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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유산

배병일 영남대 법학전문대학원교수 등록일 2017년09월11일 18시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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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병일 영남대 법학전문대학원교수

사람이 모인 곳에 가면 카톡, 카톡이라는 소리가 난다. 아직도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은 나로서는 처음에는 그게 무슨 소리인지 몰랐다. 요즘은 친구끼리의 이야기뿐 아니라 외국과의 전화도 카톡으로 한단다. 카톡은 SNS의 일종이지만, 이제는 모든 사회생활도 SNS를 통하지 않으면 안 되도록 되어 있다. SNS를 활성화시킨 것은 컴퓨터이지만, PC를 이용해서 세상을 뒤바꾼 것은 1990년대 초반에 나타난 스마트폰이라고 할 수 있다. 스마트폰은 정보와 통신을 결합시킨 디지털 시대의 산물이다. 2000년대 초반부터 우리나라에 보급되기 시작한 스마트폰은 현재 우리나라에 만 수천만 대가 사방에 깔려 있단다.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한 디지털 시대에는 사람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디지털 기기나 디지털 정보를 이용하지 않을 수 없고, 사진과 글 등 수많은 개인 정보가 스마트폰을 통해서 생산되기도 한다.

이러한 개인 정보는 스스로 보관하기도 하지만, SNS를 통해서 여러 사람과 공유함으로써 개인적 정보임에도 불구하고 공익적 비개인적 정보에 해당하는 정보가 되기도 한다. 개인이 생산하는 개인적 정보는 본인 스스로 생산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삭제나 폐기(이하 삭제)할 수도 있다. 그러나 비개인적 정보에 해당할 경우에는 삭제할 수 없을 수도 있다. 더욱이 개인이 생산한 개인정보나 비공익적 정보를 삭제하지 못한 채 본인이 사망한 경우에는 문제이고, 이 경우에 그 개인정보를 유족들이 처리할 수 있는지 여부도 문제 된다. 이른바 디지털 유산의 처리 문제가 디지털 시대의 심각한 법적 문제가 되고 있다. 민법상 상속은 사망으로 인하여 개시되고(제997조), 민법 제1005조에서는 ‘상속인은 상속 개시된 때로부터 피상속인의 재산에 관한 포괄적 권리 의무를 승계한다. 그러나 피상속인의 일신에 전속한 것은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래서 개인의 재산은 피상속인이 사망함으로써 상속인에게 승계된다. 

이러한 재산에는 부동산 뿐 아니라 동산도 포함된다. 문제는 디지털 유산도 재산에 포함되는지 여부이다. 디지털 유산 중에는 재산적 가치가 있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는 정보도 있겠지만, 대부분 재산으로는 볼 수 없는 일신전속적인 정보도 많이 있을 것이다. 이러한 일신전속적인 개인정보는 상속인에게 승계가 되지 않기 때문에, 유족이라고 하더라도 승계받을 수 없다. 따라서 유족은 홈페이지에 있는 개인 계정을 열어 볼 수도 없고, 온라인상에 떠 있는 개인적 정보에 대하여 삭제를 할 수도 없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 2의 규정에서는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일반에게 공개를 목적으로 제공된 정보로 사생활 침해나 명예훼손 등 타인의 권리가 침해된 경우 그 침해를 받은 자는 해당 정보를 처리한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 침해 사실을 소명하여 그 정보의 삭제 또는 반박내용의 게재를 요청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개인정보를 생산한 본인은 이를 근거로 삭제를 주장할 수 있지만, 유족의 디지털유산 처리는 논란이 있다. 더욱이 개인정보보호법 제36조 제1항에서는 ‘자신의 개인정보를 열람한 정보주체는 개인정보 처리자에게 그 개인정보의 정정 또는 삭제를 요구할 수 있다. 

다만, 다른 법령에서 그 개인정보가 수집 대상으로 명시되어 있는 경우에는 그 삭제를 요구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어서 오히려 디지털 유산이 보호될 수도 있을 가능성이 있다. 다음이나 네이버와 같은 우리나라 인터넷 기업들은 디지털 유산에 대해서는 일정한 법적인 절차를 거쳐 처리하고 있다고 하지만, 아직도 이에 대해서는 제대로 확립된 법리는 없다. 그래서 18대 국회와 19대 국회에서도 사망자의 디지털 유산의 처리에 관한 개정안이 여러 건이 제출되었지만, 제대로 된 논의가 없이 임기만료로 폐기되었다. 이제 우리나라도 디지털 유산의 처리 방안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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