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은 잦은 말실수로 ‘부시즘(Bushism)’이란 신조어까지 낳았다. 대선 후보 시절 신문기자를 모욕하는 발언이 그대로 마이크를 타고 공개돼 큰 곤욕을 치렀다. 시카고의 한 유세장에서 유세를 시작하기에 앞서 단상에서 음악이 끝나기를 기다리다 뉴욕타임스의 클라이머 기자가 눈에 띄자 곁에 있던 딕 체니 부통령후보에게 “저기 애덤 클라이머가 왔어. 뉴욕타임스의 아주 지겨운 놈(asshole)이지”라고 말했다. “맞아, 정말 끔찍한 녀석이야” 체니도 맞장구를 쳤다. 그러나 두 사람의 대화 내용이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마이크를 타고 주위에 울려 퍼졌던 것이다. 

부시는 클라이머 기자가 자신의 과거를 들춰가며 쓴 시리즈 기사에 불만을 품고 있었던 것이 화근이었다. 부시의 비속어 발언 내용이 전해지자 언론계서 비난이 쏟아졌다. 라이벌인 민주당 엘 고어 후보 진영에선 “우리는 미국의 제4부인 언론 구성원들에 대해 최고의 존경심을 갖고 있다”고 논평, 부시측을 역공했다. 

바이든 전 미국부통령의 별명은 ‘말실수 기계(gaffe machine)’다. 오바마 대통령 때 백악관에서 열린 건강보험 개혁법 서명식에서 실언사고를 쳤다. 오바마 대통령과 포옹하면서 귀엣말로 “이건 X같이 큰일 한 거야”라고 속삭였다. 그런데 성능이 아주 뛰어난 마이크에 잡혀 TV에 생중계돼 큰 낭패를 당했다. 

미국 대통령들의 마이크 실수담이 화제가 된 적이 여러 번 있었다. 케네디 대통령도 녹음이 되는 줄도 모르고 무심히 내뱉은 말로 인해 물의를 빚었다. 그는 외교관들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면서 “그들은 국방부 사람들과는 달리 고환(cojones)도 없는 것 같다”고 했다. 이 발언으로 케네디는 알려진 것보다 점잖지 못하다는 평가를 자초했다. 

반기문 전 유앤사무총장이 귀국 후 기자만찬회를 마치고 “기자들은 나쁜 놈들”이라고 한 욕말로 구설수를 쌌다. ‘국제신사’까지 ‘험구 자판기’로 만드는 데가 정치판이다. 야당을 향한 험구로 구설수가 잦은 추미애 대표가 김이수 낙마에 대해 “국민의당이 땡깡을 부렸다”고 퍼부었다. 정치판은 숙녀도 ‘험구 자판기’로 만든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