어서 소수민족으로 살아가는 이민자에게 불굴의 용기와 힘이 솟아나게 만든다. 그래서 더욱 대접받고 싶은 건지도 모르겠다. 나도 한국인의 후손이라고.한국에서도, 미국 LA에서도 논란이 된 장성순이라는 인물이 있다. 밀정을 처단하던 장성순이 일본 경찰에 쫓기다 일본군 19사단에 귀순해서 귀순증을 받은 사실을 기록한 동아일보
아내가 방탕한 남편을 혼내는 이야기를 담은 이라는 작품이 있다. 이 작품은 나태하고 절제 없는 생활을 하던 이춘풍이라는 인물과 그의 아내 사이에 일어나고 있는 일을 그린다. 노름에 색까지 밝히는 생활을 일삼던 춘풍은 어느 날 문득 아내가 모아둔 돈을 가지고 평양으로 장사를 떠나겠다는 선언을 한다. 아내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평양행을 감행한 춘풍은 이후 추월이라는 기생에게 빠져 재산을 탕진하고 추월의 집에서 하인 생활을 하게 된다. 이 소문을 들은 춘풍의 처가 남장을 하여 추월의 집을 찾아가고 추월을 벌한 후 춘풍에게는 서울
포항의 도심부로 이사한 지도 해가 바뀌면서 이제 일 년이 되어가고 있다. 지도를 펼쳐 사는 곳을 찍어보니 정말로 더도 덜도 아닌 포항의 정중앙이다. 외곽에 있는 아파트와 주상복합 건물에만 살다가 이제 도심부 주민이 된 것이다. 도심공동화, 즉 도심에 살던 사람들도 외곽으로 빠져나가는 흐름에 개인적으로는 거스르는 선택을 했다고나 할까.포항의 경우 외곽에 사는 것이 출근이나 쇼핑은 물론 서울을 오가기에도 훨씬 수월한 편이다. 하지만 도심부에서 살아보아야만 할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었다. 그건 다름 아닌 도시계획이라는 내 전공에서 오는 것
고구려 고분벽화는 한국 회화의 출발점이자 최초의 채색화에 해당한다. 한국미술 통사에 따르면 고구려는 고대 삼국 중 가장 찬란한 고분 미술을 꽃피운 나라이다. 고구려 벽화는 초기에는 당대 고구려인의 생활상을 담은 풍속화가 주를 이루었고, 후기로 갈수록 내세관을 표현한 종교적인 그림이 성행하였다. 고구려 고분벽화는 실용적인 목적으로 제작된 기록화인 만큼 고구려의 문화, 정치, 예술, 종교, 복식 등 다양한 학문적 가치를 지닌 중요한 유적에 해당한다.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선정된 고구려 벽화는 예술사적 측면에서 볼 때, 차별화된 접근
명예훼손죄의 구성요건에 대해 알아보기에 앞서, 명예훼손의 보호법익에 대해 알아본다.명예훼손죄에서의 ‘명예’는 사람의 인격적 가치에 대해서 타인에 의해 일반적으로 주어지는 사회적 평가를 말한다. 즉 명예훼손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피해자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가 침해될 가능성이 있어야 하므로, 어떤 표현이 명예훼손적인지는 그 표현에 대한 사회통념에 따른 객관적 평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의 입장이다(대법원 2008. 11. 27. 선고 2008도6728 판결). 단순히 ‘내가 기분 나쁘다’고 하여 명예훼손죄가 성립하는
내년이면 창당 70주년을 맞는 민주당이 4월 총선을 앞두고 ‘이재명의 민주당’ 만들기가 완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2020년 당 대표로 창당 65주년을 주관했던 이낙연 미래연합 대표는 최근 “민주당이 ‘1인 정당’ ’방탄 정당’으로 변질됐다”며 탈당했다. 공천권을 쥔 이재명 대표는 지난해 자신의 체포동의안 표결 때 겪었던 ‘9·21 사태’와 같은 악몽이 재현되지 않도록 이번 총선을 앞두고 철저하게 내 사람 위주의 공천권을 행사하고 있는 모양새다. 이 때문에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횡행하고 당 원로와 중진들이 나서서 “공천이
겨울을 건너 반가운 봄이 찾아왔다. 새 생명을 품은 봄의 기운이 일상의 활력과 기쁨을 더해준다. 연둣빛 새싹이 세상에 고개를 내밀 땐 설렘이 번진다. 여기에 새학기를 맞아 등교하는 아이들을 보면 마음이 흐뭇해지기까지 한다. 생동감이 넘치는 봄은 행복(幸福)을 만끽하기 참 좋은 계절이다. 그런데 대한민국의 현실을 냉정히 평가해 보면, 이 완연한 봄날에도 행복은 저 멀리 떨어져 있는 것만 같다.유엔 산하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DSN)가 작년 ‘국제 행복의 날’에 발표한 「세계행복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행복지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
어린 시절 명절 때 큰집에 방문하게 되면 할머니께서는 통조림 속에 들어 있는 백도를 즐겨드시면서 어린 나에게도 나눠주셨다. 그리고 꿀단지처럼 생긴 조그만 항아리에서 검은 빛깔을 띠는 무언가를 나무숟가락으로 한입씩 떠서 드시곤 하셨는데 그게 무얼까 한참 궁금해했던 적이 있다. 할머니 방에 가면 맛있는 것들, 귀한 것들이 많이 있었던 기억이 있는데, 특히 할머니께서 드셨던 그 검은 빛깔의 무언가는 바로 친지분들이 선물해 주신 경옥고를 드셨던 것 같다.이미 할머니께서 돌아가신 지 수십 년이 지났지만 지금이라도 우리 가족들이 먹을 경옥고를
해외 학회에 갈 때 미국과 유럽일 경우에 기간이 보통 6~7일 걸리게 된다. 12~14시간 탑승 중에 두 끼 식사를 포함해서 학회장에서 베푸는 만찬이나 현지 식당에는 거의 육류 중심으로 되어서 평소보다 많은 단백질과 지방질 섭취로 인한 칼로리 증가로 인해서 짧은 기간 여행 후 귀국 시 보통 1~2kg의 체중 증가를 보인다. 그러나 칼로리가 증가하면 신체는 더 힘이 생겨야 되는데 왠지 평소 같지 않은 무기력으로 현지에 도착한 후 2~3일이 지나면 벌써 집 밥 생각이 나게 된다. 장거리 비행으로 인한 피로나 시차로 인한 무기력과는 다른
대구는 1월부터 4월까지는 겨울 방학 이사시즌과 봄 이사시즌 이어지면서 일 년 중 거래가 가장 많은 시기이다. 최근 내 집 마련을 해야 하는 분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시장의 예측은 어렵고 금융시장도 각종 규제로 인해 어려운 관계로 매수자들은 시장진입에 대한 고민이 많아지고 있다. 최근 전문가들조차도 시장을 보는 시각이 달리하고 있어 시장예측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렇다 보니 내 집 마련을 생각하는 분들은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현재 지역 아파트시장은 매매시장과 전세시장 모두 약세 속에서 시장의 회복이 늦어지고 있다. 최근 다른 지
경주 보문단지로 들어가는 길목에 신라 26대 진평왕릉이 있다. 이곳은 매년 봄, 가을 내가 자주 찾는 산책과 사색의 장소다. 넓은 잔디밭을 걸으며 세속의 먼지와 번뇌를 털어낸다. 다양한 형상의 멋진 나무들을 바라보면 새삼 세월과 풍우 한설의 힘을 절감하게 된다. 나는 왕릉을 지나 남쪽과 서쪽 들판 걷기를 좋아한다. 홀로 또는 말수가 적은 사람과 들길을 걸어가면 내 삶에 지대한 영향을 준 문학가나 철학자의 육성이 생생하게 들리는 것 같아 좋다. 올해는 삶과 죽음을 생각하며 걸었다. 아직 냉기를 머금은 바람결에 ‘세계와 우주, 자연은
‘이월이 벌써 다 갔네.’이미 중턱을 훨씬 넘어선 달력을 보며 내가 중얼거렸다. 유독 짧은 이 한 달이 끝을 향해 가는 이때면 누구나 습관처럼 하는 생각이기도 할 것이다. 그 말속에는 시간의 빠름에 대한 아쉬움의 심정도 있고, 내가 작심하고 시작한 새해의 결심 실천이 짧은 달, 너 때문에 또 다 할 수 없구나, 하는, 짐짓 책임 전가 성의 불평의 의미도 있다. 또 한편으로는 그래, 가려면 어서 가거라, 네가 가야 봄이 오지, 하는 야박한 이별 선언의 의미도 있는데, 나도 실은 다르지 않은 심정이다. 이미 긴 겨울에 시달린 탓에 잿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