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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장순 중원대학교 교수
얼마 전 문재인 대통령이 러시아를 방문하면서 신북방정책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1988년 노태우 대통령의 북방정책은 러시아와의 새로운 관계 형성의 출발이었다. 1990년 러시아와 정식수교를 맺으면서 그것이 가시화되기 시작했다. 1980년대 중반부터 사회주의국가의 탈사회주의화가 가속화되고 있었다. 비록 북한과 갈등관계를 지속하고 있었지만, 우리 역시 이러한 시대적 상황에 적극적인 대응 자세를 보일 필요가 있었다. 당시 러시아와 수교는 우리로서도 쉽지 않은 여건이었지만 그래도 시대적 흐름을 무시할 수 없었다.

최근 문재인 정부가 다시 북방정책 꺼내 들었다. 과거와 비교하면 차이가 지닌다. 노태우 정부 당시는 사회주의권 붕괴에 대응하는 외교적 측면이 강했다. 그러나 지금의 북방정책은 경제협력을 통한 통일지향이라는 방향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번 북방정책은 유라시아지역과의 협력을 통해 우리의 경제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를 가질 수 있다. 러시아, 중국, 몽골 등도 유라시아의 협력을 모색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시너지 효과도 얻을 수 있다.

원래 미래를 지향하는 계획은 그것이 가지고 있는 희망적 메시지로 인해 기대감을 갖게 한다. 그러나 실제 그 계획의 실행은 다양한 요인에 의해 제약받을 수 있다. 지금 우리의 북방정책에 가장 큰 장애요인이 북핵 문제다. 이것은 여타의 대내외적 정책을 추진할 때도 가장 아킬레스건이다. 북방정책의 경제적 효과를 가져 오기 위해서는 북핵 문제는 반드시 해결되어야 할 전제다. 북방정책에서 북한은 지정학적 위치에서 길목에 자리 잡고 있다. 북한의 협력을 얻지 못하면 북방으로의 연결고리는 차단된다.

그래서 북방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우선 북핵 문제의 해결이 전제된다. 이는 북방정책의 최대 장애요인인 동시에 최대 걸림돌이다. 단지 북핵 문제만이 아니다. 북방정책에서 러시아의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 러시아의 경제적 잠재력이나 지정학적 위치를 무시할 수 없다. 더구나 북한에 대해 어느 정도 영향력을 지니고 있다. 그런데 러시아의 북핵에 대한 태도가 지금까지는 미온적이다. 지난 9월 6일 제3차 동방포럼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의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국제사회의 북한제재에 러시아의 적극적인 동참을 요청했지만, 거절에 가까운 대답을 했다.

여기다가 국제사회에서 러시아에 대한 제재가 지속하고 있다. 우리 북방정책의 핵심 고리 역할을 하는 러시아가 국제사회로부터 제재를 받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對)러시아 제재가 지속하고 있다. 이 제재가 쉽게 해제될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다.

이런 여건에서 북방정책은 성과는 쉽게 보이지 않는다. 박근혜 정부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가 선언적 수준에서 머물렀던 것처럼 지금의 북방정책 역시 같은 전철을 반복할 수 있다. 북방정책이 긍정적인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러시아의 생각을 좀 더 파악할 필요가 있다. 러시아의 입장에서는 북핵과 미사일이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북한의 현재와 같은 상황을 유지해 줘도 나쁘지 않다. 북한을 지렛대로 국제사회에서 일정한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북방정책은 우리에게 기회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국제사회에서는 합리성이나 논리성만이 통할 수는 없다. 국익이 우선인 상황에서 러시아는 북한 문제가 등장하면 해결에 앞장서기보다는 이를 적절하게 활용하고 싶어 한다. 우리는 보다 러시아의 생각을 구체적으로 읽고 그에 대한 대안을 가지고 북방정책을 추진할 때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북방정책에서도 북핵 문제가 핵심적인 요소로 잠재하고 있다는 점에서 분단으로 인한 리스크는 끝이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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