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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 만에 두 발로 걸은 세가와병 수경이 보도 그 후

"세가와병, 당시 기술로는 발견 어려워"…부녀 신상털기·담당의사 비난 등 부작용 속출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등록일 2017년12월06일 20시50분  
▲ 배준수 기자

12월 1일 자 1면 ‘지역 대학병원 뇌성마비 오진에 13년 투병’이라는 제하의 기사를 보도한 이후 전국 언론에서 이 사안을 다루고 있는데, 그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다. 오진 피해 당사자 부녀 신상털기는 물론, 당시 진료 과정에서 주의의무를 게을리해 1억 원을 배상하라는 법원의 강제조정 결정을 받은 지역 대학병원 의사에 대한 비난 등이 난무하고 있다.

당사자인 수경(가명·20)이와 더불어 뇌성마비가 아닌 세가와병이라는 진단을 새롭게 내린 서울의 대학병원을 소개해달라는 뇌성마비 환자들의 요청도 쇄도하고 있다. 그래서 이 사건의 속살을 다시 설명하고자 한다.

13년간 뇌성마비로 알고 누워 지낸 당사자인 수경이의 아버지는 “수경이와 비슷한 상황의 환자나 부모들에게 나름 기쁜 소식을 전할 수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후속보도 이후 5억, 10억 원짜리 보험을 탔느니 하는 비난까지 일어서 고통스럽다”는 심경을 전했다.

이번 보도로 비난의 대상이 된 지역의 모 대학병원 재활의학과 소속 A 교수는 “수경이에게 애정을 많이 갖고 진료했지만, 뇌성마비가 아닌 세가와병으로 진단할 만한 양상이 뚜렷하지 않았다”면서 “의학발전과 함께 이제라도 치료가 돼 다행스럽고, 더 건강해지길 바란다”는 말부터 전했다.

해당 대학병원 측은 수경이가 1999년 10월께 병원을 방문할 당시 ‘상세불명의 뇌성마비’로 진단한 B 교수는 현재 대구의 다른 사립대 병원으로 이직한 상태이고, A 교수는 그동안 간헐적으로 진료하고 물리치료를 해준 당사자라고 설명했다.

병원 관계자는 “2002년 10월부터 2004년 8월까지 수경이가 서울의 대학병원에서 조직검사를 받은 뒤에도 ‘진단 불명’이라는 답을 들었고, 국내 유명병원뿐만 아니라 미국과 중국 등 해외 유명병원에서도 진료를 받았으나 정확한 진단을 받지 못한 사실도 헤아려 달라”고 당부했다.

특히 “세가와병이라는 질환이 2013년이나 돼서야 소아신경학 교과서에 소개됐을 정도로 당시에는 뇌성마비와 소아마비를 뚜렷하게 구분하기가 매우 힘들었다”고 강조했다. 

실제 2009년 6월 수경이의 아버지가 뇌성마비와 세가와병의 증상발현이 매우 비슷한 상황을 고려하더라도 특히 밤에 증상이 심화하는 세가와병의 특성을 의료진에게 이야기했고, 며칠을 영상으로 담아 관찰하는 과정에서는 세가와병의 전형적인 특징이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A 교수는 “파킨슨병에도 쓰는 도파민을 당시 어린 수경이에게 시험 삼아 투약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수경이는 1997년 건강하게 태어났으나, 만 3세(39개월)가 넘어까지 까치발로 걷는 등 장애가 생겼다. 1999년 대구의 한 대학병원 재활의학과에서 뇌성마비 판정을 받은 이후 2005년, 2008년 수차례에 걸쳐 입원 치료도 받았지만, 2009년에는 경직성 사지 마비 진단을 받았고, 2011년에는 상세불명의 뇌성마비 진단도 받았다. 

수경이 아버지의 지극정성으로 국내 유명한 병원과 더불어 중국과 미국까지 건너갔지만, 차도가 없었고, 뇌병변 장애 2급에서 1급 판정을 받는 상황까지 치달았다.

5년 전 기적이 일어났다.

2012년 7월께 대구 수성구의 한 물리치료실 소속 물리치료사가 “뇌성마비가 아닌 것 같다”고 의문을 제기했고, 서울의 한 대학병원 소아재활과 교수로부터 “뇌성마비가 아닌 도파반응성 근육긴장”이라고 진단을 내렸다. 

수경이 아버지는 “약을 처방받고 대구로 내려와 이틀을 먹으니 13년간 들지 못했던 고개를 들었고, 일주일 뒤 두 발로 걸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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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준수 기자

    • 배준수 기자
  • 법원, 검찰청, 경찰청, 의료, 유통을 담당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