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 "희생양 자처한 피고인에 관용을" 호소
대책위 "사회복지시설 비리 없도록 엄벌 마땅"
14일 오전 10시 대구고법 제2형사부(성수제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배 전 원장신부에 대한 결심공판에서 가톨릭 신도라고 밝힌 변호인은 30여 분 열변을 토한 끝에 눈물을 터뜨렸다. 방청석에 있던 수녀들도 눈물을 쏟아냈다.
배 전 원장신부의 변호인은 “피고인의 품성과 인격으로 봤을 때 희생양을 자처해 죄를 혼자 뒤집어썼다”면서 “1월 19일 영어(囹圄)의 몸이 된 이후 ‘미사’를 드리지 못해 신의 대리인이자 사제로서 직분을 수행하지 못하는 엄중하고 참혹한 고통을 겪고 있다. 재판부의 혜안과 관용을 당부드린다”고 했다. 뇌경색으로 쓰러진 이후 폐 질환과 녹내장, 치아 질환, 대장 용종 등 신체적으로 매우 피폐한 상황임을 강조하면서 12월 5일 항소심 선고 이후 석방돼 매일 미사를 드릴 수 있도록 해달라고 읍소하기도 했다.
배 전 원장신부에게 적용한 혐의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재판부에 설명했다.
배 전 원장과 회계과장 수녀는 2011년 3월부터 2013년 5월까지 식자재 업체 2곳과 짜고 식자재 대금을 과다 지급한 뒤 되돌려받는 방법으로 5억8천여만 원(검찰이 항소심에서 5억7천여만 원으로 공소장 변경)의 비자금을 만들어 개인 카드값과 생활비, 직원 회식비, 격려금 등의 명목으로 쓴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변호인은 “2011년 2월 희망원 총괄원장신부로 부임한 이후 비자금을 매월 받는 고통을 겪다가 2013년 12월 31일 자발적으로 중단한 점, 신부와 수녀들이 모금한 4억여 원으로 공소사실에 적시된 횡령액 5억7천여만 원 대부분을 공탁해 피해를 회복한 점을 보면 피고인의 개전의 정을 충분히 엿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희망원 총괄원장신부로 부임하기 이전인 2010년 10월부터 기초생활수급 미자격자의 생계급여를 수기로 작성해 대구시와 달성군에서 타낸 관행이 이어졌고, 사무국장과 공모할 필요도 없는 데다 잘못이라는 인식도 가질 수 없었던 점을 보면 무죄로 확신한다고도 했다.
변호인은 “심리안정실은 누가 봐도 불법시설이라는 인식이 불가능했다. 감사를 벌인 국가인권위원회도 불법시설이라고 지적하지 않았다”며 “백번 양보해도 감금 혐의를 적용해 엄벌할 사안이 아니다”고 재차 강조했다.
배 전 원장신부는 최후진술을 통해 “당시 잘못된 일인 줄 알았다면 반드시 고쳤을 것이고, 사리사욕이나 개인적 이익을 취한 적이 없다. 법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최대한 선처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재판을 지켜본 대구희망원 대책위 측은 “불법인 줄 몰랐단 말로 치부하기에는 죄책이 너무 크다. 사회복지시설의 대형 비리가 더 이상 나오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엄벌에 처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평가했다.
이날 검사는 1심 결심공판 때와 마찬가지로 징역 4년을 구형했다. 항소심 선고공판은 12월 5일 오후 2시 대구법원 별관 5호 법정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