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명분지켜 끝까지 추진해야

세명학교 전경
서울 강서구 특수학교 설립을 놓고 인근 주민들과 교육 당국이 극심한 대립을 겪고 있다.

이런 가운데 특수학교인 대구세명학교 건립 과정이 다시 조명받고 있다.

세명학교는 개교 당시 182명이던 정원이 올해 274명으로 늘었으며 내년 증축에 들어가는 등 대구 특수교육의 성공사례로 손 꼽힌다.

이러한 세명학교는 지난 2008년부터 추진됐으며 수차례 예정부지가 바뀌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2009년 지금의 학교 부지가 가장 적합하다는 판단이 내려졌지만 인근 주민들과 지주들의 반발이 적지 않았다.

변흔갑(54) 대구시교육연수원 총무부장은 당시 시 교육청 학교운영지원과 학생 수용계획 담당 계장으로 부지선정 과정을 직접 담당했다.

구체적인 부지를 어디로 할 것이냐가 관건이었다.

부지 선정 기준으로 주택가에서 좀 떨어져 민원 발생이 다소 적은 지역, 학생들의 통학을 고려해 접근성이 보장되는 지역을 잡았다.

특히 공립 특수학교가 없는 서쪽 지역에 들어서야 된다는 기본 원칙이 마련됐다.

선제 조건에 가장 잘 부합하는 부지로 달서구 용산동이 꼽혔지만 대부분 사유지로 지주들의 동의를 받아야 했다.

지주들은 무턱대고 반대하기보다 대체부지를 제시하며 반대 의견을 피력했다.

대체부지 확인과 지주 및 관계 당국 협의가 2009년 12월부터 2010년 11월까지 총 14번 진행됐다.

2010년 10, 11월 3차례 걸쳐 특수학교 설립을 반대하는 공식 공문이 접수되는 등 상황이 좋지 않았다.

2011년 3월에 학교시설사업시행계획(안) 열람공고가 나자 ‘개인 재산권 침해’, ‘지주 및 주민의 동의를 구하지 아니한 체 추진하는 특수학교 설립을 반대’ 등의 의견이 교육청으로 접수됐다.

비슷한 시기 예정부지 인근에 특수학교 건립을 반대하는 현수막이 수십개 걸려 험로가 예상됐다.

이에 대해 변 부장은 명분과 원칙이 서면 끝까지 추진하는 과감함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수학교 설립이라는 절대 명분에 대해 드러내놓고 반대하는 입장을 보이기 힘들다는 것이다.

또한 다른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원칙을 지킨다면 소위 약점을 잡히지 않기 때문에 어려움은 있어서 흔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장애인 단체 등 시민단체의 협력도 무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과거에는 시민단체와 연계하는 것을 꺼려 하는 분위기가 암묵적으로 지배해 왔다.

세명학교 건립은 시 교육청에서 먼저 시민단체에 협력을 요청했다.
대구세명학교 건립 당시 부지가 확정되자 지주들이 특수학교 반대를 주장하는 현수막 수십개를 내 걸었다. 다행히 이후 완만한 협의를 이뤄내 지난 2014년 세명학교는 문을 열었다.
필요한 모든 정보를 제공한 뒤 정당성에 대해 설명하면 학교 건립에 도움을 줬다는 것이다.

변 부장은 만약 시민단체들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학교 건립에 시간이 더 걸렸을 것으로 내다봤다.

물론 끝까지 반대한 지주도 있었으며 이 지주는 학교 부지가 확정되고 난 뒤 부서가 바뀐 변 부장을 찾아와 항의하기도 했다.

변 부장은 “하루아침에 삶의 터전이 바뀌는데 무조건 수긍할 사람이 있겠느냐”며 이 지주의 행동에 공감을 보였다.

서울에서 진행되고 있는 논란에 대해서도 변 부장은 여러 조건이 다른 만큼 쉽게 답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변흔갑 부장은 “돌아보면 당시에는 공동체 의식이 살아있어 극심한 반대까지 이어지지는 않았다”며 “지금이라면 대구도 장담하기 힘들 것”이라고 털어놨다.

그럼에도 “확실한 명분이 있고 논리적인 대응방안을 철저히 준비하면 설득 작업도 쉽게 진행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현목 기자
김현목 기자 hmkim@kyongbuk.com

대구 구·군청, 교육청, 스포츠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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