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 "희생양 자처한 피고인에 관용을" 호소
대책위 "사회복지시설 비리 없도록 엄벌 마땅"

대구시립희망원 전 총괄원장신부 배모(63)씨가 대구지방법원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후 법원을 빠져나가고 있다. 경북일보 자료사진.
비자금을 만들어 횡령하고 생활인을 불법 감금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대구시립희망원 배모(63) 전 총괄원장신부에 대한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변호인이 눈물을 쏟아내는 등 진풍경이 벌어졌다. 1월 19일 구속된 배 전 원장신부는 6월 28일 1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14일 오전 10시 대구고법 제2형사부(성수제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배 전 원장신부에 대한 결심공판에서 가톨릭 신도라고 밝힌 변호인은 30여 분 열변을 토한 끝에 눈물을 터뜨렸다. 방청석에 있던 수녀들도 눈물을 쏟아냈다.

배 전 원장신부의 변호인은 “피고인의 품성과 인격으로 봤을 때 희생양을 자처해 죄를 혼자 뒤집어썼다”면서 “1월 19일 영어(囹圄)의 몸이 된 이후 ‘미사’를 드리지 못해 신의 대리인이자 사제로서 직분을 수행하지 못하는 엄중하고 참혹한 고통을 겪고 있다. 재판부의 혜안과 관용을 당부드린다”고 했다. 뇌경색으로 쓰러진 이후 폐 질환과 녹내장, 치아 질환, 대장 용종 등 신체적으로 매우 피폐한 상황임을 강조하면서 12월 5일 항소심 선고 이후 석방돼 매일 미사를 드릴 수 있도록 해달라고 읍소하기도 했다.

배 전 원장신부에게 적용한 혐의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재판부에 설명했다.

배 전 원장과 회계과장 수녀는 2011년 3월부터 2013년 5월까지 식자재 업체 2곳과 짜고 식자재 대금을 과다 지급한 뒤 되돌려받는 방법으로 5억8천여만 원(검찰이 항소심에서 5억7천여만 원으로 공소장 변경)의 비자금을 만들어 개인 카드값과 생활비, 직원 회식비, 격려금 등의 명목으로 쓴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변호인은 “2011년 2월 희망원 총괄원장신부로 부임한 이후 비자금을 매월 받는 고통을 겪다가 2013년 12월 31일 자발적으로 중단한 점, 신부와 수녀들이 모금한 4억여 원으로 공소사실에 적시된 횡령액 5억7천여만 원 대부분을 공탁해 피해를 회복한 점을 보면 피고인의 개전의 정을 충분히 엿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희망원 총괄원장신부로 부임하기 이전인 2010년 10월부터 기초생활수급 미자격자의 생계급여를 수기로 작성해 대구시와 달성군에서 타낸 관행이 이어졌고, 사무국장과 공모할 필요도 없는 데다 잘못이라는 인식도 가질 수 없었던 점을 보면 무죄로 확신한다고도 했다.

변호인은 “심리안정실은 누가 봐도 불법시설이라는 인식이 불가능했다. 감사를 벌인 국가인권위원회도 불법시설이라고 지적하지 않았다”며 “백번 양보해도 감금 혐의를 적용해 엄벌할 사안이 아니다”고 재차 강조했다.

배 전 원장신부는 최후진술을 통해 “당시 잘못된 일인 줄 알았다면 반드시 고쳤을 것이고, 사리사욕이나 개인적 이익을 취한 적이 없다. 법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최대한 선처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재판을 지켜본 대구희망원 대책위 측은 “불법인 줄 몰랐단 말로 치부하기에는 죄책이 너무 크다. 사회복지시설의 대형 비리가 더 이상 나오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엄벌에 처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평가했다.

이날 검사는 1심 결심공판 때와 마찬가지로 징역 4년을 구형했다. 항소심 선고공판은 12월 5일 오후 2시 대구법원 별관 5호 법정에서 열린다.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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