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보문단지의 한 호텔에서는 가을이 되면 특미로 ‘자연산 송이밥’을 내놓는다. 돌솥밥을 지으면서 얇게 저민 송이를 넣어 밥을 짓는데 돌솥 뚜껑을 열어젖히는 순간 송이 향이 은은하게 구미를 당긴다. 송이 밥에다 깊은 맛의 간장 양념을 곁들여 살살 비벼 먹으면 최고의 호사다.
이처럼 송이는 맛과 향으로 어떤 식재료도 제압한다. 버섯 가운데 ‘일능이, 이송이, 삼표고’라 했지만 실제로 시대의 변화에 따라 그 가치를 매기자면 ‘일송이, 이표고, 삼능이’라 해야 할 것이다. 송이는 옛날부터 능이와 함께 ‘신선의 음식’이라 불릴 정도로 귀한 대접을 받았다.
조선 시대 매월당 김시습은 “고운 몸은 아직도 송화 향기 띠고 있네/ 희고 짜게 볶아 내니 빛과 맛은 아름다워라”라는 송이 시를 남겼다. 일본 사람들 사이엔 “송이 드셨습니까?”라고 묻는 것이 품위 있는 가을 인사이기도 하고, 일본 종이 와시(和紙)에 저민 송이를 싸서 갖고 다니는 전통이 있을 정도다.
올 가을 초입엔 우리나라 송이 주생산지인 경북 동 북부지역에 적당히 비가 내려서 송이 풍년이 들 것이라 한다. 다음 주 월요일부터 30일 동안 영덕군에서는 송이장터가 열린다. 지난 2012~2016년까지 장장 5년간이나 송이 생산량이 전국에서 가장 많은 영덕군은 세종실록에서 “영덕은 품질 좋은 송이가 많이 생산돼 영덕현의 공물로 올렸다”는 기록까지 발굴해 홍보하고 있다. 지난해 영덕군의 송이 생산량이 289t으로 전국 생산량의 36.4%나 됐다. 아무래도 흔하면 싼 법. 영덕을 찾아가면 특미 송이 맛을 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