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우 경북도지사의 지난 5월 하순 인도 방문 중 입은 복장이 세간의 관심을 받았다.인도 북부 우타르 프라데시주(UP) 방문에서 이 지사는 코발트색 한복, 인도풍 노란색 스카프에 양복을 입은 채 행사장에 나타났다.5월 인도 날씨는 50도 이상의 고온으로 더위에 약한 한복과 스카프는 전혀 어울리지 않은 복장이었다. 그런데 왜 그는 그렇게 중무장을 하고 공식행사에 참여했을까?그가 방문한 UP지역은 아침 안개 자욱한 갠지스강의 풍광은 멀리서 보면 한없이 고즈넉하고 신비롭지만 주택가 골목에 한발만 딛게 되면 그야말로 딴 세상인 곳이라는 평
경주대학교와 서라벌대학교의 통합논의가 지지부진하면서 학교 구성원은 물론, 지역민들도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그도 그럴 것이 이사회가 두 대학의 통합을 의결한 지 9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별다른 진척 없이 제자리만 맴돌고 있기 때문이다.무엇보다 통합논의 장기화로 학교 이미지가 갈수록 추락의 깊이를 더하고 있어 답답하기만 하다. 학교 인근을 포함한 지역사회에 미치는 파장 역시 더욱 심각해지고 있음은 언급할 필요도 없다. 한때 1만 명 이상이던 재학생이 최근에는 5분의 1 수준인 2천여 명으로 줄어들어, 지역 경제가 직격탄을 맞고 슬
2022년 10월 29일.서울 이태원에서 또 한 번 아리따운 젊은이 150여 명이 꽃도 피워보지 못한 채 바람이 되었다.사고가 발생할 때 마다 우리는 늘 인재(人災)라고 말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안전불감증 속으로 빠져버린다.이번 사고의 원인이 무엇이었는지에 대한 수사결과가 나와봐야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겠지만 사고 첫날 정황으로 봤을 때는 비탈진 좁은 골목에 많은 사람이 몰렸고, 인파에 밀려 누군가가 쓰러지면서 일어난 연쇄반응으로 추정된다.이태원 거리를 가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대부분이 비탈진 골목길에 여러 상
포항지역에 엄청난 피해를 남긴 태풍 힌남노가 지나간 지 한 달여가 됐다.힌남노가 포항에 엄청난 비를 쏟아붓던 그 날, 영일만은 밤새 울었다.짙푸른 영일만에 거대한 황토물이 들이닥쳤다. 지금껏 경험해 보지 못한 엄청난 비가 내린 형산강과 냉천은 빗물을 감당하지 못해 밤새 큰 물줄기를 이뤄 영일만으로 내려보내기에 바빴다.평소 서로 맞손을 잡으면 수 천 년 지기였던 영일만과 냉천· 형산강이 불편해지는 순간이었다.냉천과 형산강이 제 살려고 한꺼번에 많은 황토물을 내려보내는 것을 본 영일만은 순간 분노했다. 사전 통보도 없이 야심한 시간에
한때 연간 800만 명 이상이 찾았던 보문관광단지가 늙고 병들어 안타깝기 그지없다.세월의 흔적을 이기지 못하고 곳곳이 곪아 터져 상처투성이가 된 모습이 안타까움을 너머 자괴감마저 든다. 고도 시민으로서 떳떳하게 자랑했던 보문단지의 빠른 노후화가 자존심상 참을 수가 없을 정도다.보문관광단지는 1971년 정부에서 수립한 경주종합개발계획사업의 일환으로 종합휴양지를 조성하기 위해 개발됐다. 이후 1975년 국내 1호 관광단지로 지정된 데 이어 1979년 보문호를 중심으로 1단계 공사를 마치고 개장했다.851만㎡에 이르는 넓은 면적에 특급호
지난 2월 포스코홀딩스 본사 및 미래기술연구원 본원 포항이전 합의가 이뤄진 지 6개월 만에 또다시 포항시가 시끄럽다.당시 양측은 △내년 3월 포스코홀딩스 정기주총까지 본사 및 본원 이전 △포항지역 투자 확대 △포항시-포스코 상생발전협의회 구성 등 세 가지 안에 합의했었다.이 합의에 따라 양측은 지난 6개월 동안 상생발전협의회를 구성해 수차례에 걸쳐 양측의 입장을 주고 받으며 논의를 이어갔으나 투자 및 상생발전과 관련한 의견이 서로 엇갈리면서 결국 6개월간의 동반관계가 다시 찢어지기 시작한 것이다.상생발전협의회에서 어떤 사항들을 주고
어떠한 거래를 시작하기 전에 쌍방 당사자의 기본적인 이해를 담는 문서를 양해각서(MOU)라 한다.원래 국가 간 정식계약에 앞서 체결하는 협력문서였다. 하지만 요즘에는 국가뿐 아니라 기관, 기업, 지방정부 사이에도 다양한 형태로 쓰이고 있다. 한마디로 MOU는 정식계약을 체결하기에 앞서 의견을 조율하는 제한된 수준의 문서에 불과하다.당연히 어떠한 법적 효력도 갖고 있지 않다. 이는 MOU 체결 시 좀 더 깊이 있는 검토와 신중을 기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MOU를 마치 경쟁하듯이 체결하고 있다. 무분
내년도 대구시 본 예산안이 대구시의회에 제출된 것은 지난달 4일.그러나 집행부는 예산안이 제출된 지 무려 닷새나 9일에야 출입기자에게 브리핑을 했다. 한마디로 김이 빠져도 한 참 빠진 후였다. 대구시장이 6일 본회의장에서 예산안 제출에 따른 시정연설을 한 지도 사흘이 지난 시점이었다. 집행부의 이 같은 늑장 브리핑은 왜 빚어졌나? 그 이면에는 시의원들이 있으며, 집행부의 눈치 보기가 더 해 발생한 일이다.“의회에 보고도 하기 전에 왜 언론에 먼저 보도되느냐?”. 대구시의회가 대구시를 향해 각종 현안 사항이 있으면 먼저 의회에 보고한
또다시 한해의 마지막 달, 12월이다.겨울의 상징인 12월은 가을과 임무 교대식을 막 마친 상태다. 들녘과 산하를 물들이던 가을의 긴 여운은 자취를 감췄다,겨울바람은 어느새 숲에 정착했다. 엽서 같은 단풍이 사라진 키 큰 나뭇가지를 타고 숲으로 소리 없이 다가왔다겨울 숲은 고요하다. 마치 숲의 정령이 높은 하늘에서 내려와 숲을 지배하는 듯하다. 높고 시린 겨울 하늘 향해 두 팔 벌린 전나무 사이로 동화 같은 풍경이 숲을 맴돈다. 고요와 침묵이 내려앉은 겨울 숲은 성찰의 시간을 가진다. 봄과 여름, 그리고 가을을 지나온 시간이 기나긴
지난 9일 대한육상경기연맹 스포츠공정위원회는 숙소를 이탈해 음주 후 교통사고를 야기한 마라톤 국가대표 3명에 대해 영구제명·자격정지 3년~2년의 중징계를 내렸다.또 마라톤 대표팀 총감독과 코치 역시 ‘마라톤 국가대표팀 선수단 관리 소홀’ 혐의로 보직 해임했으며, 마라톤경기력향상위원장은 자진 사퇴했다.이에 앞서 경북도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는 지난 6일 ‘2018년 경북도체육회 여자컬링팀 호소문’ 사태와 관련 김경두 전 경북컬링협회장과 장반석 전 경북체육회 컬링팀 지도자에게 자격정지 3년, 오세정 전경북컬링협회장에 자격정지 1년 6월,
감사원의 월성원전 1호기 감사 결과를 두고 온 나라가 시끄럽다.검찰의 ‘월성1호기 경제성 평가조작’ 의혹 관련 기관에 대한 압수수색 실시로 더욱 혼란스럽기만 하다.급기야 월성1호기가 여야 정치권의 민감한 사항으로 떠오르면서 정치 쟁점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월성1호기가 차가운 날씨를 무색게 할 정도로 ‘뜨거운 감자’가 된 것이다.1983년 4월 22일 상업운전을 시작한 월성1호기는 70만KW급 가압중수로형 원전이다. 중수로형 원전은 일반 경수로형 원전에 비해 사용후핵연료가 훨씬 많이 발생한다는 약점이 있다. 이러한 월성1호기는 당초
임성훈 대구은행장이 13대 대구은행 수장으로 취임했다. 코로나19 탓으로 취임식은 외부인사 초청 없이 검소하면서도 기대와 축복 속에 진행됐다. 취임사에서 임 행장은 은행의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 가야 하기에 어깨가 무겁다면서 고객을 최우선 가치에 두겠다고 밝혔다.그러면서 창립 반세기 지역 대표기업을 넘어 글로벌 100년 은행으로 도약하는 새로운 은행장으로 취임해 위기를 기회로 극복하는 역사를 쓰겠다고 각오를 다졌다.그는 고객을 제일 우선으로 소통, 혁신, 성과 등의 화두를 던지며 조직의 통·폐합과 슬림화를 통한 인력구조 개선을 강조했
‘삼경(三更)에 눈을 뜨니 가을이 숨을 죽이고 있다.사방은 고요하고 옅은 어둠이 숲을 감싼다.밤새 가을은 한로(寒露)를 맞이하고나뭇잎은 찬 이슬에 단풍들 준비를 한다.’가을이 깊어간다. 어느새, 찬 이슬이 내리는 한로(寒露)이다. 곧 찬 서리가 내리는 상강(霜降)이 다가온다.밤새 찬 기운이 소리 없이 내리고, 가을은 정적에 휩싸였다.깊은 새벽, 멀리서 들려오는 구급차 사이렌 소리, 자지러지다가 바람결따라 멀어진다.모두가 잠든 시간, 누가 황망한 시간을 맞이하고 있을까?밤새 불청객 역병이 찾아온 것일까.코로나로 잃어버린 가을이 우리를
우리 집은 형제만 6명이다 보니 군대 이야기도 참 다양하다.큰 형님은 공군하사, 둘째 형님은 육군병장, 셋째 형님은 단기사병, 넷째 형님은 육군일반하사, 나는 해군대위, 동생은 질병으로 인한 징집면제다.특히 나는 해군소위로 임관해 해군에서 3년, 해병대에서 4년을 근무했으니 대한민국 국군 편제상 모든 군종과 모든 계급체계가 다 모여 있는 셈이다.하지만 나와 우리 가족 어느 누구도 군 입대와 관련해 안중근 의사를 떠올려 본 적이 없다.대한민국은 남북으로 분단된 국가 현실상 성인 남자 누구든 국방의 의무를 지도록 해 놓았기에 나이가 차
신라 천년고도 경주의 야경은 아름답고 환상적이다.이곳저곳에 산재해 있는 다양한 문화재들이 해가 지면 화려한 조명으로 옷을 갈아입는다.매년 2000만 명 가까이 찾고 있는 국내외 관광객을 유혹하기에 부족함이 없을 정도다. 글로벌 관광도시 주인인 시민들의 자부심도 남다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어수선함도 글로벌 급이다.최근 굵직굵직한 사건이 연이어 터져 스포트라이트의 중심에 섰기 때문이다.글로벌 도시가 온 세상에 더욱 선명하게(?) 알려진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도 확산세가 주춤하고 있는 다른 지역에 비해 좀처럼
지난 주 정부의 내년 예산안이 확정됐다. 올해보다 43조 원이 증액된 초대형 예산이다. 512조 원으로 올해 보다 9.1% 늘어난 금액이다. 바야흐로 예산 시즌이 돌아왔다.경북대구의 예산은 어떨까. 전체에서 경북은 4조1500억 원, 대구는 3조1300억 원이다. 올해와 비교해 보면 경북은 17% 늘어난 반면 대구는 8%에 불과하다.새로운 먹거리를 찾아 나선 내년 신규 사업분야에서 예산은 어떨까? 신규 사업은 대한민국과 세계 속에 살아남기 위해 새로운 싹을 틔우는 작업이다. 경북도는 내년에 신규 사업 32건에 1131억 원을 확보했
1990년에서 2020년, 30년이 지나갔다. 2020년에서 2050년, 다시 30년이 기다리고 있다. 경북일보가 30주년을 맞으며 새로운 30년을 맞이한다. 봄과 여름, 그리고 가을과 겨울, 30년을 지나왔다. 지난 30년 전, 지역 언론 발전을 다짐한 경북일보 호(號)는 힘찬 기적을 울리며 출발해 ‘30주년’이라는 중간 기착지에 도착했다. 가쁜 숨을 몰아쉰 열차는 다시 달려갈 30년을 향해 숨을 고르고 있다.고도성장의 가파른 상승에 IMF라는 좌절, 2002 월드컵의 환희, 촉발지진 피해 등 숱한 세월이 30주년 역사에 고스란히
하루 지역 내 확진자 387명, 사흘 연속 확진자 300명 이상.지난 5월 이후 숙질 듯 하면서도 근근이 지켜 오던 코로나19가 벌써 일 주일 여째 기승을 부리면서 ‘가을 대유행이 있을 수 있다’는 경고가 현실화될 조짐이다.경고의 근간에는 계절적 요인이 가장 주된 것이었지만 한동안 사태가 주춤해 지면서 국민들의 경각심이 크게 약화된 것도 내포돼 있었다.실제 우리는 지난 5월 이후 방역 당국의 끊임없는 경계의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불편하다는 이유로, 날씨가 더워지면서 숨이 막힌다는 이유로 예방활동의 최우선 과제였던 마스크를 벗어 버리기
글로벌 관광도시 경주시청 홈페이지에는 경주의 랜드마크로 첨성대를 소개하고 있다.국보 31호인 첨성대는 수식어가 필요 없는 말 그대로 경주의 랜드마크다.랜드마크란 어떤 지역을 대표하거나 구별하게 하는 표지를 일컫는 말이다.서울의 63빌딩, 남산타워, 롯데월드타워, 그리고 부산 해운대의 엘시티가 우리나라를 대표하고 지역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다.프랑스 에펠탑, 중국 자금성, 영국 타워브리지, 호주 오페라 하우스 등도 그 나라의 대표 랜드마크로, 전세계에서 수많은 관광객이 찾는 곳이다.2000년 도시 경주에는 첨성대 외에 다보탑, 석가탑,
청포도가 익어가는 7월, 영일만에 내리는 햇살은 눈 부시다. 귀중한 손님을 기다리듯, 영일만을 가득 채운 은빛 바다가 빛나고 있다.쏟아지는 햇살은 바다에서 춤추고, 하얀 파도는 끊임없이 포구로 밀려든다. 광야(曠野)에서 초인(超人)을 기다리듯, 영일만은 흰 돛단배 타고 올 귀인(貴人)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영일만 7월 햇살은 이육사(李陸史)의 청포도를 영글게 한다. 강렬한 햇살은 영롱한 청포도에 알알이 박혀 부서지고, 마침내 부챗살처럼 사방으로 퍼져나간다.‘칼의 노래’ 김훈 작가는 햇살이 자전거 바퀴살에 부딪혀 부서지는 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