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13인의 상상력으로 설계한 환상의 세계

하태범作 ‘이태리 지진’
경북대학교 미술관이 지난 1일부터 내년 2월 9일까지 미디어로 인해 촉발되는 새로운 감각들을 주제로 ‘Media Ecstasy’전을 개최한다.

테크놀로지의 발달로 확장된 미디어는 현대인의 감각과 사고방식에 지대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인간은 일상생활에서 자신도 인식하지 못할 만큼 끊임없이 미디어에 노출되고 있으며, 그것을 통한 자극적이고 환상적인 경험세계는 우리의 감정, 판단력과 내면의식까지도 마비시켜 놓았다. ‘Media Ecstasy’는 이렇듯 미디어에 무방비하게 노출된 현대인들이 맞닥뜨리는 환상, 환각, 중독 등과 같은 심리적 반응들이 인간의 무의식 깊이 침투돼 마치 황홀경에 빠진듯한 모습에서 출발한다.

미디어가 창출하는 엑스터시에 젖은 현대인은 온갖 기호와 시각적 산물들의 그럴듯한 재현 속에서 결코 만족될 수 없는 욕망에 사로잡히며, 그것이 제시하는 스펙터클한 환각에서 헤어나기 어렵다. 그러나 환각은 환상의 새로운 형태가 되며, 환상은 미디어가 예술 언어로서 발전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하기도 한다. 예술가들은 상상력을 통해 환상을 시각화하고, 관객은 그들이 설계한 환상의 세계로 초대 받는다.

이번 전시에 참여한 김기라, 권경환, 권세진, 김소연 등 13명의 작가는 미디어로 인하여 엑스터시스(ekstasis) 된 현대인의 삶을 보여주며 그것과 연관된 중독, 환상, 환각을 포함한 다양한 현상들을 다루고 있다. 또한, 그것이 지닌 복합적 특성을 바탕으로 정치, 역사, 문화, 인종, 젠더, 자본주의 등 미디어 속에 나타나는 주요 쟁점들에 대한 물음을 제기한다.
정치영作, ‘The Gaze Salad Days’
작가들은 매스미디어가 전달하는 기호에 질문을 던지고 기존의 미디어가 지닌 정보전달방식을 시니컬하게 비틀거나 그것을 심층적으로 연구하는데, 이렇게 이끌어낸 결과물은 미디어와 밀접한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과 미디어와의 관계 설정에 대한 질문이자, 그것에 의하여 무의식적, 무비판적으로 형성된 우리의 정체성에 대한 문제제기이다.

이렇듯 매스미디어에 대한 새로운 접근과 인식의 시도는 관객에게 정보에 대한 선택 능력과 비판적 수용능력이 강조되는 태도와 필요성을 요구하며, 우리로 하여금 내적성찰을 통한 인식의 본질적 변화를 유도한다.

‘Media Ecstasy’는 관객에게 스스로 통제 가능한 의식 경험의 발전 가능성을 발견하는 감각의 장을 마련한다. 이는 현재의 미디어 환경이 만드는 문제를 극복하려는 움직임이자 다각적 변화로 촉발되는 감각의 확장을 통한 우리의 감각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하나의 시도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곽성일 기자
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행정사회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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