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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태준 등록일 2017년09월10일 17시56분  
어물전 개조개 한마리가 움막 같은 몸 바깥으로
맨발을 내밀어 보이고 있다

죽은 부처가 슬피 우는 제자를 위해 관 밖으로 잠깐 발을 내밀어 보이듯이
맨발을 내밀어 보이고 있다

펄과 물 속에 오래 잠겨 있어 부르튼 맨발
내가 조문하듯 그 맨발을 건드리자 개조개는
최초의 궁리인 듯 가장 오래하는 궁리인 듯 천천히 발을 거두어 갔다
저 속도로 시간도 길도 흘러왔을 것이다

누군가를 만나러 가고 또 헤어져서는 저렇게 천천히 돌아왔을 것이다
늘 맨발이었을 것이다

사랑을 잃고서는 새가 부리를 가슴에 묻고 밤을 견디듯이
맨발을 가슴에 묻고 슬픔을 견디었으리라

아, 하고 집이 울 때 부르튼
맨발로 양식을 탁발하러 거리로 나왔을 것이다

맨발로 하루 종일 길거리에 나섰다가
가난의 냄새가 벌벌벌벌 풍기는 움막 같은 집으로 돌아오면
아, 하고 울던 것들이 배를 채워
저렇게 캄캄하게 울음도 멎었으리라





감상) 종일 집 밖에서 논다 간혹은 밤에도 바깥에서 논다. 집에 돌아와 하루종일 발을 묶었던 매듭들을 풀면 부르튼 찌꺼기들이 우르르 쏟아진다. 화장할 수도 성형할 수도 없는 발이 나를 고스란히 드러내놓고 있다. 소파에 앉아 오랫동안 발을 내려다본다.(시인 최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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