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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과거의 돌부리에 넘어질 것인가?

이종욱 정치경제부 부장 ljw714@kyongbuk.com 등록일 2017년10월29일 16시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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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종욱 정치경제부 부장
인간의 한계를 다투는 육상경기의 꽃은 100m다.

지난 1968년 미국의 짐 하인즈가 ‘마의 벽’으로 불리던 10초대(9초95)의 기록을 깨트린 뒤 2009년 남자 100m의 모든 기록을 갈아치운 자메이카 출신 우사인 볼트가 9초 58로 0.37초 줄이는 데 무려 41년이 걸렸다.

모두가 알다시피 100m는 한 호흡이 끝나기도 전에 끝나는 그야말로 찰나의 경기다 보니 올림픽이나 세계선수권과 같은 대회 결승은 선수나 관객이나 한 순간 정적을 이룰 수 밖에 없다.

총성과 함께 스타팅 블록을 차고 나간 선수들이 결승선을 통과할 때까지 관중의 숨을 멈추게 하는 경기고, 선수들은 출발총성과 함께 결승선까지 곁눈질 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오로지 앞만 보고 내달려야하는 경기다.

그런데 지난 10여년간 남자 100m의 신으로 군림한 볼트도 경기태도 때문에 비난의 대상이 됐었다.

볼트의 경기를 잘 지켜보면 100m결승선 부근에 오면 좌우를 살피고, 200m경기서는 코너를 돌면서 전광판을 바라보는 습관을 갖고 있어 전력을 다해 달리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인간의 몸만으로 할 수 있는 가장 빠른 경기여서 곁눈질을 하는 동안 속도가 느려질 수 도 있고, 자칫 발을 헛디뎌 넘어질 수도 있다는 건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우리의 근·현대 정치와 역사를 지켜보면 늘 육상 100m경기가 떠오른다.

우리는 지난 19세기말 세계적 변화의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한 채 혼란만 거듭하다 역사의 패배자가 되는 아픔을 겪었다.

36년간 일제에 의해 수탈당했던 한국은 광복과 건국의 기쁨을 맞았지만 세계 최빈국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오늘날과 같은 정치·경제적 성장을 하는 데는 많은 희생을 치러야 했다.

반면 19세기말 서구 문명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며 변화를 꾀했던 일본은 아시아의 패자가 됐었고, 세계 2차대전 패전국임에도 불구하고 세계적 경제대국으로 군림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불과 100여년전 패배의 역사적 교훈을 망각한 듯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국가의 미래를 향한 비전보다는 앞선 정권의 잘못 들춰내기에만 급급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지금 세계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속에서 선제적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 혈안이 되고 있지만 우리는 벌써 1년 넘게 국정농단과 적폐청산의 늪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다.

그러니 세계 시장에서 뛰어야 할 기업들은 ‘행여 나한테 불똥이 튀는 건 아닐까’라는 우려에 움츠려 들 수 밖에 없고, 이는 곧 세계 경쟁시장에서 밀려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된다.

총성이 울리면 앞만 보고 내달리는 100m선수처럼 자국의 이익을 위해 내달리는 세계는 결코 우리를 위해 기다려 주지도 배려해 주지도 않는다.

4차 산업혁명의 출발선에서 우리 정부가 자칫 국가의 미래를 담보해 가면서까지 적폐청산의 수렁에 빠질까 우려되는 이유다.

잘못된 과거를 바로 잡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가 적자생존의 세계 시장에서 살아남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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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욱 기자

    • 이종욱 기자
  • 경제부장 겸 스포츠 데스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